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전날인 10일 “메르스 사태에 대한 집중 대응을 위해 미국 순방 일정을 연기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11일에도 메르스 대응과 관련한 외부 일정이나 회의 주재 등 어떠한 일정도 소화하지 않았다. 이날 박 대통령의 공식 일정은 오후에 청와대를 방문한 장더장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접견이 유일했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 12일 만인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관련 대책을 지시한 데 이어, 3일 민관 긴급점검회의 주재, 5일 국립중앙의료원 방문 등이 지금까지 메르스와 관련한 일정과 행사를 모두 4건 소화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의 메르스 대응은 모두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것이고, 형식도 회의장에서 적어온 내용을 그대로 읽어나가는 천편일률적 방식이어서 아무런 긴장감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이 상황을 주도한다는 느낌도 주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박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직접 나서 현장을 방문하거나 회의를 주재하고 심지어 언론 브리핑까지 나서는 상황과 너무 대비된다는 것이다. 전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다는 식당을 찾아 지역 주민들을 안심시키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과도 비교된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대통령이 갖는 상징성이 있다. 예를 들어 에볼라 대응 때 오바마가 완치 간호사와 포옹을 하는 것은 비록 쇼라고 하더라도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는 지도자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그런 면이 좀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이번 메르스 대응에서 바닥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며 “미국 순방을 연기한 것도 위기감의 반영이다. 하지만 갑자기 스타일을 바꿀 수도 없어 리더십 회복이 쉽지 않을 듯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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