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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에 부쳐
전주교구장 이병호 빈첸시오 주교
교형 자매 여러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날이 다가옵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래서 지금 우리의 삶이 어떤 형편인지는 모두가 잘 알고 절실히 느끼는 그대로입니다. 남북관계는 점점 더 어려워져서 자칫 전쟁으로까지 확대될 위기를 느끼기도 합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1% 대 99%라는 말이 잘 대변하는 대로, 부자와 가난한 이들 사이의 간격이 크게 벌어졌습니다. 재벌들이 운영하는 대형 슈퍼마켓이 중소도시까지 점령하여 지역민들이 운영하던 소규모의 상점들은 대부분 서리 맞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4대강에 쏟아부은 천문학적 자금 때문에, 지난 정권들이 마련했던 사회안전망은 약화되고 허물어져 가난한 이들 중 많은 수가 갈 곳을 잃었습니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를 숨기고, 가짜 부품을 써가면서까지 억지로 밀어붙이는 핵에너지 정책 때문에, 우리 국토 전체가 무서운 재앙의 위협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줄줄이 드러나는 권력형 부패와 공직자들의 비리까지 더해져서, 결국 대한민국은 점점 살기 어렵고 절망스런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경제협력개발기구에 속한 나라들 가운데 자살률은 최고, 출산율은 최하위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5년 전, 우리가 대통령을 잘 못 선택한 데에 큰 원인이 있습니다. 그 때 국민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습니까? 한 후보가 747 공약으로 상징되는 경제 살리기를 기치로 들고 나와 장밋빛 미래를 제시할 때, 거기에 속아 넘어간 것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가 겪어온 현실은 정 반대여서, 국민 대부분의 생활은 오히려 훨씬 나빠졌고, 나라 전체로는 발전했다는 분야에서까지, 그 혜택은 극소수의 몇 사람에게 돌아가고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제, 선거 유세 기간에 쏟아내는 공약들이 말잔치에 그치고, 그 뒤 펼쳐지는 현실은 그 약속이 얼마나 허무한 것이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역사가 더 이상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두 우리나라에 정말 희망찬 미래를 열어줄 인물이 누구인지를 잘 식별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려면, 후보와 소속 정당의 공약을 찬찬히 살펴보는 한편, 무엇보다도 그 사람됨과 지나온 삶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교회의 가르침과 비교하여, 누가 과연 나라와 국민 전체의 공동선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물인지를 충분히 알아본 다음, 귀중한 한 표를 반드시 행사해야 하겠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국민은 공동선의 촉진을 위해서 실시하는 자유투표의 권리와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사목헌장, 75항).
<숲정이 2012년 12월 16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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