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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이문재, 혼자의 넓이
해가 뜨면
나무가 자기 그늘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종일 반원을 그리듯이
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
해 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
낮게 깔려오는 어둠의 맨 앞에 갖다놓듯이
그리하여 밤새 어둠과 하나가 되듯이
우리 혼자도 서편 하늘이 붉어질 때면
누군가의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한다
너무 어두우면 어둠이 집을 찾지 못할까 싶어
밤새도록 외등을 켜놓기도 한다
어떤 날은 어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유리창을 열고 달빛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러다가 혼자는 자기 영토를 벗어나기도 한다
혼자가 혼자를 잃어버린 가설무대 같은 밤이 지나면
우리 혼자는 밖으로 나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제 그림자를 찾아오는 키 큰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
박재삼, 자연(自然)
뉘라 알리
어느 가지에서는 연신 피고
어느 가지에서는 또한 지고들 하는
움직일 줄 아는 내 마음 꽃나무는
내 얼굴에 가지 벋은 채
참말로 참말로
사랑 때문에
햇살 때문에
못 이겨 그냥 그
웃어진다 울어진다 하겠네
나호열, 가을
툭
여기
저기
목숨 내놓는 소리
가득한데
나는 배가 부르다
김초혜. 가을의 시
묵은 그리움이
나를 흔든다
망망하게
허둥대던 세월이
다가선다
적막에 길들이고
안 보이던
내가 보이고
마음까지도 가질 수 있는
무상이 나부낀다
마종하, 운다
옷이 젖었다 마르며
주름져 운다
잠자리가 반듯이 펴지지 않아
울기도 한다
옷이 울고 잠마저 울다니
어제는, 인간 아닌
풀꽃으로 눈물겨웠지만
오늘은, 도리 없이
목놓은 웃음도 나오니
들떠 우는 벽지 같은
얼룩진 삶을
문 열어, 마음자리 펴듯
속속들이 말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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