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시즌인지라 대학에 합격했다 불합격했다 라는 글들이 많이 올라 옵니다.
붙으신 분이나 떨어진 분이나 들려드리고 싶은 노래는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입니다
지금은 그냥 인생이 진행되는 과정일 뿐입니다.
또 제 동생 얘기도 들려드리고 싶어서 예전에 제가 썼던 글을 조금 수정해서 다시 얘기 드립니다
재활용이긴 하지만 10년 가까이 된 글이니 너무 뭐라하진 마세요.
저에겐 여동생이 있습니다. 전 남자 입니다. 2살 터울이지요저랑 동생이랑 인생 이제 40년 조금 넘게 살았습니다.이 짧은 인생에서 너무도 다른 모습으로 살아왔습니다. 같은 집에서도요유아기나 : 5살에 한글 스스로 터득 국민학교 입학 전까지 한자도 왠만치 터득 신문 읽을 수 있을 정도 신동이란 말을 종종 들음동생 : 국민학교 2학년까지 한글 못 읽음. 부모님이 저능아 인줄 앎.국민학교나 : 줄곳 전교1등 공부에 관련된 상은 모두 내꺼. 시험은 거의 백점.동생 : 성적으론 중하위 상 거의 못받음.중학교나 : 인생에서 공부 말고 다른 것도 있다는 것을 알게됨 성적 중간에서 약간 아래동생 : 성적 여전히 중하 나랑 내동생이랑 별 차이 없었던 유일한 시기 임고등학교나 : 그나마 공부가 낫다고 깨달음. 성적 상위권으로 도약동생 : 성적 여전히 중하대학입시나 : 우수한 성적으로 별 부담없이 상위권 대학에 한번에 입학동생 : 서울에 갈 수 있는 4년제 없음. 전문대도 떨어져 재수 재수한 후 4년제 다시 줄줄이 떨어지고 전문대 전산과에 입학 전문대 졸업시 편입하겠다 주장. 편입도 떨어짐 편입 재수해서 중위권 대학에 편입취직나 : 대학교 3학년때 내 전공분야에서 국내 최대기업에 입사 확정 4학년 남들 취업준비할 때 모든 소설책을 섭렵하고 입사하겠다며 소설책 약 400여권을 읽었음 사실 지금와서 보면 그 때 읽은 책들이 인생에 더 도움되더라 별무리 없이 대기업 입사동생 : 대학 졸업시 상위권 대학의 대학원에 갈 것을 교수로 부터 제의 받았으나 부모님이 취직해 조금다니다 시집이나 가라고 완강히 반대함 내가 회사에 입사했을 때라 동생에게 아버지가 안보내주면 내가 등록금 내준다고 큰소리 쳐 대학원 진학. - 물론 등록금은 아버지가 내심.여기까지는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고 공부 잘 해서 일류대 나오고 대기업에 간 잘 나가는 오빠와 공부도 못해 부모님의 걱정만 끼치는 동생의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그러나 이 이후 제 동생의 대 역전극이 벌어집니다.그러나 제동생은 대학원 다닐때 아일랜드에서 한 학술발표회 때 국내 최대 기업인 S전자(어딘지 알겠지) 입사를 제의 받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별로 갈 생각이 없었읍니다. 하지만 중위권 대학 출신에 편입이라는 딱지를 달고 여러 연구소에 들어갈려고 해보지만 실패합니다. 그러다 그회사에서 원서를 보내준게 생각나서 써가지고 갔더니 이미 마감된 후 였답니다. 그래서 입사 제의를 해주셨던 분께 찾아갔더니 원서 두고 가라고 하시더랍니다.그 후에 그냥 합격 처리되고 입사를 했습니다.그리고 그 회사 연구소에 근무하며 2년 만에 과장급으로 진급했습니다.
제동생이 입사하고 몇년후 아버지가 갑자기 수술을 하게 되셨는데 수술이 안되어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오랬동안 계시게 되었습니다.
한달만에 병원에서 청구서가 나왔는데 1500만원 이었습니다. 어머니랑 저랑 깝깝해 하고 있는데 제동생이 보더니 연말 보너스를 2000만원 탔다며 자기가 그냥 내겠다고 오래 고민도 안하고 내버리더라고요
어머니는 좋아하시고 전 조금은 자존심도 상했지만 그래도 동생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우리집의 천덕꾸러기 였던 애가 너무도 통쾌하게 변해있었습니다.
우리마누라가 가끔 동생이랑 저랑 비교하며 투덜거리면 전 '걔는 25년간 잘난 오빠때문에 구박받고 스트레스 받았었어. 걔가 나보다 나아진건 몇년 안되'라고 얘기해줍니다.
그 이후로도 제동생은 소위 잘나갑니다. 그 회사 핸드폰에는 모두 제동생이 개발해낸 무언가가 들어있답니다.
저는 잘 모릅니다. 제동생이 대외비라고 뭔지는 안가르쳐줘서 .... 단지 그로인해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나 봅니다.
제가 몇년전 저희 부서에서 사람이 필요해서 계약직 직원을 채용한 적이 있습니다.
이력서를 몇명 받았는데 한명이 전문대 나오고 편입해서 야간대학졸업하고 야간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친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제동생이랑 너무도 비슷했지요.
그래서 그친구를 채용했습니다.
나중에 그친구랑 얘기해보니 야간 대학원 다니는 것 땜에 면접에서 몇번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얘기해줬습니다
"20대 후반의 이력서를 보면 사실 볼게 없어. 20대 후반까지 뭐 한게 있겠니.
하지만 네 이력서를 보니까 몇줄 안되는 이력서 속에서도 네가 포기하지 않고 얼마나 치열하게 한걸음 씩 나아갔는지 느낄 수 있었어.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일도 더 열심히 해. 그래서 너를 뽑았다.
낮에 열심히 일하고 나중에 네가 나보다 더 잘 될거야. 잘되면 나 좀 잊지말고 잘 봐줘."
실패는 포기하는 사람들이 하는 겁니다. 포기하기에는 인생이 겁나게 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