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두번의 헛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번 크게 좌절하여 고시원에 들어가게 되었을때였고
한번은 최근이었습니다.
며칠전, 날이 다시 크게 추워지기 전에 겨울 치고는 훈훈한 날씨가 이어져
끊어졌었던 십자인대도 어느정도 회복되어 달릴만 하다 판단하여 밖으로 나갔습니다.
요즘 제가 즐기던 코스는 대흥-공덕의 철길 공원이었으나, 무릅 상태도 꽤 양호하다고 생각하여 마포대교-서강대교를 갔었습니다.
평소에 겁대가리를 거의 상실하여 사는지라 면접에 가서도 너무 건방지다는 평을 들을 수 있을만한 성격인데
(근자감이라고도...)
그날은 갑자기 다리 위에서 소름이 돋더군요. 이유를 모르게.
생각해보니 그 자리가 제가 자살시도자를 구하려다가 못구한 자리였었습니다.
뛰다가 그 생각이 나서 속으로 명복을 빌어주고 다시 달리는데
저~기 앞에 돕바를 입은 왠 여성분(?)이 있으시더군요.
물음표는 체형을 볼때 여성이라고 생각했을 뿐 돕바의 모자까지 쓰고 계셔서 확인이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서강대교의 인도는 꽤 좁은 편이라 누가 뒤에서 뛰는 소리가 들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고 길을 트여주는 편인데 그러지 않더군요.
약간의 짜증을 느꼈지만 이어폰으로 노래르 들을 수도 있겠지 생각하며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서 걷기 시작하여 그분께 부딪히지 않게(177, 80킬로의 건장한 체구입니다) 조심하며
몸을 세로로 돌리며 지나왔습니다.
바로 뛰려다가 숨 좀 돌리는데 이상하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뒤를 돌아봤는데
그 짧은 시간에 도저히 사람이 사라질 수가 없는 상황에 다리 한가운데에서 사라져있더군요.
공포감이 치밀었습니다.
내가 헛것을 보았나??란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명복을 진심으로 빌어줬건만 공포감이 사라지지 않아
그 순간 겁을 상실한 저라는 사람이 한간지 10년은 된 교회의 주기도문을 외고 있더군요.
집으로 돌아오고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사실 정말 무섭게 생각하는건
그 여리여리한 체구의 그 분이, 제 뒤에서 자살했을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