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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319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45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2/05/07 22:59:15
    http://todayhumor.com/?lovestory_93191 모바일
    [BGM] 그래도 나는 너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선우, 그러니 애인아




    바람에 출렁이는 밀밭 보면 알 수 있네

    한 방향으로 불고 있다고 생각되는 바람이

    실은 얼마나 여러 갈래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배가 떠날 때 어떤 이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어떤 이는 물을 바라보지


    그러니 애인아 울지 말아라

    봄처럼 가을꽃도 첫 마음으로 피는 것이니

    한 발짝 한 발짝 함부로 딛지나 말아주렴

     

     

     

     

     

     

    2.jpg

     

    한시종, 사랑, 그 몹쓸 병




    섣불리 사랑하지 말 걸 그랬나 봅니다

    그리워지는 시간이 너무 많아져

    생각하는 모든 것이

    쳐다봐지는 모든 곳이

    그대 모습으로 도배가 되어져 버렸고


    그리워하기 위해 사는 건지

    살다가 그리운 건지

    이젠 구분도 되지 않습니다


    비 내리는 길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떨어지는 찬비 온몸으로 다 받는

    바보 같은 행동도

    그대로 인한 것입니다


    따가운 햇살 속에서 먼 한 곳 응시하며

    얼굴 다 타는 줄도 모르고

    넋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있는 것도

    그대로부터 연유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무엇인지 모를 혼돈

    사람 이리 멍청해지게 만드는 사랑


    도무지 뭘 하며 어찌 사는지

    나 자신도 모르는 까닭이니

    아마도 몹쓸 병에 걸렸나 봅니다

     

     

     

     

     

     

    3.jpg

     

    이정하, 기다리는 이유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였다


    어쩌면 나는 미리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오지 않을 걸 뻔히 알면서도 기다린다는 것


    그건 참으로 죽을 맛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너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해가 지고, 내 삶이 졌다

    그 하늘 위로 수많은 별이 떠오를 것이고

    어쩌면 오늘 밤 길 잃은 별 하나가

    저 우주 너머로 자취를 감출지도 모를 일이다


    오지 않을 걸 뻔히 알면서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


    그것이 무언지 묻지 마라

    때론 말도 되지 않은 것이 어떤 사람에겐

    목숨보다 더 절실한 것이 될 때도 있으니


    그것이 기다리는 이유

    그것이 내 살아있는 이유다

     

     

     

     

     

     

    4.jpg

     

    김경미, 어떤 여름 저녁에




    한여름, 선풍기에서 나오는 약풍 혹은 미풍이란 글자

    처음 사랑의 편지 받았던 촉감일 때 있다


    크게 속상하고 지친 울음 거두고 마악 여는 문

    경첩에서 흰 바다 갈매기들 바닷물 닿을 듯 낮게

    마중 나올 때가 있다


    극도로 줄이거나 높인 음악 소리 속

    가본 기억 없는 모르코사막의 터번 두른 낙타

    눈 아픈 모래바람 앞서 가려줄 때가 있다


    유리창 너머 시원한 액자 속 흰 양떼구름

    살아 움직이는 활동사진처럼

    갈래머리 계집아이의 어린 설렘 되감아줄 때 있다


    어떤 여름 저녁

    그 모든 것들 한꺼번에 밀려나와

    더위보다 큰 녹색 수박의 무수한 조각배들

    잊을 수 없는

    석양의 출항을 시작할 때가 있다

     

     

     

     

     

     

    5.jpg

     

    서석화, 우리는 서로의 배경이 되지 못했다




    우리는 서로의 배경이 되지 못했다


    낮에는 천 개의 달빛 속에

    밤에는 천 개의 햇빛 속에

    시간은 창을 넘어 거꾸로 달리고

    머리 구겨지는 쓸쓸함에

    하늘이 떨어진다


    잡으면 달아나는 지평선처럼

    마주 본 만큼 땅은 넓어져

    그림자를 늘여도 닿을 수 없어라

    도착지를 모르는 기적소리 요란하다


    가을꽃 엮어서 방 하나 만들까

    흰 밤을 풀어서 벽 하나 세울까

    오래된 꿈 깨워 천정을 덮으면

    눈물방울 떨어진 곳 남은 세월 가둬질까


    우리는 서로를 배경으론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고

    목 아프게 내뱉는 암호를 띄우는 오늘

    가을이 녹슬어 쇳물 같은 비가 내린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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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5/08 00:44:48  121.144.***.117  침대에서휴식  226519
    [2] 2022/05/08 09:51:29  59.2.***.158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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