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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2403
    작성자 : 그다지
    추천 : 12
    조회수 : 1186
    IP : 112.154.***.198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02/07 08:27:35
    http://todayhumor.com/?panic_92403 모바일
    전 이것저것 잘보고 또 좋아합니다.(긴글 주의/설명충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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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항상 공게 눈팅만하다가, 제가 겪은 일들도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하고 가입했습니다. 
    핸드폰으로 작성중이고 첫 게시글이다 보니 문단 나눔이나 줄 나눔이 어색할수도 있겠네요..미리 죄송합니다.
     전 어렸을 때부터 기이하거나 무서운 것들에 환장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앞 불량식품 가게에서 팔던 오싹한이야기 시리즈(책입니다)부터 시작해 온갖 공포영화까지 섭렵하며 학창시절을 보냈죠. 
    수학여행가서 하는 담력훈련들도 항상 파트너는 버려두고 혼자 휘적휘적 걸어다니곤 했습니다. 물론 그땐 무서움은 숨기고 허세로 그런거지만요..(친구들이 제가 소위 '무서운'걸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있었습니다.)
    오죽하면 나이를 먹고 이상한 경험들을 한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취미중 하나가 무서운 환경을 조성해놓고 공포게임을 하거나 공포영화를 보는것일 정도네요. (다들 하시죠? 온 방문 다 열고 불이란 불은 전부 끈 채 식탁을 거실 한가운데 옮겨놓고 이어폰끼고 게임하고 영화보고..)
    어려서는 호기심과 공포감뿐이었던 기억입니다만 제가 처음으로 이상한 일을 겪기 전 까지는 그 긴장감과 숨막힘을 즐겼습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서 내성이 생긴걸수도 있구요. 
    근데 지금은 뭐랄까 긴장감과 숨막힘이 막연한 혼자만의 상상에 의한 것이 아닌 현실성 있게 다가와서 더 짜릿하다고나 할까요. 
    물론 좋아만 할 뿐이지 무섭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불꺼진 거실에서 이런저런걸 보거나 하다보면 정말 숨막히게 무섭습니다.
     사담이 길었나요. 죄송합니다. 여러가지 경험들이 많습니다. 가장오래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게 맞겠죠.
    참고로 이 이야기를 포함한 제 이야기에 '귀신' 이라고 할만한 어떤건 나오지 않습니다. 언제나 아주잠깐 스치듯 보거나 듣거나 느끼는 정도였으니까요. 다만 겁 많은 제가 이상한 것들과 무서움을 연관지었을 뿐이겠지요. 
    그리고 이쯤이면 다들 느끼셨겠지만 저는 공포감은 현실성에서 온다고 강력히 믿고있기 때문에 최대한 상황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려 노력할텐데요..(요샛말로 하자면 설명충입니다.) 제 글이 답답하시거나 그런것들에 불쾌감을 느끼시는 분들은 과감히 읽지않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시작하겠습니다.

     XX년전, 제가 열 아홉 살 때의 일입니다. 저의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이 이야기 역시 지인들에게 수백번을 우려먹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꽤나 상세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전 이런저런 사정상 대입검정고시를 열 일곱살즘 패스해놓고 여기저기 알바를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수능도, 대학진학도 제 인생엔 없을 거라고 어린 나이에 감히 생각하고 있던터라 처음 주위 어른들께 대학진학을 진지하게 충고받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알바 중에 문득 '가보지 뭐'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한 살 어린 나이로 재수 기숙학원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이 학원은 꽤나 유명한 학원인듯 했습니다. 오래됐고 그만큼 믿음이 갔죠. 물론 시설들도 오래됐었습니다.
    3월에 시작해서 수능끝나고 퇴소하는, 정말 공부만 하는 그런 학원이었습니다. 기숙사는 학원 본 동과 이어져있는 건물이었는데, 4인 1실로 2층침대 두개를 양쪽 끝에 두고 가운데에 사람 한명 이불 펴고 잘 만큼 떨어져있는 그 정도 크기의 방이었습니다. 
    이 방 구조는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니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앞에 작은 현관(신발 벗는 곳)이 하나 있고 정면에 창문이 있습니다. 창문 밑에는 정말오래된 구식 라디에이터(난방기구입니다..)가 아무런 안전장치없이 떡하니 있었죠. 창문엔 블라인드도 달려있었는데 당시에도 꽤 위험하다고 느낀 기억이 있습니다.
    현관부터 창문까지는 1자로 이어져있고, 그 통로 양옆으로 2층침대가 하나씩있는 구조였습니다. 바닥은 누런 장판이었죠.
    당시 제 방은 1층이었고 창문으론 학원 뒤 편 운동장이 보였습니다. 기숙사쪽 지하엔 식당과 목욕탕, 여학생 샤워실이 있었는데 저희 방에서 창문을 열어놓으면 자습이 끝나고 여학생들 씻는 소리가 들리곤 했죠.
    당시엔 거의 군대처럼 갇혀살다 보니 그런 소리만으로도 같은방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하며 낄낄거렸습니다. 
     3월부터 시작돼 하루도 빠짐없이, 듣고싶든 아니든 씻는 소릴 들어야 했습니다. 처음엔 마냥 좋았지만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고는 짜증이 많이 났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창문을 닫아도 울리듯 양치질 소리가 들렸고,
    오후 11시 30분이 넘어서 자습이 끝나고 들어와서 씻었으면 12시면 끝나야할 게 새벽 1~2시에도 들리곤 했으니까요. 그때 당시엔 아무런 이질감 없이 그냥 그런갑다..피곤한데 자야지 라고 생각하고 그냥 잤습니다.
     중간에 좀 일이있긴 했지만(다음번 이야기때 뵙겠습니다.) 무사히 수능을 봤고 저희 학원에선 유예기간 하루를 줬습니다. 당일에 나갈사람은 바로 나가고 아니면 하루 더 있다 나가도 되는 그런날이었죠.
    학원에서도 배려차원인지 보상차원인지, 아니면 이제 끝난애들이니 신경을 안쓰는건지 그 날 하루는 뭘해도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룸메이트들과 친했던 여자애들과 시내에서 술을 한 잔 먹었고(저만 미성년자 였습니다.) 학원 들어오면서 룸메 중 하나가 말을 꺼냈습니다. 
    아니 여자애들은 왜그렇게 밤에 오래 씻냐고, 니들 때메 1년 내내 잠 설쳤으니 수능 망쳤으면 책임지라고. 저를 비롯한 다른 두명도 이에 맞장구 치며 이런데서까지 깨끗한척하냐며 우리가 남자로 보이냐는둥 이것저것 얘길했습니다. 사실 정말 불편했던건 아니고 지나간 추억거리 정도를 얘기했던 거였죠. 그 밤이 지나면 다신 같은 곳에서 공부할 수 없을 뿐더러 그런 소릴 듣지도 못할테니까요.
    여자애들 입에서 나온말은 한마디로 '뭔소리냐'였습니다. 남자들이야 11시 30분에 씻어도 12시 안에 끝나기 때문에 자기전에 씻는게 가능하지만 여자 애들은 그게 안되는걸 여사감도 알고있었기 때문에 아침에 씻거나, 저녁먹은 후에 씻을 시간을 준다는 것이었죠.(석식 후엔 함께 수업듣는게 아닌 따로 자습 및 보강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양치정도는 샤워실이 아닌 화장실(여학생들은 기숙사 2층을 썼었습니다.)에서 했다는 말도 하더군요. 
    하여간 그때까지도 이상한 점 없이 남자들은 '니네야 말로 뭔소리냐 우리가 들은건 뭐냐' 여자들도 '씻는 사람이 없는데 무슨소리를 듣냐' 며 킬킬대며 학원으로 돌아갔습니다.
    퇴소날이 되면 기숙사 전체가 청소를 합니다. 미리 싸놨던 짐을 복도로 싹 빼놓고 다들 방청소를 하죠. 누런 장판을 손걸레질 하며 닦던 룸메 중하나가 갑자기 이게 뭐지라며 라지에이터 밑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왜그러냐는 우리의 말에 장판 밑이 움푹 들어가 있다며 장판을 뒤집어 보려고 하더라구요. 
    곧 떠날 방인데 그런걸 왜 신경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저는 그냥 매트릭스나 빼고 있었죠.(그 친구 외에 모두는 세탁실로 매트릭스를 옮기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그 친구의 한마디. "아 씨발 뭐야 기분나쁘게!" 가서 보니 뒤집힌 장판 밑으로 시멘트 바닥이 있었고, 바닥이 네모지게 파여있었습니다. 조악하게 파진 구멍 안에는 대충봐도 대여섯개는 되는 일회용 칫솔들이 있었죠. 
     어쩌면 밤마다 들은 양치질소리들이 정말로 샤워실에서 들린소리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처음 인터넷상에 써본 글이라.. 몰입은 잘 되셨을까 걱정입니다. ㅎㅎ 너무 설명이 과한건 아니었을까요..써놓고도 걱정이 되네요. 이해안되시는 점 댓글 남겨주시면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다음번엔 기숙학원 두번째 이야기로 찾아 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짜릿한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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