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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어서 밥 먹어~"
우리들은 다같이 네,하고 대답한다.
물론 나도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우리들은
결코 그녀의 아들이 아니다.
우리들은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손수 만든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그녀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들은 먹었다.
일단 먹었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끔찍한 맛이었다.
다만 먹어야만 한다.
3번이 갑자기 토해냈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 반찬은 스테이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3번은 꽤나 친했었으니까.
우리들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로지 그녀만이 웃고있을 뿐이었다.
"잠깐 따라오겠니?"
여기서 따라오라는 것이 누군지는 명확하다.
3번은 부들부들 떨면서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3번의 손을 잡아 끌었다.
3번은 울부짖으며 손을 휘저었지만
아무도 그를 돕지 않았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3번은 '교육실'에 끌려들어갔다.
그리고 3번은 돌아왔다.
물론 청테이프로 입이 막힌, 눈물을 글썽이는 남자아이로.
다시 또 교육시켜야 하는것인가.
조금 진절머리가 났다.
그녀가 왜 우리를 납치했을까.
그녀는 왜 우리를 아들이라 부를까.
그것에 대해서 제대로 명확한 답을 아는 '아들'은 없다.
단지 우리들은 거실의 가족사진을 보며 유추할 뿐이다.
그녀에게 제대로 된 가족이 있었다는 것 뿐이지만.
어쨌든 그녀의 말엔 절대 복종해야한다.
그녀는 자애롭게 우리를 보살피지만
한없이 잔혹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3번의 예처럼.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3번과 친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 정도일까.
적어도 음식은 넘어갈테니까.
밥을 먹고나면 샤워를 할 시간이다.
1번이 나오고 나는 들어갔다.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하는 걸까.
한명이 사라지면 다른 한명이 들어온다.
그건 마치 순환이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할 수 없다.
끝을 내야만 한다.
지긋지긋한 생활을 끝내야만 한다.
그날 밤, 1번이 나를 불렀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순 없어."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집에서 10년을 살아온 그는 언제나 웃기만 했었다.
그런 그가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이제 끝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너에게 어머니를 맡길게."
"너가 시선을 끌어줘."
"걱정마. '교육실'에서 수없이 해체해봤어"
"한 번에 끝을 낼게."
그는 품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여줬다.
매우 날카롭고 긴 송곳같은 것이었다.
몇년전, 그가 잃어버렸다고 한 젓가락 두짝.
그는 그것때문에 손가락이 두개 잘렸다.
그 두개의 손가락은 그에게 다시 돌아왔다.
향긋한 향신료와 함께.
그때의 그 젓가락이었다.
수없이 갈아 송곳보다도 날카로워진 젓가락이었다.
그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굳어있었다.
이 젓가락을 갈고 닦을때도 그런 표정이었겠지.
"너가 한짝을 가져."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내가 실패하더라도 너가 찔러."
"모든것은 우리 둘에게 달렸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젓가락 한짝을 건넸다.
세 손가락만 남은 그 손으로.
그는 웃고 있었다.
반짝이는 젓가락을 받아 들었다.
이걸로 이제.
"이걸로 이제 마지막이야."
어머니는 정성스레 고기를 잘라 플레이팅을 하셨다.
두툼한 고기에 향긋한 향신료를 뿌린 고기가 한개씩 올라왔다.
오늘은 잘 넘어갔다.
이것도 마지막이니까.
나는 가장 먼저 먹고 그릇을 옮겼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내가 이곳에 오고 나서
아니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말이었다.
이런 날에 가장 어울리는 말 아닐까.
어머니는 내 얼굴을 보며 매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는 살짝 눈물을 흘리시며 웃으셨다.
그리고 1번이 일어났다.
나는 1번과 눈을 마주쳤다.
1번은 품 속에서 젓가락을 꺼냈고,
그리고 달려들었다.
어머니에게.
그리고 내 허리에 젓가락이 꽂혔다.
깊게 파고들어 새빨갛게 물들어갔다.
이 위치는 완벽하게 어머니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1번은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는 젓가락으로 그의 목을 찔렀다.
내가 눈을 뜬건 2일 뒤였다.
집에는 어머니와 나만이 남았다.
1번을 제외한 5명의 ‘아들’들은 이미 없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모든 것은 끝났다.
그래.
그걸로 마지막이었고
이제 시작이다.
나는 이제 진정한 아들이 되는 것이고
어머니와 함께 진정한 가족이 된 것이다.
어머니가 나를 그 쓰래기같은 가족에게서 구원해 줬을때
나는 그녀를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곳엔 이미 수많은 '아들들'이 있었다.
수많은 '아들들'과 함께한 밥상은 정말 진절머리가 났다.
언제쯤 진정한 가족이 되는 것일까, 항상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1번은.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던 것만이 기억난다.
오히려 내가 더 이해가 안된다.
왜.
왜 그는 어머니에게 달려들었을까.
그는 그 송곳으로 진정한 가족이 되고자 한 것이 아닌가?
그는 그 송곳으로 아들들을 죽이겠다는 말이 아니었던 것인가.
나는 모르겠다.
그가 왜 어머니에게 달려들었는지.
그라면 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텐데.
그는 단 한 명, 존경하는 사람이었는데.
어쨌든 그렇게 우리들은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
어머니에게는 내가 있고.
어머니에게는 나만이 있다.
오늘의 저녁은 무엇일까.
어머니의 요리는 언제나 맛있었다.
이제 진정한 가족이 되었으니
더욱 기대된다.
어머니는 자애로운 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고기가 꽤 많다.
대충 6인분 정도 아닐까.
하지만 그중 가장 눈을 사로잡는 것은 어머니의 고기였다.
"이게 좋니? 그럼 네가 먹으렴."
어머니는 그 고기를 나에게 양보해 주셨다.
정말로 아름답고도 자애로우신 분이다.
나는 행복하게 고기를 뜯었다.
역시 어머니는 끝없이 상냥하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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