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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예전에.. 엄마 할아버지께서 귀신한테 당한 얘기 쓰고 베스트 갔었는데 (실수로 글을 삭제했어요)
이번엔 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저는 아마도.. 유치원? 들어가기 전인지 후인지..아무튼 코 찔찔이 시절부터 갑자기 개를 무서워하게 됐어요.
개 공포증이라고 하죠? 집에 가는길에 개 라도 마주치면 무서워서 5분만에 갈 길을 개 한 마리 피해간다고 집 까지 몇 십분 이나 뺑뺑 돌아가곤 했어요.
중학교때 언제는, 걸어가다가 고개를 딱 돌리니까 마치 만화처럼 개가 두 마리가 딱! 있지 않겠어요? 그중 한 마리가 꼬리를 치면서 막 뛰어오길래 저는 그대로 울음이 터져서 제일 가까운데 있던 아저씨에게 전력질주해서 달려가가지고 살려달라고 막 빌었는데, (아저씨 죄송) 장보러 가시던 저희 어머니가 절 발견하시곤 세상 미친ㄴ 보는 눈빛으로 "너 뭐하니... "이런적도 있고.. 물론 개는 저를 쫒아오지 않았습니다.
보통 개 포비아가 있는 사람은 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저는 개한테 물렸다던지, 뭐 개에 대한 무서운 경험이 전혀 없을뿐더러,(중학교때 일은 이미 포비아가 생긴지 훨씬 뒤) 사실상 개를 실제로 가까이 본적이 손에 꼽을 만큼 드문 애였어요.
한.. 5살? 4살? 때 고모네인지, 이모네 인지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놀이터로 안고 도망쳐서 걔를 키우겠다고 울고불고 난리쳤던 기억이 있단 말이죠. 한참동안 그네에 앉아서 제 웃옷으로 감싸안은 그 강아지를 애기처럼 만지면서, 너무 예쁘다고, 우리집 가자고 그랬단 말이에요. 참 이상하잖아요, 그렇게 개를 이뻐했는데, 어떻게 아무 이유 없이 무서워 하게 된걸까, 그게 저의 미스테리였습니다.
해외생활을 하면서 큰개를 자주 보다보니 어느 순간 그 공포가 사라지긴 했지만, 제가 사실은 개를 정말 많이 좋아한다는걸 깨닳으면 깨닳을수록 어렸을적 그런 경험은 더 큰 궁금증으로 남았어요.
대략 1년전, 우연히 저의 미스테리는 풀리게 됩니다.
성인이 되자마자 해외에서 혼자 살았던 저는 거의 8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오랜만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저희가족은 매우 가까운 사이고, 대화도 많이 하고, 저는 특히 모든 걸 가족과 나누는 타입 이에요. 그런 제가 유일하게 가족들과 얘기하기 꺼려... 한달까요 좀 어려워하는 일이 있는데요, 저희 가족이 흔히 말하는 귀신들린 집에 산 적이 있거든요. 가족 중에 제가 가장 큰 피해자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보고, 기억하구요..... 다른 가족구성원들은 그냥 그 집에 살 때 가족이 전체적으로 이상했다- 우리 가족이 힘든 시기였다 -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그 일에 대해선 가족들과 얘기를 안 합니다. 사실 얘기를 꺼내봤지만 부모님도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오랜만에 한국 들어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그 얘기가 나오게 됐어요.
“엄마, 우리 그.. 아파트 살 때, 나 막 이상한거 보고 그랬잖아. 엄마한테 꿈꾼다고 그러고, 뭐 보인다고 그러면서 이사 가자고 했잖아. 땡칠이(제 남동생 가명으로 쓸게요)는 어디 혼 빠진 애 처럼 맨날 정신 나가있고.. 아빠는 맨날 별것도 아닌거에 엄청 깜짝깜짝 놀라고 엄마는 그거 공포영화 많이 봐서 그런 거라고 그러고... 기억나? 내가 이사 가자고 한 담에 얼마 안가서 이사 갔잖아.”
그러니까 의외로 엄마가 되게 덤덤히 얘기를 해 주시는거에요... 저는 언제나 엄마의 이런 덤덤함이 참 강해보이면서도 무서워요
“너 원래 어렸을때부터 좀 이상한거 보고 그랬어. 엄마가 너 땜에 얼마나 무서웠는데.”
저랑 제 동생은 동공지진. 특히 제 동생은 "누나가????" 이러면서 어리둥절행
“너 어렸을 때, 애가 잠자다가 새벽만 되면 누워있던 자리에서 고대로 일어나서 앉아있었어. 엄마는 괜히 겁먹어가지고 그럴 때 마다 왜 일어났니 어서 자자, 이러고 재웠는데. 이게 한두번이 아닌 거야. 너가 거의 매일 밤에 새벽만 되면 그렇게 일어나 앉아있었다.”
엄마는 애가 악몽이라도 꾸나, 왜 저러나 두렵고 불쌍해서 그때부터 새벽에 교회 가서 "뚱이(제 가명) 안 아프게 해주세요. 무서운 꿈 안 꾸게 해주 세요." 그렇게 기도를 하셨대요.
그런데도 저는 새벽마다 계속 일어났답니다. 엄마가 그래서 못참고 저한테 처음으로 물어봤데요 (그제까지 걍 재운 우리엄마도 대단..) "뚱아 왜 자꾸 자다말고 일어나?" 그랬더니 제가 발밑을 가리키면서
"저기 흰 개가 못자게 자꾸 발을 깨물자나."
이러드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제가요. 소름....
그 뒤로 엄마는 교회에 가서 "흰 개가 우리 뚱이 안 괴롭히게 해주세요." 그렇게 기도를 하셨고, 그 뒤로 제가 새벽에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고...
제 동생은 옆에서 ㄷ ㄷ ㄷ 이러면서 "뭐야 엄청 무서워." 이러고, 저는 엄청난 충격과 기쁨..? 에 손뼉을 짝! 치면서, "아! 그래서 내가 개를 무서워했나봐!!!!! 나 항상 궁금했거든, 내가 개를 왜 무서워했지? 근데 그런일이 있었네." 이러니까 엄마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그랬나보네." 이러셨어요.
앞에 보셔서 아셨겠지만, 저희엄마는 기독교인이세요. 온 가족이 기독교이긴 하지만, 저희 엄마는 매우 성실하셔요. (예수천국 불신지옥! 이런 기독교인은 절대 아님) 그래서 저는 이런 주제로는 엄마랑 얘기를 잘 안하려고 해요. 하지만 의외로 제가 이성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일을 겪고 얘기했을 때 가장 덤덤히,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드리는 사람이 저희 엄마셔요. 그래서 그런지 엄마가 정말 강한 사람인가 보다 느끼면서도 엄마가 저한테 말을 하지 않은 뭔가가 있거나, 엄마도 어떤 경험이 있나보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조금 알게 됐달까요?....이상한건 저였다는 것을.... 엄마는 나에대한 비밀을 더 숨기고 있는걸까.....?
여담으로 저희 엄마가 어렸을적에 굉장히 이뻐하면서 키우던 개가 있데요. 백구인데, 엄청 똘똘하고 엄마랑 이모들이 학교 끝나고 올때쯤이면 산넘어서 (저희엄마 섬 사람) 학교까지 마중나오고, 집까지 자기가 앞장서서 가고 그랬다나봐요. 그런데 어느날 할아버지랑, 동네 어르신들이 잡아드셨다고..... 엄마는 그게 상처였나봐요, 그 뒤로 개를 안키우려고 하셨거든요. 잃는 슬픔이 너무 크니까요.
저는 절 괴롭히던 녀석이 사실 그 백구고, 엄마를 꼭 닮은 저를 보고선 엄마라고 생각해서 놀자고 계속 발을 깨물던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오랜 해외생활 + 원래 국어 잘 못함 으로 틀린 맞춤법은 지적해주시되, 넓은 아량으로 이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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