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수비, 그 수비의 핵심에는 바로 센터라인이 있다. 센터라인이 강한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센터라인이 강하지 못한 팀은 강팀으로 거듭나기 쉽지 않다. 팀의 감독들이 시즌을 준비하고 라인업을 짤 때 센터라인을 가장 우선시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 지난 시즌의 센터라인이 완전히 붕괴된 팀이 있다. KIA는 지난 수 시즌간 계속해서 호흡을 맞추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던 김선빈-안치홍 키스톤콤비가 동시에 군입대했고, FA로 영입해 외야의 중심을 잡아주던 이대형은 특별지명을 통해 kt로 이적했다. 포수진 역시 전격 개편이 필요한 상황. 결국 KIA는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해 센터라인을 전격 개편해야만 했다. 시즌 개막 후 한 달, KIA의 센터라인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본 기사는 2015년 4월 30일자 기록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포수 : 경험은 차일목, 수비는 이성우, 공격은 이홍구
3인 3색의 KIA 포수진, 누군가 치고 올라와야 한다. [사진 출처=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김상훈 이후 KIA 안방의 완벽한 주인은 없었다. 2011시즌 차일목이 치고 올라오며 814.2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썼지만, 이후 주전 자리를 확고히 하지 못하며 김상훈, 이홍구, 이성우 등과 계속해서 경쟁해야 했다. 물론 치열한 주전 경쟁은 선수들이 자극을 받고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지만, 문제는 KIA 포수들의 실력이 좀처럼 향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수 시즌째 안방의 주인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치고 올라와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그 양상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지만, 그 중 이성우가 가장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성우는 차일목이 허벅지 부상으로 빠진 사이 선발로 15경기에 나서 도루저지율 0.316(13허용 6저지)를 기록하는 등 좋은 수비력을 과시했다.
KIA 포수가 도루저지율 0.300 이상(50경기 이상 출장)을 기록한 것은 2006시즌 김상훈(120경기, 도루저지율 0.333)이 마지막이기에 이성우의 일취월장한 도루저지능력이 더욱 반가운 상황. 타격은 .220/.313/.293으로 아쉽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 덕에 적지 않은 나이(만 33세)와 부족한 경험(1군 통산 189경기)에도 불구하고 KIA 포수들 중 가장 많은 출장경기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시즌 전 포수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던 차일목은 아직 부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부상 복귀 이후 6경기에 출장해 도루저지율 0.167(5허용 1저지), 타격은 .133/.188/.133으로 처참한 수준. KIA의 포수들 중 가장 많은 경험(1군 통산 726경기)을 가지고 있기에 꾸준히 기용되고는 있지만, 공수 모두에서 가장 부진한 모습이다.
젊은 포수 이홍구는 주로 백업으로 출전해(15경기 중 4경기 선발) 도루저지율 0.000(8허용 0저지), 타격 .261/.320/.478을 기록 중이다. 경기 대부분을 백업으로 출전하며 타격감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팀내 가장 높은 OPS를 기록하며 1홈런 8타점. 특히 지난 29일 한화전의 대타 그랜드슬램은 팬들에게 그의 공격력을 각인시켰다. 포수로서의 기본인 도루저지율과 포구 능력에 있어 개선이 절실하지만, 가장 젊고 타격 능력도 가장 나은 편이기에 미래를 위해서라도 꾸준히 키워야 할 포수이다.
세 선수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지만, 간단히 말해 KIA의 포수진은 아직까지 안정되지 않았다. 각자 장점을 지니고는 있지만 어느 누구도 주전 자리를 움켜쥐지 못하고 있는 상황. 올 시즌에도 주전 포수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KIA의 리빌딩은 성공할 수 없다.
키스톤콤비 : 강한울–최용규 조합, Not Bad!
KIA의 미남 키스톤콤비. 2년 뒤에도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사진: KIA 타이거즈]
포수진은 여전히 정리가 되지 않고 있지만 키스톤콤비는 꽤나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강한울과 최용규가 키스톤콤비의 주인공. 4월말 기준 두 선수 모두 팀의 23경기 중 22경기에 선발 출장하며 주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지난 시즌 강한울은 주전 유격수 김선빈의 부상으로 인해 신인임에도 무려 93경기에 출장하며 많은 기회를 얻었다. 당시 .264/.294/.327에 수비율 0.959로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올 시즌 주전 유격수를 꿰찰 적임자로 지목되었고, 올 시즌에도 공수 양면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며 주전 자리를 꼭 쥐고 있다.
강한울의 올 시즌 타율은 0.244로 지난 시즌에 비해 다소 낮지만 출루율은 약간 높아졌다. 또한 지난 시즌에는 볼넷/삼진 비율 0.18(8볼넷 44삼진)로 부진했지만, 올 시즌에는 0.44(7볼넷 16삼진)을 기록하며 선구능력이 개선된 모습.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수비율은 0.990으로 상당히 좋은 편이다. 김상수(0.964), 손시헌(0.979), 오지환(0.979)등 내로라 하는 유격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비율이긴 하다.
다만 문제는 기록되지 않은 실책과 연계 플레이 시 미숙한 플레이로 인해 위기를 자초하는 상황이 매경기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1군 유격수의 수비라고 보기에는 전반적으로 부족함이 많고 거듭된 실수로 인해 본인 스스로도 위축된 플레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대체자가 마땅치 않은 팀의 현재 사정 상, 경기를 거듭하며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수밖에 없을 듯 하다.
주전 2루수로 자리잡은 최용규는 다른 9개구단 팬들은 물론, KIA 팬들에게도 다소 낯설었던 이름이다. 2008시즌 2차 2라운드 12순위로 지명되어 KIA 유니폼을 입었지만, 안치홍 등에게 밀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2010시즌을 마치고 경찰청에 지원했지만 돌아온 것은 불합격 통보.
이후 어깨 수술과 재활을 마치고 현역으로 입대했고, 제대 후인 2015시즌이 되어서야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최병연, 박기남 등과의 주전경쟁에서 승리하며 올 시즌 팀의 23경기에 모두 나서 .264/.330/.356의 나름 준수한 성적. 실책을 하나밖에 범하지 않았으며 수비율 역시 0.991로 상당히 좋다. 노게임이 선언되기는 했지만, 4월 2일 SK전에서 켈리를 상대로 16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내는 '최용규놀이'를 보여주며 KIA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강한울과 마찬가지로 부족한 경험으로 인해 수비에서 미숙한 플레이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요약하자면, 현재까지의 KIA의 키스톤콤비 리빌딩은 시즌 전 암담한 예상에 비한다면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풀타임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지만, 박기남 등 백업 선수들이 뒤를 잘 받쳐준다면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는 부분. 이들이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며 1군 무대에 안착하고 2년 뒤 김선빈, 안치홍과 주전 경쟁까지 해낸다면, KIA는 여느 팀 못지않은 내야 뎁스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중견수 : 매 경기 바뀌는 중견수, 주전은 누구?
무툴플레이어라고 놀림받던 예전의 김다원이 아니다. [사진: KIA 타이거즈]
키스톤콤비는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들이 나왔지만 중견수 자리의 주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김원섭, 김다원, 이호신, 김호령, 박준태 등 많은 선수들이 중견수 자리를 거쳐갔지만 누구도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중견수를 보던 김원섭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고, 이후 김다원, 이호신, 김호령 등 경기마다 선발 중견수가 바뀌고 있는 상황.
가장 먼저 중견수 자리를 차지한 것은 베테랑 외야수 김원섭이다. 준수한 수비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선수. 하지만 그는 타격 부진과 허벅지 부상이 겹치며 2군에 내려갔고, 아직까지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많은 나이와 잦은 부상은 풀타임 중견수 기용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 그는 최근 두 시즌간 평균 43경기 소화에 그쳤다.
김원섭 외에 가장 주전 중견수 자리에 근접한 선수는 바로 김다원이다. 김다원은 외야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준수한 수비력을 갖췄고, 올 시즌 .288/.394/.375로 타격 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KIA 외야진의 줄부상. 김주찬, 김원섭, 박준태 등 외야수들이 잇따라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김다원에게 걸린 부담이 커졌다. 김다원은 이들의 부상으로 인해 외야 전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는 상황(좌익수 59.1이닝, 중견수 59.2이닝, 우익수 70.0이닝 소화). 현재 KIA는 김다원에게 중견수 한 자리만을 고정적으로 맡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물론 이 둘 이외에도 새로운 얼굴은 있다. 2007년 KIA에 입단했지만 주로 대주자/대수비로 활용된 이호신과 대졸 신인 김호령이 그들이다. 이호신은 .160/.250/.200으로 타격 면에서 부진했지만 폭넓은 수비력과 빠른 발로 자신을 어필하고 있다. 김호령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278/.350/.333으로 타격에서 나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 수비력도 좋게 평가받고 있다. KIA로서는 이들을 기대해볼 만하다.
현재 상황에서 KIA 중견수 자리의 리빌딩의 성패를 논하기는 이르다. 시즌이 얼마 진행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외야수들이 대부분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이기에 전체적으로 외야수들의 포지션이 꼬여있는 상황. 부상자들이 돌아온 이후 KIA는 포지션을 정리하며 중견수 포지션의 주인을 정할 것이다.
종합 : 신구조화 속 영글어가는 리빌딩, 관건은 꾸준함
새 술은 새 부대에, 리빌딩은 새 구장에서 [사진 출처=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종합적으로 봤을 때 3~4월 KIA의 센터라인 리빌딩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수비에 있어서는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많지만, 각 영역에서 경험을 갖춘 베테랑과 패기있는 젊은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며 센터라인을 재건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시작이 좋다고 해도 꾸준함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리빌딩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짧은 기간동안 눈에 띄는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꾸준함. 3~4월 좋은 모습을 보였던 새 얼굴들이 꾸준함을 유지할 때, 비로소 KIA의 리빌딩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계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