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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219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432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08/04 16:20:51
    http://todayhumor.com/?lovestory_92199 모바일
    [BGM] 아, 이것은 누구의 입맞춤인가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곽효환, 길을 잃다




    3월에 큰 눈이 내린 후

    황새 한 무리 길을 잃었다

    검고 흰 날개를 펴고

    철원평야를 건너 순담계곡을 배회하다

    날개를 접었다

    바이칼 호가 아득하다


    나도 어딘가에 길을 잃고 버려지고 싶다

    아득히 잊혀지고 싶다

     

     

     

     

     

     

    2.jpg

     

    이세기, 먹염바다




    바다에 오면 처음과 만난다


    그 길은 춥다


    바닷물에 씻긴 따개비와 같이 춥다


    패이고 일렁이는 것들

    숨죽인 것들

    사라지는 것들


    우주의 먼 곳에서는 지금 눈이 내리고

    내 얼굴은 파리하다


    손등에 내리는 눈과 같이

    뜨겁게 타다

    사라지는 것들을 본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 사이


    여기까지 온 길이

    생간처럼 뜨겁다


    햇살이 머문 자리

    괭이갈매기 한 마리

    뜨겁게 눈을 쪼아 먹는다

     

     

     

     

     

     

    3.jpg

     

    김정환, 구두 한 짝




    찬 새벽 역전 광장에

    홀로 남으니

    떠나온 것인지 도착한 것인지 분간이 없다

    그렇게 구두 한 짝이 있다


    구겨진 구두 한 짝이

    저토록 웅크린 사랑은 떠나고

    그가 절름발이로

    세월을 거슬러 오르지는 못하지

    벗겨진 구두는 홀로

    걷지 못한다

    그렇게 구두 한 짝이 있다


    그렇게 찬 새벽 역전 광장에

    발자국 하나로 얼어붙은

    눈물은 보이지 않고 검다

    그래. 어려운 게 문제가 아냐

    기구한 삶만 반짝인다

     

     

     

     

     

     

    4.jpg

     

    나희덕, 입김




    구름인가, 했더니 연기의 그림자였다

    흩날리는 연기 그림자가 내 머리 위로 지나갔다

    아직 훈기가 남아 있었다

    그 중 한 줄기는 더 낮게 내려와

    목련나무 허리를 잠시 어루만지고 올라갔다

    그 다문 입술을 만지려는 순간

    내 손이 꽃봉오리 위에서 연기 그림자와 겹쳐졌다

    아, 이것은 누구의 입맞춤인가

     

     

     

     

     

     

    5.jpg

     

    천양희, 끝 섬




    파도가 벼랑을 부여잡는다

    벼랑길이 아득하다.

    아득한 섬 끝, 섬은 어디쯤일까

    해안 끝이 많이 휘었다

    벼랑에 매달려 산다는 가마우지새

    원고지에 매달리는 글쟁이 같다

    끝섬은 섬의 끝일까

    끝의 섬일까

    끝섬은 끝까지 가보아야 하는 곳

    끝에 가서야 보이는 곳


    내가 원고지를 부여잡는다

    고지(高地)가 아득하다

    아득한 고지 원, 고지는 어디쯤일까

    원고지 사방이 절벽이다

    절벽에 매달려 사는 글쟁이들

    벼랑에 매달리는 가마우지새 같다

    원고지는 내가 올라야 할 고지일까

    고지는 끝까지 올라가야 도달하는 곳

    끝까지 올라서야 보이는 곳


    끝섬은 끝까지 가야 할 끝, 섬일까

    원, 고지일까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1/08/04 21:00:32  59.2.***.158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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