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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각국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고 널리 신봉되고 있는 불교는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죽어도 다른 생명체로 계속 다시 태어난다.”는 전생과 환생론을 퍼뜨렸으며, 이는 오늘날 동양인들의 사고에 큰 믿음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양과 멀리 반대쪽에 떨어져 있는 서양에서는 과연 이런 전생과 환생에 대한 믿음이 없었을까? 고대 서양의 근간을 이루는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켈트족과 게르만족의 사고방식에서는 놀랍게도 전생과 환생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기원전 6세기 무렵, 그리스인들의 이주 식민지였던 이탈리아 남부에서 널리 믿어졌던 오르페우스 신앙은 인간이 죽은 뒤에도 그 영혼은 인간이나 동물로 계속 태어난다는 교리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기원전 5세기의 유명한 철학자 플라톤은 육체와는 달리, 영혼은 소멸되지 않고 계속 같은 형태의 생명체로 태어나지만, 죄를 저질러 타락한 인간은 인간보다 더 미개한 생명인 동물이 된다고 주장했다.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인간이 죽으면 그 영혼은 콩에 머무르다가 다른 인간이나 동물의 몸속에 들어가 새로운 생명체로 계속 태어난다는 윤회론을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서기 3세기 경, 로마의 철학자인 플로니토스는 플라톤과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살아있을 때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지만, 죄악을 저지른 자는 동물이 되어 인간들에게 먹히거나 학대를 받는 비참한 삶을 산다고 말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축생도와 비슷하다.
북유럽 지역에 넓게 퍼져 살았던 켈트족도 전생이나 환생 같은 윤회론을 깊이 신봉하고 있었다. 지금의 프랑스인 갈리아 지방을 정복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남긴 <갈리아 전기>에 따르면, 갈리아의 켈트족들은 육체가 소멸되어도 영혼은 불멸이며, 계속 다른 모습의 생명체로 태어난다는 믿음을 가졌다고 한다.
외부인인 로마인의 기술 이외에도 아일랜드의 켈트족들이 남긴 신화집인 침략의 책(Lebor Gabála Érenn)에 따르면 아일랜드 아일일 왕의 딸인 이테인 공주는 청년 미디르와 사랑에 빠졌는데, 미디르의 전처인 푸암나츠의 저주에 걸려 벌레와 나비로 살다가 12년 후에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 그와의 사랑을 이루었다고 한다.
켈트족의 이웃이었던 게르만족들도 환생을 믿었는데, 게르만 신화집인 <에다>에 따르면 악신 로키의 간계에 빠져 죽임을 당한 정의의 신 발드르는 세계의 종말인 라그나뢰크가 끝나면 저승에서 돌아와 세계를 평화롭게 다스린다고 언급된다.
동양과 거리가 먼 고대 서양에서 이처럼 환생에 대한 믿음이 널리 퍼진 이유는 백인계 유목민인 아리안족의 이동에 따른 결과이다. 아리안족은 세계의 모든 생물과 자연 현상에는 신성이 깃들어 있다는 범신론과 세상의 모든 생명들은 육신이 죽어도 소멸되지 않고 다른 형태로 다시 살아난다는 윤회론적인 신앙을 가졌다.
이러한 아리안족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탄생한 종교가 인도의 브라만교와 불교, 그리고 힌두교이다. 세 종교를 창시한 사람들이 바로 기원전 12세기 무렵에 인도를 침입해 정착한 아리안족이었다.
브라만교와 힌두교에서는 환생을 중요한 교리로 삼았는데, 전생에서 훌륭한 일을 한 인간은 상위 신분인 브라만으로 태어나 부귀영화를 누리고 반대로 악행을 저지른 인간은 하위 신분인 천민 계급 수드라로 태어나 힘든 일을 하고 산다는 가르침이었다. 불교는 신분차별에 반대했지만, 전생과 윤회의 업보는 부정하지 않았다.
아리안족은 인도뿐 아니라 페르시아와 유럽에까지 널리 퍼져나갔다. 기원전 12세기 무렵, 그리스를 침입한 도리안족이나 서유럽과 북유럽으로 진출한 켈트족과 게르만족 및 동유럽에 정착한 슬라브족 모두 아리안계 민족이었다. 고대 인도인과 유럽인이 같은 아리안족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학설은 이미 세계 고고학계에서는 정설로 굳어진지 오래이다. 고대 인도의 언어인 산스크리트어가 영어의 기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는 샤카족 출신인데, 이 샤카족은 아리안족의 후손인 백인계 유목민족 스키타이족이었다.
또한, 불교의 상징인 만(卍)자는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와 구조상 거의 동일한데 이것 역시 아리안족의 이동에서 비롯된 일이다. 만자 또는 갈고리 십자가는 고대 아리안족들이 행운과 빛의 상징으로 즐겨 사용했던 문장이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동양뿐 아니라 고대 서양에서도 전생이나 환생에 대한 믿음은 폭넓게 존재했다. 그러던 것이 서기 5세기 이후, 기독교가 유럽을 지배하면서 점차 사라진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전생이나 환생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에게는 오직 한 번의 삶만이 주어진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요즘 미국과 유럽에서 널리 호응을 얻고 있는 뉴에이지(New Age) 운동은 어쩌면 서구인들 스스로의 믿음으로 돌아가려는 귀소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출처 |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144~146쪽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282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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