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카페에서 일하는 새내기 바리스타 입니다.
하루에도 많은 사람이 오가는만큼 정말 다양한 유형의 손님들을 만나봤는데요...
인터넷 멘붕글에서 현신한 것 같은 진상오라를 풍기는 손님도 계시고,
제가 다 미안해질 정도로 친절하고 매너 좋으신 손님도 계세요.
사실 카페에서 일하게 되면서 제일 불편한 손님이 어린아이를 동반한 손님인데..
일단 아이들은 여러 의미에서 통제가 안 되고,
(시끄러운 건 둘째치고 매장에서 킥보드는 너무하잖아....)
그렇다고 아이들한테 직접 훈계를 할 수도 없고,
카페를 나간 뒤에 남기는 흔적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렬하여...
(떨어트리고 흘리고 흩날리고 던지고 울고 울리고 심지어 귀저기까지 으어어...)
뭐 이런 경우는 거의 아이들 잘못이라기 보다는 매너 교육에 무관심한 부모님을 탓하고 싶습니다만 어쨌든...
오늘도 샷이 나이고 내가 샷이 되는 샷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러 원두를 갈갈 하고 있는데
어린 꼬마 여자아이를 동반한 어머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다섯살 정도 되어 보였는데 애가 참 귀엽고 예쁘게 생겼더라구요.
어머님이 주스를 하나 주문하셔서 셋팅하고 픽업 바에 가서 진동벨을 누르는데
어머님은 안 보이고 그 꼬마가 진동벨을 들고 왔어요.
사실 애가 너무 작아서 픽업 바에서 안 보였어요 ㅋㅋ
정수리만 조금 보이고...
그래서 주스를 줬는데 애가 까치발을 들고 진동벨을 저한테 힘껏 내밀더니
그 똘망똘망한 눈을 빛내면서 고맙쯥니댜 이러는 거예욤으으ㅡ흐규ㅠ휴ㅠㅠㅠ
고맙쯥니댜라니 이게 어디 말이죠 세상에 으흐규휴규휴ㅠㅠㅠㅠ
어허어휴규ㅠㅠㅠㅠㅠ 태어나길 잘했어....
저도 모르게 어머 귀여워!! 다음에 또 오세요 이렇게 인사했어요.
진짜 제가 오늘을 위해 카페에서 일했구나 라고 생각될 정도로 피로가 날아가버리는 날이었습니다.
평소 포커페이스인데다 앞머리로 눈이 가려져서 무뚝뚝해보인다는 소릴 많이 들었는데 오늘만은 하루종일 광대승천이네요.
또 보고 싶다.. 이름모를 꼬마앓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