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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929
    작성자 : 용추
    추천 : 4
    조회수 : 1018
    IP : 211.40.***.244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08/02/02 11:21:08
    http://todayhumor.com/?readers_929 모바일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열린책들/이윤기 역]
    (제 미니 홈피에 올렸던 글이라 반말투입니다. 이해하고 읽어주세요. 그리고 출판사는 굳이 열린책들이 아니어도 상관 없겠지요. 다만 이윤기씨가 저명한 번역가인 점은 구입에 참고할만한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고전이라 불리는 것들은, 그것이 음악이든 문학이든 또는 가끔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미술이나 무용에서도, 나의 경우 '명불허전'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해당 작품과 이해관계가 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대다수로부터, 그것도 이른바 전문가 집단에서 공통되게 좋은 작품으로 인정되는 것들에는 확실히 어떤 에너지와 기품, 가슴 깊은 곳을 흔드는 강렬한 메세지 등등이 담겨 있다. 

     

    요즘 들어 인문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말들이 많은데 이 진단이 맞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내 생각엔 여기에 가장 훌륭한 처방은 '고전 읽기'가 아닐까 싶다. 아니, 사실 아무 책이라도 읽는 것이 가장 훌륭한 처방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아무 책이나 읽으라고 하는 것도 살짝 무책임하긴 하다. 하나를 읽어도 제대로 된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그런 접근을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책읽기는 절대 부담스런 그 무엇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고전이 부담스러운 것은 뭐니뭐니해고 분량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을 것 같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소설이라 해도 500페이지가 훌쩍 넘고 게다가 상하 두권 이러면 기가 질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물론 두권짜리 다빈치코드가 대박 베스트셀러가 되듯 분량이 절대적인 것도 아닐 것이다. 거기 담긴 내용이 좀 말랑말랑, 달착지근하고 긴박감도 좀 있고 해야 하는데 아우~~ 우리의 고전이라는 것들은 대부분 한 페이지에 5분, 봐도 뭔 소린지 모르겠고 페이지 아래쯤 오다보면 위의 내용이 생각 안나고 그런다. 언제 끝날지만 기다리면서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남은 페이지가 얼마나 되나 짐작해보고 하기 시작하면 그 책은 이미 글렀다고 봐야 한다. 

     

    왜 얘기가 이렇게 됐지? 아무튼 책읽는 습관이 중요하다. 그리고 올바른 독해 능력이 중요하다. 인터넷 상에 글을 쓰면서 가장 놀란 것이 바로 너무나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기본적인 독해 능력'에서조차 심각한 결함을 드러낸다는 점이었다. 그 수는 너무 많았고 그 정도는 너무 심했다. 행간을 읽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반 미친 짓이고, 그저 쓴 그대로만 잘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것도 정신 건강에 그리 좋은 것이 아니었다.   

     

    어릴때부터 책을 가까이 하는 것 외에는 수가 없다. 책이라는 매체에 친근해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며 이것은 물경 스물 다섯 이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 나이를 넘으면 이전의 습속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아니, 외려 책을 좋아하던 사람이 멀리 할 수는 있을지언정 멀리 하던 사람이 스물 다섯 넘어 책읽기를 좋아하게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고전은 지루한가? 그럴 가능성이 크다. 어려운가? 그럴 가능성이 크다. 짜라투스투라가 뭐라고 얘기했는지 알아내는 것은 심히 어려운 작업이다. 과학혁명의 구조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 알아내는 것도 역시 어렵다. 하지만 눈을 돌려보자.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데미안은 어떤 시련을 겪고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의 조르바는 어떤 인간이며 그는 우리의 가슴을 어떻게 덮히는가하는 걸 바라보는 작업은 훨씬 수월한 일이다. 

     

    소설을 읽자는 얘기다. 다른 이의 삶을 훔쳐보는 것, 이게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가. 뛰어난 작가들이 빚어놓은 '나와는 다른 삶'을 바라볼 때 우리가 얻어낼 것은 진정으로 많다. 특히나 이 책 '그리스인 조르바'는 오프닝부터 내 가슴을 뜨겁게 하더니 끝날 때는, 좀 과장해서, 내 심장을 거의 미디움 정도로는 달궈 놓았다. 읽는 이에 따라서는 완전 웰던급으로 익어서 정신병원에 갈지도 모르겠다만 뭐 그거야 모든 훌륭한 약에 따르는 사소한 부작용 정도라고 봐야 할 터이다. 으흥.

     

    만원도 안하고 인터넷 서점에서는 7500원이네. 조르바를 보다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주인공과 조르바가 만나서 그들이 살 곳에 처음 당도하는 장면인데 그때 누더기를 걸친 거지 여자가 조르바를 향해 다가와 이렇게 묻는다.

     

    "보쇼, 형제. 영혼이 있수?"

    "있지."

    "그럼 5드라크마만 줘요"

     

    5드라크마를 주고 난 후 조르바는 웃음이 번진 얼굴로 주인공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두목, 이 동네는 물건 값이 참 싼 모양이군요. 영혼 값이 겨우 5드라크마라니!"

     

    이 얘기를 훔쳐 나는 이렇게 적고 싶다. 

     

    "영혼값이 겨우 7500원이라니!"

     

    나이 한살이라도 어릴때 빨리들 읽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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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02 16:54:02  221.150.***.68  
    [2] 2008/02/02 23:31:16  211.59.***.96  
    [3] 2008/06/12 14:02:42  218.237.***.41  토끼씨
    [4] 2008/08/18 12:06:44  218.20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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