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종종 소주를 먹다가. 그 시절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와 함께 농담처럼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우리가 타임슬립을 겪었거나 혹은 외계인에 납치된 후에 기억을. 시간을 잃어버린게 아닐까 하구요.
때는 94년도. 중학교1학년 여름방학때. 그 시절 우리의 동선을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1시 학원 수업 시작.
12시경에 친구가 집에 찾아옴.
12:40 정도까지 둘이서 신나게 게임을 하고. 학원 출발.
12:50~12:55분 경에 학원 도착.
오후3시에 학원 수업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친구와 신나게 게임.
방학 내내 항상 이런식으로. 학원 공부를 빙자하여. 친구가 저희 집에 놀러왔었답니다. 간단히 학원 수업을 마치고. 게임하기. 같이 라면 끓여먹기. 90년대 얼터너티브 락음악듣기. 기타연습하기. 가끔 야한 비디오 보기ㅎ등등 하며 그 시절을 보내던. 지금생각해보면 평화로웠던. 20년이나 지난 아득하기도 한 중딩 시절의 기억입니다 ㅎㅎ
아무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12시가 되자 그 날도 어김없이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같이 슈퍼패미컴 게임기로 실황월드사커 퍼펙트 일레븐. 이라는 게임을 즐기고 있었죠. 이 게임은!! 훗날 위닝일레븐의 초석이 되는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그 날의 일을 우리가 자주 곱씹으며 이야기 했었기 때문에 당시에 어떤 게임을 했었는지. 상황은 어땟는지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그 날도 우리는 게임을 하며 학원으로 출발할 시간을 재고 있었답니다. 보통이라면 45분 경에는 출발을 해야 아슬아슬하게 수업 시간에 늦지 않게 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그 날은 왠일인지 저희는 50분 넘어서까지 게임을 하게 됩니다. "한판만. 한판만 더 할까? ㅎㅎ"
둘다 손목시계는 차고 있지 않았지만. 안방 tv로 게임을 하면서. 벽에 걸려 있던 시계로 시간을 계속 체크해가며 게임을 하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충 한 52분 정도까지 시간을 확인하고는. 야 늦었다. 뛰자. 하면서 우리는 급하게 집을 나서서는 우다다 달려내려가기 시작했죠.
저희 집 빌라 언덕을 둘이서 달려내려가고.. 아리랑 시장을 가로질러. 시장 어귀 끝에 있던 시계방에서 다시 한번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유리너머 가계에 걸려있던 수많은 시계들이 58분 정도를 가리키고 있었죠. 으아아!! 5분 정도 늦겠네! 뭐 이런식이었어요.
국민은행 앞에 있던. 5번 버스 정류장. 그 앞에 있던 횡단보도 에서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뀌는걸 보고. 저희는 다시 우다다 달려서는 학원에 도착합니다. 교연빌딩. 교연학원.
늦어서 그런가. 저희는 평소와는 다른 학원 분위기를 느꼈답니다. 불도 꺼져있고. 사람소리도 안들리고. 마치 주말 대낮에 학교를 갔을때. 날은 밝지만 불꺼진 복도. 조용하다 못해 평소와는 완전 다르게 보이는 풍경. 엘레베이터릍 타고 올라가면서. "이상한데? 왜 이리 조용하지?" "왜. 우리만 있는거 같지?" 이런 이야기를 했던거 같아요. 결국 해당층에 내렸는데 마찬가지였습니다. 불이 꺼져 있고. 유리문은 잠겨 있고. 그러다가 문득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엥? 뭐야. 니들 왜 왔어. 왜 이제 왔니?" 뒤를 돌아보니. 안에서 불이 켜지며. 살짝 놀란 수학선생님이 저희에게 물어보았죠.
"아. 늦었어요. 수업 시작안하나요? 왜 불이꺼져 있죠?"
"무슨 소리야. 니네 왜 다 끝나고 오니." ??!! 저희는 학원에서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시간은 무려 3시 30분?? 정도로 되어있었습니다. 1시5분 정도로 되어있어야 할 시간이.. 무려 2시간30분 넘게 지나있었던 것이죠.
헉!!? 왜 시간이? 분명 1시가 될락 말락할때 우리는 쉬지않고 달려왔고. 분명 안방에서 시간을 확인했고 중간에 시계방에 걸린 시계도 체크하며 뛰어왔는데??! 일단. 뭐라 할 말이 없어진 저희는 선생님에게 대충 인사한 후에 학원을 빠져나옵니다. 서로 흥분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냈던 기억이 나네요.
"야 이상한데. 분명 너도 시간 봤지? 우리 50분에 나왔지?"
"맞아 아까 안방에서 봤지.12:50분 막 그럴때 뛰어나왔지!"
"아까 시계방에서도 확인했잖아?!! 그렇지?!!"
"맞아. 같이 확인했지. 지각은 못피하네. 그랬었어."
저희는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답니다. 횡단보도 건너고. 아까 보았던 시계방 앞으로 갔었죠. 우리가 시간을 잘못 본게 아닐까. 확인을 하고 싶었죠.
하지만. 보란듯이 모든 시계가 3시40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2시간30분 정도가 지나있었던겁니다.. 집에서 학원까지의 거리는 아무리 천천히 걸어간다해도. 20분은 넘지않는 거리였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늦을까봐 학원까지 달려온 상황에. 1시 정도에 출발해서는 학원까지 전속력으로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누가 넘어지거나. 다른 장소에 들렸거나 하지도 않았습니다. 시계방에서 잠시 멈춘것만 빼면 말이죠. 하지만 거짓말처럼 정말로 그 사이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리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었죠.
결국 저희는 다시 안방에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벽에 걸려있던 오래된 갈색 모양의 뻐꾸기 시계를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당연히 그 시계도 3:45분 경을 가르키고 있었죠.. 굉장히 이상한 일을 겪었습니다만. 저희는 그래도 이게 딱히 뭐 해결하거나 원인을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결국은 그냥 웃으면서. 야 이거 나중에 다른 애들한테도 이야기 해주자 ㅎㅎ 하며. 평소와 다름없이 게임을 하고. 라면을 끓여 먹고 그냥 그렇게 그날 하루를 마무리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게 그 날 겪었던. 친구와 함께 겪었던 그런 기묘한 일입니다. 그 친구와는 여전히 친구 사이로 잘 지냅니다. (이따가 소주 한잔 하기로 했습니다 ㅎ) 아무튼 친구와 정리해본 간단한 내용들을 마지막으로 적어 봅니다.
과연 그 날 일은 뭐였을까요? 정말로 타임슬립을 겪은걸까요. 혹은 달리는 와중에 외계인 납치라도 당한걸 까요? 아니면 그냥 단순한 착각 일까요? 아직도 의문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폰으로 써서 오타및 줄바꿈. 맞춤법등 실수가 조금 있을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 간단 정리 내용 -
1. 착각일 경우. ->
혼자서 겪었다면. 에이 내가 중간에 뭘 잘못봤나 보다. 하고 생각했을수도 있지만. 이 일은 분명 친구와 저. 이렇게 둘이서 동시에 겪은 일입니다.
2. 애초에 집에서 늦게 출발한 경우. ->
방학중. 매일같이 정해진 시간. 동선으로 움직이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혹시 저희도 모르게 게임에 빠져서 시간 가는줄 몰랐다?? 그렇게 치더라도. "한판만 더" 하고 시작한 게임을. 2시간30분이나 더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착각이 일어나기 불가능한 시간차일 것 입니다.
3. 시계 고장이라면. ->
안방 시계. 시계방 유리에 걸려있던 그 모든 시계가 모두 고장이라 하더라도. 위의 2번 사항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5분. 10분. 많이 쳐줘서 30분 정도라면 어떻게 착각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2시간이 넘게 흐른 시간은 시계 고장 여부와 상관없이. 아예 시계가 없었더라도 저희가 자연적으로 느꼈을 겁니다. 시간차가 크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돌아오면서 체크한. 시계방과 안방 시계 모두. 동일하게 3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죠.
고장이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