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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김경주, 먼저 자고 있어 곁이니까
진정제를 맞고 나는 웃는다
이상한 매를 맞은 소년처럼 웃는다
책상 서랍에 두고 온 책받침 생각처럼
웃는다
문을 만지면
손바닥이 노래진다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너한테 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없었지만
말을 사랑하는 우리의 숫자들이 웃는다
문을 열면
회복실일까
이야기나 짜는 생활이 직업이 되어서는 안 되지
이 이야기를 생활로 바꾸어도 시가 되지도 않겠지만
문을 닫아 두면
줄타기나 줄넘기나 거기서 거기란 생각
어느 날 이상하게 슬픈 플립을 연 후
잠들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먼저 자고 있어 곁이니까
내 눈에게 보내는 타전이었다
박준, 지금은 우리가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권대웅, 아득한 한 뼘
멀리서 당신이 보고 있는 달과
내가 바라보고 있는 달이 같으니
우리는 한 동네지요
이곳 속 저 꽃
은하수를 건너가는 달팽이처럼
달을 향해 내가 가고
당신이 오고 있는 것이지요
이 생 너머 저 생
아득한 한 뼘이지요
그리움은 오래되면 부푸는 것이어서
먼 기억일수록 더 환해지고
바라보는 만큼 더 가까워지는 것이지요
꿈속에서 꿈을 꾸고 또 꿈을 꾸는 것처럼
달 속에 달이 뜨고 또 떠서
우리는 몇 생을 돌다가 와
어느 봄밤 다시 만날까요
류성훈, 요절
지금도 나만 아는 죽음이 있다
당신 딸보다 더 어려진 시간 속
그 무채색 미소에 평생을 인사하던
한 영정, 옆에 영정, 옆에 또 영정
도무지 또 갈 수도 없던 그곳에
팔 수 없어야 추억되는 것들은
물건뿐이 아니어서, 추억되고 싶어서
요절이 가장 멋있어 보이던 우리에겐
자살 같은 게 꿈인 때도 있었는데
어떻게든 아등바등 살고 싶은 건
단지 두려워서였다, 는 걸 알고
아무것도 고맙지 않을 때가 있다
이제는 죽는 게 대안도 못 되는 시절
그만큼 우리의 끝을 저당 잡고
사고, 쓰고, 얼마나 버려왔는지
지겹도록 슬픈, 슬프도록 지겨운
소식을 또 듣는다 생전에 알지도 못하던
조문객들이 앞다퉈 당신을 사러 올 때
잘 몰라야 팔 수 있는 건 아직도 많다
아무도 가 본 적 없지만 모두가 지겨운
그 밑천 거덜 난 길, 이젠 무엇으로
새 짐을 꾸릴 것인가
전윤호, 보석상가
예전에 만났던 사람이 그리워
종로3가로 갔지
전화 한 통화에 일주일을 견디고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비싼 표를 사던
단성사는 보석가게가 되어 있었네
히잡을 쓴 여자들이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저 골목은
우리가 연기 속에 삼겹살을 굽던 곳
이미 그는 없는데
나는 무엇을 보고 싶었던 건지
창덕궁으로 가는 길엔
화사한 한복 입은 아가씨들이 꽃처럼 날아다니고
빨간 점퍼가 서러운 노인들이 그늘에서 막걸리 마시는 종로3가에는
나를 닮은 유령이 가로수로 서 있고
그때는 그리도 답답했던 순간들이
환한 불빛 속에서
보석으로 반짝이고 있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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