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적 내가 일곱살 무렵이다.
아버지와 고모할머니 회갑연에 갔다가
밤늦게서야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당시에 우리집은
아버지 직장 근처의 관사에 살았는데
살고 있는집 근처는 가구수가 꽤 되지만,
주변은 인적이 드문 논밭이 대부분이었다.
택시를 타고 한참 가고 있었다.
아스팔트도 안깔린 울퉁불퉁한길을
택시한대가 라이트를 켜고 가야 하는 길이다.
주위에 가로등도 없었고 온통 논밭이다.
나는 뒷좌석에 아버지와 앉아 정면을 주시하며
기사아저씨 길잡이 역할을했다.
집까지 20분정도 남았을까?
그때쯤 멀리서 하얀 물체가 보이기 시작했고,
가까이가자 하얀소복 입은 여자가 보였다.
차가 가는 방향으로 그 여자도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탄 택시는 그 여자를 지나쳤다.
그 순간이 불과 5~6초 정도였다.
나는 그때 어린나이지만
전설의 고향을 즐겨 보던 시기였기에,
방금 본 하얀옷을 입은 여자가
tv에나오는 꼭 여자귀신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방금 지나간 사람 귀신아니냐고 물었다.
아버지도 물론 보셨기에
"정말 귀신같네" 하시며 웃기만 하셨다.
기사님은 별말씀 없으셨다.
가는 내내 조금 무서웠지만
그날 그렇게 우리는 집에 잘 도착했다.
다음날 이른아침.
아버지가 전화를 급히 받고 나가셨다.
그 소리에 나는 잠이 깼다.
아버지는 지서에서 근무하시는 경찰관이셔서
가끔 그렇게 일찍나가시곤 했다.
아침을 먹고 날도 따뜻하고 해서
세탁소집 지웅이와 놀기위해 동네로 향했다.
세탁소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웅성한다.
사람들이 하는 말로는 어제 택시한대가
밤늦게 동네 주변 논두렁에 빠졌고
기사는 죽었다고 한다.
나는 어제 우리가 타고 온 그택시인가해서
지웅이를 만나 그 근처에 함께 가보자고 했다.
30분 정도 거리이다.
지웅이는 무섭다며 가지 않으려 했으나,
논두렁에 빠진 택시도 보고
아버지가 근처 계시면 용돈도 얻어
슈퍼 가서 과자 사먹을 요량으로 가자고 졸라댔다.
결국 지웅이는 나와 함께 그곳으로 갔다.
사고 현장 근처에 가니
아버지와 동료경찰아저씨가 계셨고
동네주민 몇분이 나와계셨다.
아버지가 나를 알아보시곤 여긴 왜왔냐시면서
어린애들은 오면 안된다 하셨다.
그리고 500원을 쥐어주시곤
얼른 집으로 가라하셨다.
알겠다고 말씀드리며 얼핏보니
논두렁에 빠진 택시는
어제 우리가 타고온 택시였다.
처음 본 기사아저씨지만
어제 우리가 타고온 택시라서
마음이 썩 좋진 않았다.
지웅이와 동네로 돌아와 과자를 사먹고
좀놀다가 해가 넘어갈 무렵에 집으로 향했다.
저녁식사 할 무렵이 되자 아버지가 오셨다.
어머니는 교통사고 이야기를 물으셨다.
아버지도 어제 우리가 타고 온 그 택시가
사고가 나서 매우 안타까워 하셨다.
그리고 기사아저씨의
직접적인 사인은 교통사고가 아니라
심장마비라 하셨다.
그래서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셨다.
어머니께 말씀후 아버지는 나를 보시더니
어제 택시타고 오면서 본 귀신같은 사람
기억나냐고 물으신다.
나는 아버지께 분명히 기억나고
너무나 무서웠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내가 너한테 별이야기를 다한다시며
웃으시면서 tv를 켜셨다.
20년이 지난 지금 내 기억은 여기까지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날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던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가는
그 소복입은 여자의 뒷모습만 봤지만,
왔던길을 되돌아가는 그 기사아저씨는
다시 그 여자와 마주치게 됐고,
그 여자의 앞모습을 보게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여자가 만약 사람이 아니었다면...
분명한건 그 밤길은
여자 혼자서 손전등도 없이
걸어서 갈수 있는 길도 아니었고,
초상집도 근처에 없어서
소복을 입을 마을사람도 없었다는 것이다.
초상이 나면 동네사람들이
모두 알기때문이다.
그때도 지금도 내 직감은
그 소복입은 여자는
분명 사람이 아니었다는거.
벌써 20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아직도 나는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