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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이미 지옥이었다.
“나를 죽여주세요. 나를 좀 죽여주세요... 제발!”
“죽자! 같이 좀 죽자! 응?”
“누가 속을 줄 알고? 너만 죽으려고? 나부터 죽여 줘야겠어! 응? 으하하하!”
피가 튀고 살이 찢어졌다.
“됐어!”
죽어가는 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머리가 으깨어지고 팔꿈치가 반대방향으로 접혔다.
“드디어!”
떠나는 이의 마지막 얼굴엔 만족스러운 표정만이 그득했다.
죽은 이는 말이 없는데, 고통스레 우는 이는 하나, 살아남은 자였다.
“왜! 왜! 왜!”
목 놓아 우는 그의 가슴 한 켠엔 아직도 시퍼런 칼날이 박혀 있건만, 그는 죽지 못한 채 울부짖었다.
“왜 죽지 못하는 건데!”
울분을 참지 못하고 끝내 건물 아래로 뛰어 내리는 그의 망막에 먼저 떠나보낸 가족의 얼굴이 맺혔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동생...
모두 그의 손에 운명을 달리한, 그가 살해한 사랑하는 가족들이었다.
‘쿵!’
마지막 회상을 끝맺은 것은 그의 머리와 10층 아래 바닥이 닿아 만든 둔탁한 소리였다. 피가 튀고 짓이겨진 골수가 그 곁으로 흘러나왔다.
빌딩 아래 시체의 산이 그의 몸뚱이만큼 높아졌다.
빌딩 아래 피의 강이 그가 흘린 피만큼 깊어졌다.
지옥이 있다 한들 이보다 더 잔혹할 수 있을까?
살아있는 인간이 사라진 대지 위에 오직 시체를 파먹기 위해 날아든 까마귀만이 의아한 듯 바라본다.
그들이 죽어야만 했던 이유
그리고
끝내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내던져야만 했던 이유...
이 모든 비극은 불과 7일만의 일이었기에 더 서글펐다.
*
그 시작은 경이로웠다. 찬란한 빛이 뿜어졌고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모두의 귀를 사로잡았다.
외계인? 혹은 새로이 개발된 뉴 테크놀러지?
서로 다른 의견과 의혹들이 각을 세우며 다투기를 일주일.
분분해진 인간들의 의심을 일거에 잠재운 것은 빛의 끝, 그 한 점에서 형상화 된 새하얀 날개를 가진 이들이 등장하면서 부터였다.
“우리는 신의 계시를 전하기 위해 찾아온 천사입니다.”
세상이 술렁였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당황한 사람부터 그들을 숭배하는 이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내보인 반응에 세상은 시끄러웠다.
그러자 모두의 의견을 모아 교황이 나섰다.
“당신들은 진정 천사입니까? 사람들은 지금 의심과 불안에 휩싸여 있습니다. 우매한 우리들을 위해 믿음을 주소서!”
그의 간절한 기도와 요청에 답하사 천사는 말했다.
“지금 세상의 질병이 모두 사라질지어다.”
다시 한 번 인류는 술렁였다. 천사가 내뱉은 말이 놀랍기도 했지만, 천사의 공언대로 정말 인류가 고통받아왔던 모든 질병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모든 병실의 침대가 비고 죽음을 눈앞에 두었던 모든 이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왔다.
인류는 환희에 젖었다. 하지만 아직도 의심은 남아 있었다.
이에 교황이 다시 한 번 그들 앞으로 나섰다.
“믿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우리들 중 죄 많은 이들이 있어 당신들을 온전하게 신뢰하지 못하니, 이를 꾸짖어 깨우쳐주소서!”
그러자 교황의 간절한 기도와 요청에 또 한 번 천사가 답하노니,
“지금 세상의 모든 기근과 굶주림이 사라질지어다.”
사실이었다. 굶주림이 사라졌다. 배고파 하루하루 말라가던 아프리카의 아이들부터 휴전선 너머 북의 아이들까지 모두의 팔과 가슴에 살이 차올랐다.
먹어도 혹은 먹지 않아도 모두가 굶주리지 않음에 감사했다.
이에 가슴 벅찬 교황은 전 인류를 대신하여 다시 한 번 그들 앞에 섰다. 천사들이 내린 축복에 감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왜?”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아담이 뱀의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삼킨 것도, 인류가 이토록 번성하여 거대한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 한 단어로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호기심, 교황도 결국 한 명의 인간에 불과하기에 감히 청하여 묻노니.
“당신들께서 인류에 내려주신 크나큰 축복에 경탄하며 또한 감사드립니다. 이제야 비로소 인류는 모두가 하나 되어 당신들의 가르침을 받들 준비가 되었습니다. 알려주소서! 어찌하여 모습을 드러내셨나이까?”
교황의 떨리는 음성 하나하나가 전 세계로 중계되었다. 세상의 모든 TV와 언론이 그의 얼굴을 비췄건만 사람들의 시선은 오직 하늘 위, 그들을 바라보는 빛나는 날개의 사자들만을 향했다.
그리고 그들이 응답했다.
“태초에 당신께서 천지를 창조하시나니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시니 저녁이 되고 또한 아침이 되니 이는 첫 번째 날이니라, 둘째 날에 이르러 궁창을 만드사 위의 물과 아래의 물로 나뉘게 하시니 궁창을 하늘이라 부르시니라, 세 번째 날이 되어 세상의 물을 한데로 모으고 뭍이 드러나라 하시니 모인 물을 바다라 하고 드러난 뭍을 땅이라 부르시니 당신께서 보시기에 좋았더라...”
“오오오!”
창세기의 익숙한 구절이 들려오자 교황이 기뻐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허나 천사의 음성이 멈추지 않고 ‘당신께서 당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셨으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하심과 마지막 모든 일을 그치고 비로소 안식한 일곱 번째 날까지 연이어 언급하자 어느새 땅에 두 다리를 붙이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교황을 따라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자 비로소 모두가 기다리던 ‘왜?’에 대한 답을 주었다.
“당신의 뜻과 달리 지상의 모든 아들과 딸들이 탐욕과 오만에 젖어 서로를 시기하고 싸우니 이에 한탄하신 당신께서, 당신의 창조물들을 어여삐 여겨 단 칠일의 안식일을 주시니, 그 칠일 동안 천국의 문이 활짝 열려 스스로 당신이 주신 생명을 끊은 자를 제외한 모두가 그곳에 들게 하라 하셨다.”
폭풍 같은 충격이 인류를 휘감고 흔들었다.
‘천국의 문이 활짝 열렸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를 제외한 모두가 그 곳에 들 수 있다.’
믿을 수 없는, 그러나 믿지 않을 수 없는 충격적 소식에 모두가 들끓었다.
헌데 바로 그 순간, 엄청난 굉음이 교황과 그 주변을 뒤흔들었다.
평소 배타적인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천사들을 비난해 온 과격파 무장 세력의 자살 폭탄테러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인류는 놀라운 광경을 목도하고야 말았다. 새하얀 옷으로 갈아입고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하늘로 오르는 교황과 희생자들의 모습이 바로 그 것이었다.
“천국으로! 여러분! 제가 천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하하하!”
물론 천국으로 떠난 교황의 뒤편엔 어두운 그림자도 있었다. 폭탄테러를 감행한 10대 소년이 커다란 낫을 든 사내에게 이끌려 어디론가 사라져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을 술렁이게 만든 일은 그것이 아니었다.
곧이어 벌어진 테러범들과 수비대의 총격전 그리고 그 가운데 생긴 10여명의 사상자, 그들이 누구 하나 빠짐없이 새하얀 옷으로 갈아입고 천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인류의 역사를 뒤바꾸어 놓은 일대 변혁의 도래이자 재앙의 시작이었다.
“죽여주세요. 제발!”
“일주일! 여러분 단 일주일뿐입니다. 어서 빨리 천국행 티켓을 거머쥐십시오. 하지만 절대 잊으셔선 안됩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는 천국으로 갈 수 없습니다.”
“군대를 동원하란 여론이 높습니다만, 하지만 현재 군은 통제 불능의 상태입니다. 동원 가능한 대부분의 병력이 이미 죽어버렸습니다. 여러분 군대를 기다리지 마십시오. 정부와 군은 여러분을 죽여줄 수 없습니다. 부디 천국에서 다시 만나기를...”
“같이 죽을 분을 찾습니다. 동시에 찌르면 됩니다.”
“가족을 먼저 보내고 부득이하게 혼자 남았습니다. 이미 큰 상처를 입어 여자나 노인이라도 저를 죽이기 쉬울 겁니다. 제발! 제발 좀 도와주세요. 저 좀... 죽여주십시오.”
“빌어먹을 새끼들... 저부터 살겠다고 먼저 죽어? 그래서 내 말했잖아. 정부니 뭐니 하는 것들 절대 믿지 말라고! 정치인, 그리고 돈 많은 기업가들이 제일 먼저 죽었어! 그 놈의 천국! 제일 먼저 가서 선점하겠다고 말이야! 그러니 우리처럼 돈 없고 힘없는 것들만 남을 수 밖에...”
“뭐? 죽는 게 무섭다고? 그냥 살면 안 되냐고? 이 시체 투성이 무덤 속에서? 가본적은 없지만 지옥도 여기보단 나을 거야. 주변을 둘러봐 온통 썩은 시체와 핏물뿐이야. 생지옥이 따로 없다고! 그 뿐인가? 천국에 못 간 사람들의 박탈감은 또 어쩌고? 모르긴 몰라도 영원히 후회할걸? 그때 죽어서 천국에 갔어야 한다고 말이야! 그러니 겁내지마, 아픔은 잠깐이고 천국은 영원해! 자! 이제 찌른다?”
*
그렇게... 드디어 찾아온 일곱 번째의 날, 위대한 안식의 마지막 날이자 통탄의 밤을 눈앞에 둔 거대한 시체의 언덕 위에는 어느새 인가 이름 모를 나무가 한 그루 자라나 있었다.
떠난 이들이 버려두고 간 몸뚱이 위에 뿌리를 내리고, 그들이 흘린 피와 눈물을 마시고 자라났음에도 나무는 너무나 푸르고 아름다웠다. 바람은 연신 세차게 불어와 비린내 나는 피 내음과 부패한 것들의 악취를 뿜어댔지만 나무는 아랑곳 하지 않고 싹을 틔웠다.
그리고 그 앞, 점점 닫혀만 가는 천국의 문을 바라보는 두 사람이 있었다. 나무에 목을 매고 생을 마감하려는 한 노인과 운명처럼 그를 발견하고 달려온 중년의 사내였다.
“죽지마세요! 자살하지마세요! 자살하면 지옥 갑니다.”
사내가 놀라 큰 목소리로 외쳤지만, 노인은 귀찮은 듯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왜 자네가 날 죽여주기라도 할 참인가?”
그러자 사내는 급히 달려오며 맺힌 땀과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태연히 답했다.
“못 할 것도 없지요.”
“됐네! 처음 보는 사람한테 수고를 끼칠 만큼 절박하진 않다네. 어차피 줄도 다 묶어 두었으니 의자만 걷어차면 되네. 난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 마음먹었으니 내 걱정일랑 말고 어서 가던 길이나 가게!”
노인의 반응이 의연하면서도 한편으론 당혹스럽기까지 하자 호기심이 인 사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정말... 지옥에 가셔도 좋은 겁니까? 지옥에 갈 걸 뻔히 알면서도 자살이라... 저는 도무지 이해가...”
그러자 노인은 크게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답했다.
“허허허! 지옥에 갈 걸 뻔히 알면서, 왜 자살하냐고? 그걸 몰라서 묻나? 자네도 적은 나이가 아닌 듯한데, 세상 헛살았구먼! 이게 다 저주 때문 아닌가!”
“저주요?”
“그래 저주! 천국의 문? 그건 절대 축복이 아니네, 저주지! 그것도 지독히도 끔직한 저주!”
“천국에 갈 수 있는데도 저주라... 껄껄껄, 어쩌면 노인장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저주지요. 저나 당신처럼 죽여줄 사람 하나 없는 자들에겐 이보다 끔찍한 저주가 없을 테니까요.”
“이제야 좀 이야기가 통하는 구먼, 그들은 천사가 아니라 악마야. 왜냐하면 우리들을 영원히 천국에 갈 수 없도록 이 곳에 버려두려 했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그들은 여길 지옥으로 만들었어! 둘러보게! 이 거대한 시체의 언덕과 피의 강을 말일세!”
“맞습니다. 하지만 노인장께서 구태여 목을 매고 자살 하시려는 이유는 사실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어차피 여기도 지옥이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굳이 여길 떠나 지옥에 갈 필요도 없는 거 아닙니까?”
“허허! 이 친구, 똑똑한 줄 알았더니 반 푼일세 그려! 자! 그럼 내 자네에게 하나 묻겠네! 살아도 지옥, 죽어도 지옥이라면, 자네의 선택은 어느 쪽인가?”
“무엇을 택하든 같으니 선택 자체가 무의미합니다만. 구태여 죽음의 고통을 감내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 달라! 같아 보이지만 그 둘은 완전히 달라!”
“어째서죠?”
“아무도 없는 텅 빈 공허함속에 홀로 남아 끝없이 울부짖는 것과 목 놓아 울더라도 누군가 곁에 있음을 느끼며 감사할 수 있는 곳, 자! 어떤가? 너무 쉬운 선택이 아닌가?”
“맞습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엄청난 고독을 감당할 자신이 제게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상합니다. 노인께선 마지막 칠일에 이르러 비로소 저를 만나셨습니다. 모두가 죽고 떠난 마당에 이건 엄청난 행운이지요. 저는 이미 수백 명의 사람을 죽여 천국으로 보내주었습니다. 따라서 당신 역시 천국으로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구태여 자살을 택하시는 이유는 뭡니까?”
“그건 아마도 자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아...”
노인의 물음에 사내는 할 말을 잃고 고개를 떨궜다. 그리곤 대답대신 주섬주섬 품 안을 더듬어 낡은 사진 하나를 꺼내었다.
“예쁜 아내와 딸이로군?”
“네 맞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과 제 전부나 다름없는 여자입니다.”
“스스로 죽음을 택한 건 어느 쪽인가?”
“딸입니다.”
“허허 하필...”
“아내를 먼저 죽였습니다. 아무래도 어린 딸보단 아내가 먼저 가 기다리는 쪽이 나을 듯 했으니까요. 그렇게 아내가 죽고 딸의 차례였습니다. 딸을 죽이고 나면 처남 내외가 저를 죽여주기로 해 모든 것이 순조로웠습니다. 그래서 아프지 않게 해주겠다. 겁내지 마라! 그렇게 달래고 또 달랬건만... 무엇이 그리 두려웠을까요? 세상을 뒤엎은 광기가 제 딸마저 잡아끌었을까요? 두려워하던 딸이 그만... 베란다를 넘어... 흑흑”
사내가 노인의 발밑으로 무너지며 오열했다.
그러자 노인 역시 어느덧 붉어진 눈시울로 말했다.
“하나뿐이었네. 아들. 아마 자네 나이쯤 될게야. 아내도 일찍 보내고 난 그 애 뿐이었어. 그 애는 내 모든 것이자 자랑이었지... 그런데 하필 그 애가... 흑흑...”
두 사람의 눈물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황혼이 질 무렵, 부쩍 좁아진 천국의 문을 바라보던 노인이 사내를 달래며 말했다.
“자 가야지... 자넨 딸을 만나고, 난 아들을 만나고... 그 어떤 고통이 기다린다 한들, 사랑하는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겠나? 자 어서 가세 지옥으로...”
“네 영감님... 저도 고민 많이 했습니다. 죽여주겠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천국에서 아내를 만나도 행복할 것 같지 않네요. 그 어린 걸, 그 곳에 홀로 두고 얻은 행복은 오직 고통뿐일 겁니다.”
“그래! 가세! 어여 가세... 저 해가 지기 전에... 우리 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세나!”
붉은 황혼 아래 핏빛 물보라가 일고, 그리움이 나무에 맺혔다.
그렇게 문은 닫히고 해는 저물었다.
*
여기 한 남자와 그의 어린 아들 그리고 딸이 있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안식의 제 칠일 이후 남은 유일한 인간의 가족이었다. 모두가 앞 다퉈 떠난 이 땅에서 그들은 끝까지 죽지 않고 꿋꿋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남은 자들의 삶은 고난이었다.
아직 남은 이들이 있건만, 너무 적고 보잘 것 없어 그들의 존재마저 잊었을까? 안식의 제 칠일이 지나자 천사들은 내렸던 축복을 거두어 갔다.
다시금 먹어야 했고 열이 나면 아팠다.
문명을 잃은 가족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구하는 일은 고통 그 자체였다.
들짐승과 기다렸다는 듯 불어 닥친 추위와도 싸워야 했다.
그것은 너무도 가혹해 마치 ‘왜 떠나라 할 때 떠나지 않았냐!’며 다그치는 신의 목소리처럼 여겨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7개의 산을 넘고, 6개의 강을 건넜으며, 5개의 대지를 지나, 4개의 골짜기와 3개의 숲, 그리고 2개의 사막을 가로질러, 드디어 거대한 바다에 당도했을 즈음...
참다못한 어린 아들은 아버지에게 따지듯 물었다.
“아버지! 우리 지금이라도 죽으면 안돼요? 나도 천국가고 싶어요. 친구들 다 천국으로 갔어요. 어쩌면 예전에 돌아가신 엄마도 거기 있을지 몰라요! 예? 우리도 이제 그만하고 죽어요! 모두가 기다리는 천국으로 가요 네?”
“닥쳐 이 멍청한 놈아!”
칭얼대며 조르는 아들이 못 마땅했을까? 아버지는 큰 소리로 아들을 다그쳤다. 서슬 퍼런 아버지의 고함에 놀라 아들이 울자, 그 모습을 본 딸 역시 북받치는 설움을 이기지 못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제야 조금은 미안했던지 아버지는 우는 아이들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생각해봐라. 제 아무리 천국이래도, 이 놈 저놈 할 거 없이 다 몰려가면, 그게 정말 천국이냐? 여기나 거기나 뭐가 다른데? 어디에 사느냐보단 원래 누가 누구와 사느냐가 중요한 거다! 울지 말어”
인류 최후의 인간 중 하나이자 또 다른 현생 인류의 시초가 된, 아버지 존 스미스 여호아가 아들 아담과 딸 이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모두 떠난 세상에서 누군가는 또 살아갔다.
제7일(천국의문) 끝
감사합니다.
p.s 독실한 종교인이 아닌관계로 일부 종교적 내용과 해석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창작러는 여러분의 추천과 댓글을 먹고 삽니다. 재미있으셨다면 아끼지 말아주세요.
출처 |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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