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국
절이나 인가의 정원에 심는 산수국은 원예종 수국에 대비되는 야생종입니다.
화려하고 큰 꽃잎은 벌레를 유인하기 위한 위장용일 뿐, 암술과 수술이 없는 헛꽃이며 중간에 작게 모여 있는 것이 진짜 꽃입니다.
그러나 열매는 맺지 못하는 가련한 꽃입니다.
흔히 절에 심는 나무나 꽃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종류가 많습니다.
수국, 산수국, 백당나무, 사프란, 불두화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절은 스님들이 속세의 인연을 끊고 수도에 전념하는 곳이라 벌,나비가 날아들어 서로 사랑을 속삭이고
꽃이 수정되어 열매를 맺는 과정은 젊은 스님들의 성적인 욕구를 자극할 수 있기에, 결혼을 금지하는 종교적인 이유로 그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므로 꺾꽂이로 번식하며 굳이 절이 아니라도 관상용으로 인가 정원에 많이 심습니다.
처음 꽃이 피고 나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변해가는 꽃색도 특이하고 그 자체로 훌륭한 풍경사진을 연출하는 아름다운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 꽃지기의 꽃누리
사진은
태종대 태종사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그리고 아래 마른 산수국은 충북 문의 마을근처 양성산에서
핸드폰과 똑딱이로 촬영한 것입니다.
지는 수국 위에서 부전나비들이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진짜꽃은 못생기고 어리숙하게 살고
가짜꽃은 나비처럼 훨훨 날아댕기는
세상은 어쩌면 산수국꽃처럼......
꽃 중에서는 참꽃과 헛꽃을 가지고 있는 꽃들이 있습니다.
헛꽃이라 불리는 것들은 참꽃보다 아름다운데 꽃술이 없습니다.
화사한 외관으로 곤충들을 유인하지만 그 몫을 자신이 가지지 않고
곤충들로 하여금 참꽃에 머물게 함으로 자기의 소임을 다하는 꽃입니다.
헛꽃의 경우는 엄밀하게 꽃이 아니라 꽃받침인 경우도 있어서
일반인들은 그냥 '꽃'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헛꽃을 피우는 꽃 중에서 가장 이쁜 꽃은 산수국입니다.
꽃이 진 후에도 헛꽃은 계속 남아 이듬해 봄까지도
산수국의 존재를 알려주는 꽃이기 때문입니다.
한 겨울 설원에서 만나는 산수국의 헛꽃은 아름답다 못해 장엄하기까지 합니다
/김민수
김민수님 말대로 눈은 없었지만
생강꽃 피는 늦겨울 날 양성산에서 본 마른 산수국은 정말 뭔가를 느끼게 해준다.
마른 헛꽃이 내 눈에는 나비처럼 보였다.
바람 부는 날이라 하늘거리는 꽃잎을 핸드폰으로 찍기는 참 힘들다.
핀이 제대로 안맞아 많이 아쉬운 사진이다.(아래사진)
마른 들꽃
푸른 시간 속 잠시 머무른 이슬처럼 맑고 순한 너의 시간들
유리창 너머 너의 그림자 아픔으로 서성이고 지난날 바람에 일던 꿈은 이제 하얀 핏줄마다 사랑의 흔적으로만 남았다
이슬에 젖은 채 바람에 일던 너의 넋이여! 들꽃이여!
오늘 밤 가슴으로 안은 슬픈 빛 어느 왕조의 미이라 공주처럼 허공 중에 떠도는 하얀 시간
넋으로 잡고 어디일까, 또 하나의 생을 위해 나비처럼 날아가고 있는 곳
하늘, 그리고 바람을 사랑한 들꽃아 우리, 또 한번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 최영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