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소리를 들었다. 심상정이 민주당 문재인 정권을 향해 자당 인사 한두명의 입각이 아니라 당대당 협상을 통한 공동정부를 운운했단다. 비정한 정치의 세계에도 기본적인 도의는 있는 법이다. 아니면 최소한 상도덕이라도 있어야 한다.

공동정부라니, 막 출범한 집권당에게 이정도급의 요구를 할 수 있으려면 자신들이 해당 정권 출범에 그만한 큰 도움을 줬어야 가능한 말이다. 공동정부 구성을 입에 담을 정도라면 최소한 선거연대와 후보단일화를 통한 양보 정도는 했어야 무게추가 맞는 요구란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심상정과 정의당은 민주당의 승리에 대해 후보단일화나 연대는 커녕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민주수호 진영의 외연확장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민주당 밥그릇이나 빼앗아 먹겠단 심보를 보여줬다. 민주당과는 다른 자신만의 색깔로 수구세력에 맞설 새로운 진영 형성에도 실패했고 그 결과 지지층 일부가 겹치는 민주당 뒷통수 때리기에나 열중하는 추한 꼴을 보여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래놓고 대체 무슨 낯짝과 염치로 집권당과의 공동정부 구성을 요구하는가?

본인들이 승산이 없었다면 수구적폐 세력 척결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정권교체에 큰 도움이라도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민주당 집권에 1등 공신 역할은 아이러니하게도 안철수가 가져갔다. 그가 초중반 혼전 속에 수구세력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며 그들의 세력 집결을 늦추고 혼선을 주며 방해한 뒤 장렬히 자폭한 덕분이 가장 컸다. 반면 심상정은 만약 수구세력이 재집권했더라면 민주당 표 갈라먹은 덕으로 그에 대한 1등 공신이 됐을 것이다. 누가 됐건 적폐 세력 아닌 이들로 정권 좀 바꿔달라는 국민의 열망 아래 치뤄진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승리의 원동력은 그 열망을 가장 잘 충족시켜 보이겠단 거듭된 약속이었다. 그러나 심상정은 주권자의 그 열망과 명령 앞에서 그저 자기당 눈앞의 지지율 확보에나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표 갈라먹기 전략은 결과적으로 심상정과 정의당의 이미지만 망친 꼴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노선을 추구해서 선거를 완주했다면, 뭐 그 선택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이라면 남의 정당을 이롭게 하기 위해 희생해줘야할 의무 따위는 당연히 없다.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건 자기들의 집권을 목표로 꿈꾸고 달리는게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랬다면 그 책임도 스스로 좀 지는 모습을 보여라. 대통령의 야당 방문도, 간소하게 국회에서 치뤄진 취임식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공동정부 구성 같은 말도 안되는 날강도 식 요구를 하지 말고 좀.

집권당이 통합과 탕평을 말하며 정의당에 한-두명 정도의 입각을 양보한다면 그것은 지금의 정의당이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지분이며 그마저도 민주당의 배려와 적절한 계산에 의한 배분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면 정의당 입장에선 국정 정상화를 위해 최대한의 협조를 하겠으며 그 과정을 통해 정의당과 진보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드리겠다, 민주당이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보여주겠다, 이런 워딩으로 윈윈하며 받아챙기면 되는 거였다. 그리고 수권능력도, 국정 운영 능력도 한참 모자라는 군소정당으로서 국정운영 경험과 현실 정치의 한계점, 정치 실무의 경력을 쌓을 좋은 기회로 여기고 죽자사자 노력하고 고민하기도 바빠야 정상이다. 근데, 뭐라고? 한두명 입각따위 말고 공동정부 구성을 하자고?

정치는 협상이다. 준게 있어야 받는게 있다. 준 만큼만 받는 것이고 받은 만큼만 돌려주면 된다. 이것은 도의이기 이전에 상도덕이기도 하고, 기본적인 현실감각인 동시에 이 정도 감도 못찾으면 정치력도 통치력도 전혀 없다는 반증이 된다. 준거 하나도 없으면서 공동정부를 운운하며 다 달라고 떼나 쓰는 심상정은 염치가 없는 것인가, 현실감각과 정치력이 부재한 것인가, 양쪽 다 없는 것인가?

여지껏 준게 없었다면 앞으로 줄 것이라도 있어야 협상이 된다. 정의당이 민주당 문재인정권에게 선거가 끝난 지금 해 줄 수 있는게 뭐가 있는가? 국회 원내 의석수라도 많은가? 그보다 훨씬 많은 의석수로 훨씬 많은 힘을 보태 줄 거대 정당들이 니네 말고도 있는데? 겨우 6석 수준 군소정당에게 공동정부 구성까지 해준다면,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에게 국정운영 협조를 요청하려면 대체 뭘 해줘야 하는건가?

남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려면 그가 어려울때 적재적소의 큰 도움을 줬거나, 그게 아니면 최소한 그 대신 줄 수 있는 두둑한 대가라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법이다. 정의당은 전자는 무시하고 지나쳤고, 후자는 가지고 있지 못한 빈털털이다. 그럼 가진 만큼만 작게 요구해야 하고, 그렇게 받아낸 작은 씨앗을 앞으로 어떻게 키워 나가야 할지를 궁리해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지금 정의당은 남이 힘들게 모내기하고 농사 지을때 도운것도 아니고, 그 수확물을 사들일 든든한 재력을 갖춘것도 아닌 주제에 감히 경작지를 절반씩 나눠가지자는 소리를 하고 있다. 보통은 이런걸 날강도 심보라 부른다.

진보군소정당치고 역대 최고 득표율 받았다고 자뻑에 취해 열심히 자위중인 모양인데, 니들의 독자 완주 덕분에 민주당은 역대 민주정권 중에 외부 도움 없이 독자 집권한 최초 정권 수립의 기록을 세웠다. 그 말인 즉슨 니들이 무려 공동정부 구성 씩이나 입에 담을만한 어떠한 지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그걸 지금부터 지불할만한 밑천을 가진 것도 아니고. 제발 자기 주제를 좀 알자.

장관직 제의가 들어오면 그것조차도 고마운 일이며, 현실적으로 민주당 혼자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그런거 아니냐!라며 고마워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소중한 기회로 여기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나라 정상화에 큰 역할을 해 보일 고민에 빠져야 정상이지 어디 일확천금 헛된 꿈에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는가?

마치 방구석 폐인이 머릿속 망상으로 나한테 권력만 주면 내가 이것도 잘할 수 있고 저것도 잘할 수 있고 다 잘할 수 있으니까 나에게 공동왕위를 하나 내려주시오, 하는 듯한 이 현실감각 없는 발언을 단순히 웃고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심상정과 정의당이 만에하나 이 무리하고 말도 안되는 조건에 대해 민주당이 당연히 내릴 수 밖에 없는 거절 의사를 핑계삼아 어떤 깽판 땡깡을 부릴지 우려가 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정권초기부터 노조 선동해 총파업을 한다거나 이러저러한 깽판 태클질 할 수 있단 협박을 바탕으로 저런 말도 안되는 무리한 요구를 한거 아니냐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예전 참여정부 시절의 진보 군소 정당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혹여라도 그런 협박을 할 생각으로 다른 것도 아닌 무려 공동정부 구성 같은 말도 안되는 엄청난 요구를 한 거라면, 그런 짓을 표현할 매우 적당한 단어가 하나 떠오른다. '양아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