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있었던 일이다.
우리반은 그날 마지막 교시, 영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초여름이라 에어콘도 없는 교실은 그야말로 찜통처럼 더웠다.
게다가 그날은 비가 와서 밖이 어둑침침했다.
언제 번개가 내리쳐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음침한 분위기였다.
그 때문이었을까, 반 전체가 무언가 위축된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 영어 수업은 자신에 관한 스피치를 발표하는 것이었다.
단상에는 친구 K가 올라와 있었다.
우리가 야유를 보내는 사이, 그 녀석은 변변치 않은 영어로 스피치를 시작했다.
스피치 중반, 갑자기 K가 말을 멈췄다.
반 아이들 모두 무슨 일인가 싶어 의아해하고 있는데, 멍하니 있던 K가 작게 중얼거렸다.
[목이 떠 있어.]
다들 K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뒤를 올려다봤다.
몇명인가 비명을 질렀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정확히 교실 한가운데 공중에, 머리카락 덩어리가 떠 있었다.
결코 있을 수 없는 물체인데다 너무나 기분이 나빴다.
교실은 그게 보이는 녀석과 안 보이는 녀석이 섞여, 혼돈의 도가니였다.
게다가 그것은 좀처럼 자취를 감추지 않아, 선생님들이 몰려오기 직전까지 계속 공중에 떠 있었다.
결국 그날은 그대로 집단 하교를 하게 되었다.
그게 보이지 않았던 영어선생님은 집단 히스테리 현상이라고 정리해버렸고, 그걸로 끝이었다.
다만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공중에 떠 있던 머리카락 덩어리를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게 나타난 한순간, 광기에 사로잡혔던 교실 분위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