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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2425
    작성자 : 그다지
    추천 : 12
    조회수 : 910
    IP : 112.154.***.198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7/02/09 01:38:32
    http://todayhumor.com/?panic_92425 모바일
    전 이것저것 잘 보고 또 좋아합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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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오늘도 비루한 이야기 하나 들고 왔습니다. 
    지난 번 게시글이 베스트에 올랐더군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용기를 얻고 다른 이야기들도 써보려 합니다. 
    오늘 굉장히 춥습니다. 따듯한 전기장판 위에서 읽으실만한 이야기, 바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기숙학원 방 배치라든지 다른 설명들이 전 게시글에 써있습니다.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humorbest&no=1378954&page=1 읽기전에 봐두시면 이해가 훨씬 쉬워지리라 믿습니다.)

     기숙학원은 산 중턱에 있었습니다. 덕분에 벌레도 많았고 대체로 눅눅했죠. 오래된 건물이라 습기를 빨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이기까지 했으니까요. 또 정말 몇 몇 장소를 제외하고는 24시간 cctv가 녹화되고 있었고 대학 진학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금지조항을 만들어 원생들을 관리했습니다. 환경적인 불안감과 학원측의 억압과 감시, 실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이 모든 것들이 종합적으로 합쳐져 정신적으로 견디지 못하는 친구들이 차츰 생기기 시작했고 학원 내엔 가위를 눌리거나 기숙사 동에서 헛것을 보는 아이들이 생겨났습니다. 실제로 학원을 그만두는 아이들도 꽤 있었구요.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유행처럼 번진 가위와 헛것은 이쯤 절정을 달렸습니다. 시원한 교실에서 공부하다 뜨겁고 습한 기숙사 방에서 자면 실제로도 흙 내 나는 기분나쁘고 끈적한 공기가 온 몸을 휘감는 듯한 더러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죠. 집단적 히스테리였는지 뭔지 모두가 겪는 이상행동들이 같았습니다. 검고 긴 물체,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괴물과 비슷해서 우리가 '가오나시'라고 불렀던 그것을 보거나, 그것에게 시달리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저도 '가오나시'를 느끼게 됩니다.
     학원은 혈기왕성한 아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로 주말 점심식사 후에  자유시간 두 시간 정도를 허용해줬었습니다. 남자들은 주로 운동을 하고 cctv가 없는 흡연장에서 담배를 걸고 섯다(종이로 맨든...아주 귀한 패로...)를 치거나 방에서 잠을 잤고, 여자들은 운동하는걸 구경하거나 학원 주위를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그날도 저는 섯다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담배가 다 떨어져 방으로 담배를 가지러 갔었습니다. 저희 방은 기숙사 입구에서 반대편 끝쪽이었기 때문에 1자로된 복도를 따라 꽤 안쪽으로 들어가야 했죠. 
    그리고 방 문을 열려다 무심코 본 쪽창을 통해 처음으로 '가오나시'를 보게 됐습니다. 1층에서(2층 침대입니다.) 자고 있던 룸메이트를 굽어보고 있는듯한 포즈로 어정쩡하게 서있었습니다. 기괴했고 무엇보다 시커멓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놀란 마음에 무심코, 또 친구에게 해꼬지하는거 같아 문을 벌컥열며 야! 하고 크게 소리쳤습니다. 가오나시에게 소리질렀다기 보다는 친구를 깨우려던게 더 컸죠. 문에 시야가 차단된 1초도 안되는 시간동안 가오나시는 사라졌습니다. 방에는 누워서 부들부들 떨고있는 친구뿐이었죠. 괜찮냐며 들어가는 저에게 친구는 가위에 눌렸다며 깨워줘서 고맙다고 우선 무서우니 빨리 밖으로 나가자고 했습니다.
    흡연장에 돌아가 친구에게 무슨 가위에 눌렸냐고 물어보자 친구가 얘길 시작했습니다. 그거였다고. 섯다치던 아이들도 가위라는 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유시간에 할 것도 없어서 숨겨놨던 책이나 볼 생각으로(소설이나 자기계발서는 일절 금지였습니다.) 책을 챙겨서 침대에 누웠답니다. 몇 장 보기도 전에 잠이 쏟아져 반대편 침대를 보던 자세 그대로 잠 든거 같았다더군요. 그리고 귀에서 삐-하는 긴 소리가 났답니다. 거기까진 익숙한 이야기였죠. 가오나시가 나오는 가위에 눌린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그런 소리와 함께 시작한다고 했으니까요. 그 친구도 직감 했답니다. 아 '가오나시'다 라고. 그리고 그 생각과 동시에 엄청나게 무서워서 움직일 생각조차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내용이 가관이었죠. 
    사실 저희가 그걸보고 가오나시라고 부른 이유는, 생긴 것도 생긴 거지만 말을 못하고 이상한 신음소리만 내서가 더 큽니다. 가위에 눌린 아이들의 말로는 시커멓고 긴 모습의 가오나시가 아- 아-하며 정말 만화에 나오는 가오나시처럼 가만히 있었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걸 가오나시라고 불렀었습니다. 친구는 가오나시가 말을 했다고 했습니다. 자냐면서요. 일어나라고 소리 질렀답니다. 
    처음 듣는 얘기였습니다. 전 번 게시글에서도 말했지만, 저는 무서운이야기라면 환장하는 편이라 면식있는 아이들중에 가위 눌렸다는 친구가있으면 꼭 찾아가서 얘기해달라고 조르는 스타일이라 웬만큼 많은 얘길 들었었거든요.
    친구 손에 있던 책을 친구 귀쪽으로 가져가 세게 넘기거나 창문에 블라인드를 흔들면서 일어나보라고 재촉했답니다. 친구는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구요. 그리고 마지막엔 일어나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방문을 열었다 쾅쾅 닫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친구는 가만히 있었대요. 그러자 가오나시가 친구 귀에 속삭였답니다.
     '내 이름이 뭐라고? 내가 누구라고? 말해봐 내 이름이 뭐라고? 안자는거 아니까 빨리 말해봐 내 이름 그럼 너는 안 괴롭힐게' 라고요. 정확한건 아니지만 저런 내용이었던건 확실합니다. 그리고 제가 친구를 깨웠다고 말했습니다. 차마 제가 봤던걸 이야기하진 못했습니다. 그 자리에서도 이후에도요. 그 친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학원을 나가버렸거든요.(그 친구 자리는 후에 다른방 친구가 이사와서 썼습니다.)
     그 친구의 가위 이후에 그 얘기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학원 전체에 소문이 돌았습니다. 가위에 눌렸을 때 그걸 가오나시라고 불러주면 미치거나 홀린다구요. 그리고 날이 시원해지면서 차츰 그걸 보거나 가위에 시달린다는 얘기가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수능 즈음엔 완전히 잊혀졌었죠.
     만약 그 친구가 겁에 질려 가오나시라고 말해줬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더운 여름날의 유행같았던 이야기였습니다.


    재밌게 보셨나요? 오늘도 써놓고보니 몰입을 잘 하실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저는 당연히 알고있는 것들이라 당연하게 여기고 적지 않았을수도 있거든요. 혹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으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오탈자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ㅎㅎ 다음 번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오늘도 짜릿한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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