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쯤인가 잠결에 밖에서 구르릉 거리는 소리가 계속 나 이게 천둥 소리인가 무슨 공사장에서 나는 소리 인가 했는데
7시쯤 일어나 창문 밖을 보니 비가 추적 추적 내리고 있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어차피 언젠가 우중라이딩 할거라는 생각도
있었고 여기서 머물며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출발 하기로 했다. 대충 씻고 자전거 달릴 때 앞 드레일러 쪽에서 계속 '찌걱 찌걱'하는
소리가 나 점검을 해 보았는데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다음 큰 도시에 가면 샵에서 한번 점검 받아야 겠다.
어제는 못 봤는데 시장이 있어 한번 들려 봤다. 내 여행 중의 한 주제인 시장.
많은 육고기를 냉장고 없이 저렇게 늘어 놓고 판다. 가까이서 보면 '구워 먹으면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선해 보인다.
여기서 요깃거리로 중국인들이 아침에 많이 먹는다는 튀김빵을 2개 샀다. 1.5위엔(270원)
시장 안쪽은 지붕이 있어서 괜찮았는데 이분들은 입구쪽에서 비를 맞으며 물고기를 팔고 계셨다.
우비를 입었다고 해도 습기가 차 얼마나 눅눅하고 꿉꿉할까. 사실 팔자 편한 여행자로써 사진 찍기가 죄송했다.
통화읍을 빠져 나가면서 비가 점점 더 굵어졌다. 번개도 많이 치고..
계속 굵은 비를 맞으며 가다가 통화시 바로 전에 발견한 표지판. 장백산 안내가 되어 있어 찍어 봤다. 오늘의 목적지인
백산도 보이고.. 비가 많이 오니 카메라 꺼내기가 쉽지 않아 사진도 많지 않다.
이 사진은 근접이라 안 올리려고 했다가 뭐 어차피 베린 몸 후다짱 다 까고 그냥 올리기로 했다. 고어텍스 모자/자켓으로 상체는 젖는 것을 방지 할 수 있었다. 하체는 젖지 말아야 할 곳까지 이미 젖어 버리고..
통화시를 우회하여 산쪽으로 지나는데 번개가 엄청나게 쳐 댔다. 바로 옆, 위에서 쩍쩍 갈라지는데 상당히 겁났다.
이 지역 산이 모두 나즈막 하고 평평한 지대라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번개가 오랫동안
계속 칠 수 있는지... 여태 경험해 보지 못한 번개였다.
가을용 긴팔 등산복 상의와 우의 대신 고어텍스 자켓을 입었는데 몇시간 동안 계속 비를 맞으며 달리니 너무 추웠다.
비가 오니 장갑도 끼지 않아 손시렵고 하얗게 굳었다. 해가 뜨면 너무 더운데 비가 오니 입김이 날 정도로
추워지는 걸 보고 내가 북쪽으로 올라 오긴 올라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열량을 보충하려고 아침에 산 튀김빵을 먹었다. 장소가 마땅치 않아 사용하지 않는 낡은 건물 출입문 위에
설치된 1평도 안되는 캐노피 아래에서 자전거 세워놓고 먹는데 물은 계속 튀었다. 빵을 먹고 당분간 입을 일어 없을 줄 알고
페니어 깊숙히 넣어 놓은 겨울용 긴팔 상의와 윈드스토퍼 기모자켓을 꺼내어 껴 입으니 한결 좋았다. 아래는 이미 다 젖었으니
어쩔 수 없고 상의 4개 껴입고 다시 출발..
3시쯤 해가 났다. 추위로 떨다가 따뜻하니 좋았다. 여기는 무슨 공장 많은 동네인데 별로 살고 싶지 않은 동네 분위기...
비는 그치는가 싶더니 다시 왔다. 사실 내가 이동하고 있으니 비가 오고 있는 지역으로 들어 간 것일 지도 모르겠다.
한 10분 동안은 굵은 소금 크기의 우박도 내렸는데 원래 우박 올때 한번에 대차게 오는지 튄 우박에 얼굴이 따끔할 정도였다.
좀 가다가 발견한 주먹만한 두꺼비. 뒤지는 지도 모르고 도로쪽으로 엉금 엉금 기어 가길래 내가 발로 도로 바깥쪽으로 툭툭차니
급한게 없는지 엉금 엉금 풀 있는 쪽으로 기어 들어 갔다. 도로에는 이미 많은 개구리들이 차에 깔려 박피되어 하얗게
흐물흐물해져 있었다.
비는 점차 잦아 들더니 그쳤다. 많이 지쳐서 목말라 작은 상점에서 산 콜라. 중국 콜라는 처음 사서 마셔봤는데
콜라에 까스활명수 섞은 맛이 났다. 앞으로는 돈 주고 사먹지 말아야지..
5시 넘어 백산시에 도착했다. 비도 그치고 기분이 좋아 질려고 하는데 자전거 뒷바퀴가 또 빵꾸다.
실빵꾸라 나중에 때우기로 하고 펌프로 바람만 넣고 빈관을 찾아 좀 돌아 다니다가 40위엔(7,300원)짜리
깔끔한 곳이 있어 짐을 풀었다.
빈관에서 씻고 밥먹으러 나왔다가 어두워 지기전에 좀 돌아다녀 봤다. 작은 시장이 있었는데 건진 사진이 별로 없다.
우선 뿔(유바)달린 내 자전거를 끌고 다니면서 사진기 들고 뭘 좀 할려고 하면 상인들이 뭐하는 놈인가 쳐다보니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다. 위에 사진도 줌으로 땡겨서 찍음. 먹어 본 적이 없는 과일에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데...
강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 저녁 먹고 나왔는지 사진에서 보기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먼저 허렌에서 실패한 면요리에 다시 도전해 보기로 하고 통유리 밖에 메뉴들이 사진으로 붙어 있는
가게에 들어가 맛있어 보이는 위의 면을 주문했다. 가격은 10위엔(1800원).
맛은.. 어우 이건 그냥 향신로 면요리 끝판왕 같은 맛이었다. 향이 얼마나 강한지.. 향이라기 보다는
빨래하는 세제 냄새에 입이 아리기까지 했다. 마늘 먹었을때 같은 그나마 좋은 아림이 아니고 WD40 같은게 입에 묻은거
같은 기분 나뿐 아림이었다. 면만 간신히 건저 먹고 국물은 거의 남겼다. 이번에도 잘못된 선택이었다. 아주..
혹시나 다음에 또 먹게 될까봐 그 메뉴 사진까지 찍어 놨다. 근데 이런 음식을 즐기는 중국인 들이 이상하기 보다는
많이 부러웠다.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도록 길들여진 입맛. 마치 외국인들은 코를 막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청국장, 마른오징어, 홍어, 쑥국 같은 것 처럼..
향이 입에 계속 남아 좀 걷어 내고 싶어서 꼬치를 하나 사먹었다.
좀 매콤해 보이는 문어 꼬치. 근데 문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은 좋았는데 맛이 생각했던 맛이 아니었다.
문어에 고추장물에 미원가루 뿌려먹는 맛. 그래도 아까의 향신료 맛을 좀 걷어 내는데는 도움이 되었다. 3위엔(550원)
서서 꼬치를 다 먹고 쓰레기 통이 안보이길래 '이거 어디다 버려요?'하는 제스쳐를 하니 그냥 땅에 버리라고 손짓한다.
그리고 "나궈롄?"(어느나라 사람임?)하길래 한국인이라고 하니 모친인지 뒤에 있던 할머니하고 같이 뭐라하며 웃어 준다.
그리고 바로 매장 정리 하심. 고단해 보이는 그들의 장사가 좀 나아지길 바래봤다.
저녁도 때웠겠다 지나가다 보이는 야간시장인지에 가서 또 기웃거려 봤다. 꼬치가 가장 많고 그외 튀김, 구이, 지지미 등
많은 요리들.. 한번씩 맛보고는 싶지만 돈도 돈이고 이미 배는 부르고 구경만 했다.
특이한 것은 보통 낮에 다녀본 다른 시장들은 나이든 사람들이 많았는데 여기는 대부분 손님이 젊은이들이다.
많은 생각이 들게 했던 이곳. 사진으로는 거의 안보이지만 길을 따라 양옆으로 매대, 보따리 장사꾼들이 늘어서 있다.
가로등도 없어 깜깜한데 그나마 사정이 좋은, 매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작은 불이라도 켜고 장사를 하고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후레쉬를 들고 장사를 한다. 손님이 오면 후레쉬로 상품을 하나씩 비춰주면서 물건을 팔고
또 손님도 큰 불편이 없다는 듯이 흐릿한 불빛에 신발도 신어 비춰보고 옷도 고르고.. 열심히 팔고 열심히 산다.
이 시장은 중간 부분에서 옷, 신발, 장난감, 악세사리, 생활 용품 등을 팔고 냄새, 연기 때문인지 시장의 양쪽 끝
부분에서 음식, 과일을 주로 판다. 내가 시장 끝에 갔을 때 과일 파는 곳이 보여 가서 여러 과일을 조금씩 살 수 있는지
손짓으로 설명하다 아줌마 반응도 냉담하고 해서 그냥 체리를 가르키니 손가락을 네개 펴보이며 4(스)콰이이라고 해서
달라고 했다. 파는 양의 기준은 모르겠는데 한주먹정도 되는 양을 봉지에 담아 주었다. 그래서 내가 10(시)콰이짜리
지폐를 한장 주고 체리를 하나 꺼내 먹으면서 잔돈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줌마는 돈을 받아넣고는 뭐라고 뭐라고 하더니
돌아서서 딴 짓을 한다. 그래서 불러 체리 봉다리를 가르키며 "시콰이"(이거 4콰이잖아요)라는 제스춰를 하자
짜증을 내며 뭐라 뭐라 '시콰이' '스콰이' 어쩌구 저쩌구 한다. 그리고 또 돌아서서 딴청.. 내가 당황해서 별 반응은 못하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럼 딴거는 얼마나 하나 물어 보니 이제는 대놓고 짜증을 낸다. 여기서 나도 '이런 엿같은게..'라는
짜증이 터져 체리 봉지를 치켜 올리며 인상을 쓰며 손바닥을 펴고 안살테니까 내 놓으라고 했다. 열 받으니까 그냥
한국말이 나왔다 "내놔, 내놔". 이번엔 '아까 한개 먹었지 않느냐' 하는 손짓을 하길래 1콰이 짜리 하나를 꺼내 과일위에
던지면서 또 내 놓으라는 시늉을 하니 그때서야 돈을 돌려 준다. 중국와서 처음 겪는, 더러운 인간성을 접한 일이었다.
이 아줌마는 '스'와 '시' 숫자에 대한 나의 발음이 일치하지 않고 중국말을 못하니 속여보고 난처하게 만들어
대충 이득을 취할려고 했던것 같다. 내가 중국말은 못하지만 값어치에 대한 개념은 있으니 생각처럼 되지 않은 것이고...
※ 중국 시장이나 상점 같은 곳에서는 거의 '위엔' 대신 '콰이'라고 말하니 참고하세요.(4콰이는 730원, 10콰이는 1,800원 정도)
시장을 나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보인 중학교. 9시쯤이었는데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한국처럼 수업은 끝나고
야자를 하는건지 야간중학생 들인지 모르겠다.
과일 파는 아줌마 때문에 짜증이 많이 났지만 돈도 돌려 받았고 여기는 중국이라는 생각을 하니 생각보다 금방
안정이 되었다. 그치만 역시 좀 우울해 져서 기분 전환하려고 상점에서 맥주, 음료수, 아이스크림, 자잘한 군것질거리를
사다 먹고 잤다. 36위엔(6,600원)
이동거리 : 95km
지 출 : 92위엔(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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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치 여행기인데도 쓰다보니 또 2시가 넘었네요. 여행기에 제 느낌, 생각들을 더 많이 쓰고 여러분과 공감하고 싶은데 일정 위주로
쓰는데도 시간이 이렇게 걸리니 아쉬움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