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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최승자, 어느 날 나는
하늘이 운다
구름이 운다
일생이 불려가고 있다
어느 날 나는
마지막 저녁을 먹고 있을 것이다
정호승, 폐지(廢紙)
어느 산 밑
허물어진 폐지 더미에 비 내린다
폐지에 적힌 수많은 글씨들
폭우에 젖어 사라진다
그러나 오직 단 하나
사랑이라는 글씨만은 모두
비에 젖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다
홍사성, 눈물
낙타는 늘 눈이 젖어 있다
사막의 모래먼지 씻어내기 위해
사람도 가끔 눈이 젖는다
삶의 고단함 따위 씻어내기 위해
나호열, 불후의 명곡
세월 이기는 사람 보지 못했다
어느 사람은 늙어갔고
어느 사람은 낡아져 갔다
늙지도 않고
낡지 않을 수 없으나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그저 잘 익어갈 수는 있을 듯
문득 한 소절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려
늙음과 낡음이 몸을 섞어
물컹 뒷맛으로 남는 일
독이 오른 가슴에서 쏴아쏴아 술 익는 소리
석류 기어코 터지고 말 때 들려오는
시월의 시린 저 발자국 소리
박찬, 햇살이 쓸쓸하다
햇살이 쓸쓸하다
아스팔트 위로 쨍쨍 내려 쪼이는
햇살이 쓸쓸하다
시절은 말복인데
찐득하게 아스팔트를 녹이는
햇볕이 무한정 쓸쓸하다
이글거리는 해의
저 푸른, 절정의 시간
절정에서 더욱 쓸쓸한 것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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