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소꿉친구네 집으로 놀러가는 길에 겪은 이야기다.
친구네 집은 자전거 타고 15분 거리다.
우리 동네는 논이 많고 가로등은 적어서, 밤이 되면 엄청 어둡다.
가는 도중에는 신칸센 고가철도 밑을 지나게 되는데, 거기가 언제나 기분 나빴다.
근처에서는 귀신이 나온다는 말이 흉흉하게 돌아다녔고, 실제로 본 사람도 여럿 있다는 것 같다.
나는 어두운 게 무서울 뿐, 귀신은 믿지 않았기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따라부르며 페달을 밟고 있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고가철도 밑을 지나갔다.
조금 안심할 무렵, 앞을 보니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사내아이가 가로등 근처에 서 있었다.
논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나는 내가 부른 노래를 들었을까 부끄러워하며, 사내아이 오른편으로 지나갔다.
하지만 이상했다.
지나가는 순간, 내 왼편에는 논 배수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사내아이는 바로 거기 있었는데...
나는 당황해 자전거를 세우고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다.
이상하다 싶어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확히 1m 정도 앞, 그러니까 바로 앞에.
아까 그 사내아이가 나를 보며 서 있었다.
부딪힌다는 생각에 나는 핸들을 확 꺾었고, 그대로 넘어졌다.
넘어지는 와중에 사내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코가 없었다.
입술도 없었다.
정확히는 윗입술만.
위쪽 이만 드러나있는 정말로 괴상한 모습이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보니,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든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전거에 올라타니, 왼쪽 뒤편에서 [놀자.] 하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리가 까져서 피가 나고 있었지만, 죽을 각오로 페달을 밟았다.
노래나 부를 여유 따위 더는 없었다.
소꿉친구네 집으로 곧장 달려갔다.
도중에 묘하게 페달이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알고 있는 경문을 떠듬떠듬 읊으며, 반쯤 울면서 갔다.
소꿉친구네 집에서 소금을 뿌려줬고, 그 이후 딱히 별 일은 없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체험한 심령사건과 함께, 나의 여름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