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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217
    작성자 : 자유낙하
    추천 : 16
    조회수 : 561
    IP : 220.86.***.193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04/01/20 11:15:26
    http://todayhumor.com/?lovestory_9217 모바일
    사랑으로 그린 아픔 _ [♡ 6- 더하지 못한 마지막]







    그 날 반지를 전해주고 기뻐한 희진이를 보며 다시는 희진이를 맘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 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너무 오래 서로를 방치 하지도 않으며 희진이는 학교 생활을 나는 학원 생활을 열심히 해나가며 공통점이 별로 없는

    서로의 생활을 이야기로 공유하며 지냈다.



    학원 정규 과정이 끝나갈 무렵 난 기능사 2급이라는 자격증을 취득했고 친한 학원 강사의 추천으로 그 당시 학원에서 진행중이던 삼성전자 직원

    위탁교육 전문과정을 3개월 더 수강 한 후 같은 과정을 듣던 삼성 간부급 임원의 소개로 삼성전자 연구실에 입사할 수 있었다.

    부모님과 친척들 모두 놀라며 나를 칭찬했었다.

    희진이 오빠도 내게 아낌없이 친찬을 해주었고 희진이는 자신의 일보다 더 좋아하며 부모님께도 자랑을 했다고 들었다.

    어지간한 대학을 졸업해도 입사하기 힘들다는 국내 굴지의 기업에 고졸이라는 학력으로 들어가게된 나 자신도 스스로 만족하고 대견스러워 했었

    다. 하지만 겉으로 포장되어진 기업 이름에 비해 내가 그 안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보잘것 없는 잡역부에 지나지 않았다.

    삼성전자 연구실 유학파 중에서도 실력이 쟁쟁한 분야별 전문가들 그 속에서 무엇하나라도 배울까 하여 버텨보려고 했지만 비품관리나 하고 청

    소등이 주업무였던 나는 3개월 근무하는 동안 컴퓨터라는 것은 구경만 하였지 키보드 한번 눌러 볼 수 없는 이유로 엄청난 회의감과 실망을 느꼈

    다.

    일찍 부터 가졌던 그만 두리라는 생각을 희진이에게 가장 먼저 털어 놓았을때 실망하는 눈빛의 희진이는 내어깨를 다독여 줬다.



    희진 " 그동안 많이 힘들었나보구나... "

    낙하 " 힘들다기 보다....아무것도 하지 않고 청소나 하고 연구실 비품이나 관리한다는게 싫어... "

    희진 " 그래...그만큼 경험했는데 아니란 생각이 들면 더이상 시간 낭비 할 이유 없을꺼야. "



    누나같은 희진이의 위로....

    난 그날 이후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그만 두었다.

    처음 삼성연구실에 입사했을 때 받았던 칭찬과 격려의 말보다 더 많은 질타의 말들을 난 감수해야만 했다.

    물론 나를 앞에 놓고 그런 말하는 사람은 없었으나 뒤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가 더 듣기 싫었다.



    " 그럴 줄 알았어...... 저놈 성질 머리에 오죽 하겠어.. "

    " 남들은 못들어가서 안달인데를 ..... 저 새끼 제정신이 아냐.. "

    " 저런 정신 상태니 먼들 제대로 하겠어... "



    제기랄...자신들이 알지도 못하는 일에 대해 나의 판단을 무조건 비판하는 그들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들려 오는 소리들에 짜증이 났

    다.

    난 그때 아무말도 남기지 않고서 여행을 떠났다.

    혼자 찾은 가을의 제주도 ..

    억새가 참으로 이뻤다. 당시만 해도 제주...유채 밖에 모르던 나는 그 가을 제주도의 억새에 모든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그때 희진이의 얼굴이 떠올랐고 난 희진이에게 연락을 했다.



    낙하 " 희진아.......나야 "

    희진 " 어디 간거야? 부모님도 모르는 듯하던데.. "

    낙하 " 답답해서 여행 왔다.."

    희진 " 혼자? "

    낙하 " 어......"

    희진 " 어딘데? "

    낙하 " 여기 제주도.."

    희진 " 멀리도 갔다...참 "

    낙하 " 여기 지금 억새가 너무 좋다....네게도 보여주고 싶다. "

    희진 " 묵고 있는덴 어딘데..."

    낙하 " 조그만 민박집..."

    희진 " 나 지금 마지막 비행기로 내려 갈테니까...시간 마춰서 공항으로 와."

    낙하 " 뭐?"

    희진 " 알았지...안 그럼 나 거기서 미아된다. "

    낙하 " 마지막 비행기? "

    희진 " 그래...이따 보자. "



    기대도 안했는데.. 희진이가 온다고 하니 벌써 가슴이 뛰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 야호 ' 라는 함성을 외쳤고 지나던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보았지만 창피하거나 신경쓰이지 않았다.




    제주공항에서 희진이를 만나 공항으로 오기 전 렌트해 놓은 차를 타고 민박집으로 향했다.



    희진 " 어떻게 제주도까지 와 있는거야? "

    낙하 " 그냥 와보고 싶었어. "

    희진 " 미리 이야기 했으면 같이 왔잖아...."

    낙하 " 희진이 넌 학교 가야하자나..."

    희진 " 몇일 빠져도 괜찮은데. "

    낙하 " 하여튼 희진이 네가 와 주어서 너무 기분 좋다."

    희진 " 오랜만에 바다바람 너무 좋다....."

    낙하 " 꼭 우리 신혼 부부 같다...하하 "

    희진 " 그러면 우리 신혼부부 행세 할까? "

    낙하 " 그래? 그러자....하하 "



    농담처럼 주고 받은 말이었는데......

    희진이는 진짜 우리가 마치 부부인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했다. 그런 모습이 싫지 않았고 어쩌면 더 편안하고 좋아서 나 또한 맞장구를 치

    며 우린 깔깔 댔다.

    용두암, 천제연 폭포, 섭지코지, 민속 박물관 그리고 유명 1류호텔 등을 돌아 다니며 마치 신혼부부처럼 행세를 했다.

    다른이들도 별의심 없이 나이어린 학생부부 정도로 우릴 보는 것이 희진이와 나에게 진짜 신혼여행을 온듯한 착각을 만들어 주었다.


    '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밤 바닷가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희진이를 위한 조그만 모닥불을 만들어 주고 희진이와 둘이 어깨를 기대고 앉아 한참을 바다와 모닥불을 번갈아

    보며 지금 이시간이 이대로 영원 할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에 잠겨 있을때 희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희진 " 참 이쁘다...."

    낙하 " 너랑 함게 보니까 더 이쁜거 같다..."

    희진 " ............"

    낙하 " 학교는 어떻게 하고 온거야? "

    희진 " 나 사실은 휴학했어...."

    낙하 " 휴...학? 왜?"

    희진 " ....낙하야....."

    낙하 " 그래 말해봐...."

    희진 " 나 유학 가......"

    낙하 " 갑자기 무슨 유학이야?"

    희진 " 파리로 그림공부......하러"

    낙하 " 졸업하고 가야하는거 아냐?"

    희진 " 어차피 그곳가서 배울꺼 일찍 가려고..."

    낙하 " 그래..........."

    희진 " 부모님도 일찍 다녀오는게 나을꺼라고 하시고..."

    낙하 " .................."

    희진 " 많이 보고 싶을 텐데......"

    낙하 " 언제 가는데?..."

    희진 " 다음 달........"

    낙하 " 그렇게 빨리? "

    희진 " 응... 수속 끝나는데로 갈것 같아......."

    낙하 " 그렇구나....."



    이유 없이 눈에 이슬이 맺히고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목을 간지르며 튀어나올듯 튀어나올듯 했지만 입을 뗄수가 없어 말이 나오질 않았다.

    희진이는 아무말도 없이 내 품에 기대어 모닥불만 바라봤다. 희진이의 기다란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겨주며 이마에 살짝이 입을 맞추었고 한동안

    내 입술은 떨어지줄을 몰랐다.

    그리고 내 볼을 따라 흐른 한방울 눈물이 희진이 이마위에 떨어졌다.



    희진 " 우는거야? "

    낙하 " 아.. 아냐....."

    희진 " 내가 늦게 말해서 서운한거야? "

    낙하 " 그런거 아냐...모닥불에 비치는 네모습이 너무 이뻐서..."

    희진 " 그래?......그럼 다행이고..."

    낙하 " 희진아......나도 많이 보고 싶을거야..."

    희진 " 자주 나오도록 할께.....꼭...."

    낙하 " 그래.....고마워 "



    희진이와 난 서로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만지며 잠시 말을 잊고서 바라보다가 서로의 호흡을 느끼며 영원히 멈추어 버렸으면 좋을 그

    시간 서로를 느끼며 서로의 숨을 나누기 위해 입을 맞추었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 유난히 별이 밝게 비쳤다.



    제주에서 희진이가 유학간다는 내겐 그다지 기쁘지 않은 소식을 접하고 서울로 돌아왔을때 나를 기다리는 또하나의 소식이 있었다.


    입 영 통 지 서



    어정쩡하게 보내버린 시간들...

    제대 후를 생각 해보면 막막한 시간들..

    이대로 20대 초반을 넘어 20대 중반으로 브레이크도 없이 달려가야할 내 앞날..

    눈 앞이 깜깜해 졌다.


    ' 무엇이든 내길을 조금이라도 열어 놓고 가야 한다. '


    연기 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은 그 당시 수능으로 대입제도가 바뀌기 전 마지막 대입시험 뿐이었다.

    무작정 연기하고 삶의 고민을 혼자 짊어진 것 처럼 술 마시고 세상도 비관해 보고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내 인생을 되짚어 보았지만 그렇게 핑계

    꺼리를 찾는다고 앞날이 틀려지진 않을꺼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 그래 일단 전문대라도 가자... '


    근 2년여동안 아니..고3시절까지 포함해 근 3년여를 입시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내게 전과목 시험은 불가능 했다.

    희진이가 떠나는 날까지 희진이가 떠난 다는 슬픔보다 내 앞날에 대한 걱정 때문에 힘들어 했다. 어쩌면 그래서 수월하게 희진이를 보낼 수 있었

    는지 모른다.

    가고 난 후에야 많이 힘들고 외롭다는 걸 느껴버린 미련함 때문에 보낼때는 그나마 수월했는지도 모른다.



    낙하 " 잘 다녀와...."

    희진 " 그래...시간 나면 들어 올꺼야 틈틈이...그리고 꼭 편지 해.."

    낙하 " 그래 참...나 전문대라도 가보려구..."

    희진 " 그래? 잘생각했어..."

    낙하 " 그래. "

    희진 " 나 잊으면 안돼...."

    낙하 " 그럴수 없다는 거 알자나...."

    희진 " 그래...나 다녀올께 "



    그렇게 희진이를 마치 잠시 여행 떠나는 사람처럼 보냈다..

    너무도 담담하게....너무도 바보처럼.....



    그 당시 전문대 입시는 전후기 대학 입시가 끝나고 시험을 치렀으며 과목도 국 영 수 윤리 국사 5개 과목이었다.

    난 자격증을 가지고 전자과에 특별전형을 치렀다.

    짧은 시간 준비한 시험 치고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잘 본 시험이었다.

    접수번호 2번 이었던 나는 1993년 2월 어느날 수화기를 통해 흘러 나오는


    " 합격하셨습니다...수험표를 가지고 합격증을 받아가시기 바랍니다.. "


    이런 멘트를 확인 할수 있었다.

    합격할거라 예상했으면서도 믿기지 않아 3번이나 확인을 한 후에 나보다 더 가슴 졸이면서 기다리시던 어머니에게 알려 드렸다.

    난 그렇게 비록 전문대지만 대학생이 되었다.


    1993년 추위가 가시지 않고 기승 부리던 어느날....


    오랜만에 다시 경험하는 학교 생활은 나름대로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받은 희진이의 축하 편지는 나보다 더 좋아했던 희진이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동안 희진이와는 글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생활을 간접 체험 했다.


    이제는 조금 낮설게 느껴지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들..

    파리에서 배우는 새로운 화법에 대한 이야기..

    몽마르뜨에서 만난 짚시 화가의 그림 이야기...


    글의 내용은 밝았지만 희진이의 글씨를 보며 난 눈시울이 글썽여 졌다.


    짚시 화가가 그려주었다는 희진이 얼굴 스케치는 마치 사진 처럼 아니 내기억속에 희진이 얼굴을 그대로 종이 위에 옮겨 놓은듯 했다.


    그렇게 한학기가 마무리 되어갈쯤 난 입대 지원을 했고 93년 7월1일 입대일을 받았다.

    이제는 적은 부담을 가지고 제대후에 돌아 올수 있는 나의 적을 만든 때문인지 큰 고민도 돼지 않았다.

    마침 6월중순이후 희진이도 잠시 귀국한다고 했다.

    입대 전에 희진이를 만날수 있다는 내 삶의 보너스 같은 행운은 너무도 기뻤고 입대일이 가까워 지길 기다렸다.

    그 만큼 희진이를 만날 수있는 날은 더 빨리 다가오기에 ..


    기대가 커서 였을까?


    파리에서 일이 생겨 약속한 날에 들어 오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 희진이와 나의 만남을 하늘이 질투하는 걸까? '


    그 소식을 들은 후 입대전까지 술과 더불어 시간을 보내 버렸다.

    입대한다는 고민 따윈 없었다.


    그저.....

    다만......

    희진이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

    술잔에 아른거리는 희진이의 얼굴을 마셨다...

    내 혈관을 타고 희진이의 기억이 흐르도록 미친듯이 마셨다.

    그렇게 술을 마실수록...

    술에 흐려지는 내 머리속에...

    뚜렸하게 희진이 얼굴이 떠올랐기에....


    입대 당일도 술이 깨지 않은 상태로 논산 훈련소를 들어갔다.

    그동안 먹은 술을 모두 토악질할 정도로 입소대에 들어가자 마자 구르기 시작했고 몸이 힘들어지자 오히려 마음은 편해졌다.

    그렇게 나의 군생활에 문을 열었다.

    오히려 어쩌면 입대를 해서 다행이었던 그 시기라 생각이 든다.

    내 머리는 미련스럽게도 힘든 훈련일수록 희진이 얼굴을 덜 떠올렸으므로....그러했다.

    그래서 괴로워 하긴 했었지만 그렇게 훈련소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 갔다.

    자대 배치를 받을때 쯤에는 바짝든 군기 때문일까?

    그 동안 면역이 된것이었을까?

    희진이에 대한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 있었다.

    그 점을 그땐 다행스럽다고 생각했었다.

    자대에 익숙해져갈때쯤 희진이에게 날아온 편지를 받았다.

    희진이의 글씨를 보자 그 동안 숨어 있던 그리움이라는 녀석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이젠 젖지 않을 줄 알았던 내 두눈을 순식간에 적셔 버렸다.

    연말에 들어 온다는 희진이의 그 소식에 너무 기뻤다.

    고참한테 얻어 터지면서도 환호를 지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때가 나의 첫휴가를 나가는 때였기에....

    희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 오기에.....................그러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


    집까지 버스타고 30분 정도의 거리만 가면 되는 자대.

    6개월여만에 입대 후 첫 휴가..

    그 모두가 희진이를 만난다는 기쁨속에서는 아무런 이유도 되지 못했다.

    휴가 신고를 마치고 선임병들과 함께 부대를 빠져나와 오랜 만에 마셔보는 사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집이 지방인 선임병들의 제안을 모두 뿌리

    치고 난 집으로 향했다.

    부모님도 두번째 였고 친구들에겐 소식도 전하지 않았었다.

    머리속에는 온통 희진이 뿐이었다.

    파리에서 돌아와 있을 희진이 생각..

    연락을 기다릴 희진이 생각..

    그 외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집에 돌아 오자마자 군복을 벗어 버리고 어머니가 정성들여 준비하신 음식도 마다하고 수화기를 들었다.



    낙하 " 안녕하십니까....희진이 친구 낙합니다. 희진이 좀 부탁드립니다."

    가정부 " 희진이 없는데요..."

    낙하 " 그럼 메모 부탁 드립니다..낙하가 연락 바란다고 말입니다."

    가정부 " ........... "

    낙하 " 꼭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정부 " 희진이 지금 병원에 있는데..."

    낙하 " 네? "

    가정부 " 교통사고가 나서..."

    낙하 " 언제요? "

    가정부 " 벌써 일두일정도 됐어...."

    낙하 " 어느 병원 입니까? 많이 다쳤나요? "

    가정부 " 난 잘 모르는데...사모님한테 연락해봐...연락처 알려 주께..."



    희진이네 가정부가 가르쳐준 희진이 어머니 호출기로 연락을 해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걱정 스런 마음에 책상을 뒤져 희진이 오빠 명함을 찾아서 회사로 전화를 했다.

    희진이 오빠도 자리에 없었고 호출기 번호만을 받을 수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10번도 넘게 호출을 했다.

    가슴이 터져 버릴거 같았다.

    뚫어져라 쳐다 보던 전화기가 침묵을 깨고 울어댔다..



    낙하 " 여보세요. "

    희진오빠 " 형이다. "

    낙하 " 어디예요....희진이는 어때요. "

    희진오빠 " 서울대학 병원이다. 방금 전에 수술 끝났다. "

    낙하 "수술?.. 많이 다친거예요? 아니 제가 지금 갈께요......"



    난 수화기를 집어 던지고 미친듯이 뛰쳐나와 택시를 타고 희진이가 누워 있을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울컥이는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다.


    ' 크게 다친건 아닐꺼야... '

    ' 수술을 했다는데...잘 됐을꺼야... '


    불안한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며 내게 최면을 걸듯 중얼 거리며 병원으로 향했다.

    미친 듯이 뛰어들어간 병원...

    중환자실로 향했고 복도에 쓰러지듯 기대어 앉아 있는 희진이 어머니와 굳은 얼굴로 서 계신 희진이 아버지를 뵈었다.



    희진부 " 낙하왔구나.... "

    낙하 " 네...희진이는요? "

    희진부 " 아까 수술 끝나고 여기 중환자실에 있다."

    낙하 " 볼수 있습니까? "

    희진부 " 지금은 안돼는구나...우리도 들어갈 수가 없으니 "

    낙하 " ................"

    희진부 " 수술결과도 아직 확실치 않고 "

    낙하 " 네? ..............."



    말을 잇지 못하시는 희진이 아버지의 얼굴에서 그늘을 보았다.

    하얀 병원 복도와 천장 그리고 벽이 온통 검게 변하는걸 느꼈다.


    지랄 맞은 불길한 예감...더 이상 물어 볼 말도 없었고 입술도 떨어지지 않았다.

    냉랭하던 희진이 어머니의 얼굴에도 냉기가 사라지고 퉁퉁 부은 눈만이 슬픔을 담고 있었다.



    희진오빠 " 왔구나. "

    낙하 " 형.............괜찮은 거죠? "

    희진오빠 " 글쎄......괜찮아 질꺼야. "

    낙하 " 확실하게 대답해줘요....."

    희진오빠 " ......................."



    나를 끌고 희진이 오빠는 밖으로 나왔다.

    내게 담배를 건네고 자신도 빼어 물어 불을 붙혔다.

    긴 한숨과 함께 담배연기를 삼켜버리고 있었다.



    희진오빠 " 낙하야....."

    낙하 " ..................."

    희진오빠 " 희진이........."

    낙하 " ...................."

    희진오빠 " 사고후 의식이 없다. 아직까지....."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귓가에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듯 했다.



    희진오빠 " 벌써 2번째 수술인데.. 이번에도 깨어나지 못하면.. "

    낙하 " .........................."

    희진오빠 " 결과를 알수 없다는 구나. "

    낙하 " 거짓말이죠..... 그럴리 없잖아요."

    희진오빠 " 나도 그러길 바란다....."

    낙하 " 씨팔......."



    난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땅속으로 한없이 파고들어가는 듯한 느낌에도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 아냐..아냐...내눈으로 보기전엔 다 거짓말이야.. '


    희진이를 보겠다는 나의 고집은 희진이 오빠와 병원 간호사들의 만류로 꺽여 버렸다.

    그럴리 없다는 생각만 머리속에서 외치고 있었다.

    희진이 오빠가 면회 가능할 때 연락하기 전까지 병원에 오지말라는 말에 그럴수 없다고 고집을 피웠지만 단호한 희진이 오빠의 말에 그럴 수 밖

    에 없었다.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머리속에 온통 거짓말이라는 생각과 희진이 얼굴만이 떠올랐다.

    환하게 웃고 있는 희진이 얼굴이...

    희진이 오빠의 연락을 받기 전까지의 시간들...

    지금도 아무런 기억이 없다.

    태어나 처음으로 신이란 존재에게 기도란걸 했었다.

    아니 그건 기도가 아니었다.

    절대자에게 하는 내 협박이었다.



    연락을 받고 달려간 병원 희진이가 누워 있는 병실..

    작은 찰과상이 나있는 희진이의 얼굴..

    굳게 다문 입술과 잠자듯 감고 있는 희진이의 눈 그토록 보고 싶던 희진이 얼굴이었다.

    너무도 편하게 잠든 듯한 희진이의 얼굴 잠시 마음이 놓였다.



    낙하 " 형 ...."

    희진오빠 " 그래......."

    낙하 " 희진이 자나봐요? "

    희진오빠 " ................."

    낙하 " 내가 왔는데 자나봐요? "

    희진오빠 " .............."

    낙하 " 좀 깨워봐요....희진이는 눈동자가 이쁘단 말예요. 자고 있으면 눈동자가 안보이자나요. "

    희진오빠 " 낙하야 그만해라....."

    낙하 " 좀 깨워봐요...."

    희진오빠 " 나가자 나하고....."

    낙하 " 어딜가요.....왜 내가 왔는데 잠만자요? "

    희진오빠 " 그만하고 나가서 바람이나 쐬자..."

    낙하 " 씨발 좀 깨워 보란 말야!!!!!!!!!!!!!!! "



    소리 치는 나를 껴안고 희진이 오빠가 울었다.

    희진이 어머니는 울면서 병실을 나가 버리셨다...



    희진부 " 낙하야 그만해라...."

    낙하 " 아저씨....희진이 안아픈거죠? "

    희진오빠 " 그만 해!!!! 임마!!!!."

    낙하 " 희진아!!! 나왔다...나... 낙하야... "

    희진 오빠 " 그만 하라고!!!! 이자식아!!!!!!!!!!!!! "

    낙하 " 씨발!! 나왔다니까...눈 좀 떠봐!!!!!!!!!! "



    희진이 오빠가 때리는 따귀를 맞으면서 난 소리질렀고 목구멍에서 더이상 아무런 소리가 나오지 않음을 알았을 때 다리가 풀리고 난 주저 앉고

    말았다.

    눈물도 흐르지 않았고 멍하니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희진이 오빠와 병원 밖에서 앉아 서로 아무말도 없이 담배연기만을 삼키며 떨어지는 눈물만 바라보고 있었다.



    희진오빠 " 두고 봐야 한단다. "

    낙하 " 형 "

    희진오빠 " ............."

    낙하 " 형네 돈 많자나.....희진이 깨어날꺼지?..어떻게든 깨워줄거지? 말해....약속 하란 말야..."

    희진오빠 " 나도 그러고 싶다...."

    낙하 " 의사가 머라든 그런말 다 거짓말이야!!! "

    희진오빠 "......................."

    낙하 " 약속해......약속하라구.... "

    희진오빠 " 우리 두고 보자....희진이 그렇게 약한 놈 아닐꺼다. "

    낙하 " 이렇게 기다리자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기다리자고? "

    희진오빠 " .................."

    낙하 " 형 약속해줘!!! "

    희진오빠 " 약속? 희진이만 깨어난 다면 나도 무엇이든지 하겠다."

    낙하 " 그러니까 약속하라고 반드시 깨워낸다고...."

    희진오빠 " ........... "

    낙하 " 씨발....그런 약속도 못해...그러고도 형이야? "



    난 나보다 어쩌면 더 아파하고 있는 희진이 오빠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미친놈처럼 욕을 해대며....희진이 오빠에게 거짓으로라도 약속을 받고 싶었다.

    아니 희진이가 분명 깨어날거라는걸 확인 하고 싶었다.

    복귀일이 다가왔지만 희진이는 의식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잠든척 누워만 있었다.

    복귀하지 않겠다던 내 고집을 꺾은건 희진이 오빠였다.

    나를 부대까지 끌고 들어가 복귀시키고 돌아갔다.

    부대 내에서도 대략적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내무반 선임병들 모두가 번갈아 가며 나를 감시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중대장의 재량으로 5일간의 휴가를 다시 나왔다.

    집에도 들리지 않고 찾아간 희진이가 누워 있던 병실 그 곳에 희진이는 없었다.


    지나가는 간호사를 붙잡고 물었다...



    낙하 " 여기 있던 여자 환자 어디 갔어요? "

    간호사 " 예? 여자 환자요?"

    낙하 " 그래 희진이 어디 갔냐고!!!!! "

    간호사 " 아! 오전에 영안실로 내려간 분 말씀인가요? "

    낙하 " 뭐? 영안실.....거길 왜 가? "



    난 미친 듯이 영안실로 향해 뛰었다.


    ' 아냐 ...아냐 ... 그럴리 없어 . ... "


    뛰어 내려간 영안실에는 상복을 입은 희진이 아버지와 오빠를 볼수 있었다.



    낙하 " 형....."

    희진오빠 " ........ "

    낙하 " 뭐야? 왜 이런거 입고 있는거야....."

    희진오빠 " 희진이 오늘 아침에 갔다....."

    낙하 " 가긴 어딜가? 내가 여기 있는데 가긴 어딜 가냐구?.. "

    희진오빠 " 낙하야...."

    낙하 " 씨발!! 가긴 어딜가?...내가 안보낼꺼야!!!!! "

    희진오빠 " 낙하야....그만 해라. "



    난 그자리에 주저앉아 희미하게 보이는 희진이의 영정이 나보며 웃고 있는걸 보았다.


    ' 씨발...가긴 어딜가...나한테 말도 없이 어딜가.....웃음이 나오냐.......지금 내모습이 우습냐...빨리 일어나라.....희진아..'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희미한 정신이 점점 희진이의 죽음을 인정해가는 걸 인정 할수 없었다.

    어딘지도 모를 길을 한참을 달렸다.빙판길에 미그러지고 자빠지면서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향해 뛰었다.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 희진이를 향해서....

    어디선가 미소지으며 그림 그리고 있을 그녀이기에.....



    그녀가 떠나고 그녀네 가족은 이민을 갔습니다.

    이민을 가지전에 그녀의 오빠가 그림 한장을 전해 주었습니다.


    그녀의 유품을 정리하며 나온 내게 전해준 그 그림한장...


    노을지는 바닷가에

    서로 의지하고 앉아있는 두사람..

    그녀와 함께했던 제주도의 그 바닷가.....


    그림뒤에 눈에 익은 몇글자...

    사랑해...

    이제 10년이 됐습니다.

    잊으려 애쓰진 않았지만 잊은줄 알았습니다.

    아니 한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지울순 없나 봅니다.



    아직도 아프고 눈이 젖어 오는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녀를 마음 한구석에서 밀어 낼순 없나 봅니다.



    사랑이 그린 것은 제겐 아픔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픔 지우고 사랑만 간직하겠습니다.

    제 기억을 같이 공유하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





    -끝-






    읽어봐 주신 오늘의 유머회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글을 쓴 것은 까페에서가 처음 이었고 어떤 사이트에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웃긴대학에서 활동하던 저이기에 그곳에 글을 올리던 중 까페의 친한 동생이 이곳에 올려달라는 부탁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웃대와 이곳에 같이 올렸습니다.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많이 들 궁금해 하시더군요. 사실이냐?
    100% 일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뼈대가 되는 이야기는 사실입니다. 제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지만 의심의 눈길로는 보지 말아 주시길..
    중간중간 많이 빠진 내용도 있지만 그것들은 희진(가명)이와 저 둘만의 추억으로 가슴에 묻고 있습니다.
    설날 전에 끝내려 서둘렀습니다. 그럼 설 연휴 행복하게 지내시길 ..
    그리고 코멘 달아주신분들 감사합니다.
    베스트에 올라간것은 오늘 알았습니다. 깊이 감사 드립니다. _(__)_
    기회가 되면 또 인사 드리겠습니다.



    자유낙하의 꼬릿말입니다
    http://cafe.daum.net/MuOk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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