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부터 공부에는 늘 관심이 없던 아이였고, 그 흔한 알파벳도 중학교에 입학하고나서야 겨우 A부터 Z까지 알게 된 나였고,
여기서 조금 남탓을 해보자면 초 5때부터 물 나쁜 친구들을 만나면서 담배를 배우게 됬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내 중학교 생활을
뻔한 당상이었다, 늘 학교에서 도망치거나 안나오기 일 수였고, 부모님과 다툼이 있을 때면 심지어 하루종일 집에 안들어간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렇게 일명 불량학생이라는 낙인에 찍혀 중학교 생활을 보내게 되었고, 실업계에 갈려던 나를 어떻게든 인문계에 보내려는 부모님에
마지못하여서 지역 내 가장 소문이 안좋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된 나인데
중학교때만 하여도 전교 꼴지를 들락날락하던, 내신 160을 윗돌던 내가 첫 들어가게 된 학교의 배치고사에서 전교생 250명중에 14등을 했다는 것.
나같은 놈이 14등을 할정도로 얼마나 학교가 꾸졌나.. 라는 생각 이전에 처음으로 내가 공부로 누구 앞에서 한번 쯤은 장난으로 내세울만한 것이
생겼다는 것. 처음으로 느껴보는 희열이었고 즐거움이었다.
이 학교는 배치고사와 입학성적 순으로 반을 구성한다더라, 그래봤자 도진개진이었겠지만 나름 이 학교에서 엘리트라고 불리는 반에
들어가게 되었고 처음에 공부라는 것에 재미를 들려보기 시작한, 내 인생에 다시는 볼 수 없을 그런 순간이었다
가끔 중학교 때를 잊지 못해 가끔은 방황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하나 둘 자퇴하고 오토바이나 몰고다니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때까지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에 어떻게든 노력했고, 그 노력이 빛을 발한 듯 고3까지 무사하게 승급하게 된 그 자체만으로도
우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묘한 감정에 그런 가슴이 미어진다는 표현, 처음으로 느껴보기도 했다
부모님께 달라진 모습 보여드릴려고 지난 1년간 이 멍청한 머리로 미치도록 공부하며 주말에는 늘 독서실에서 생활하다시피 하였는데
자랑스러운 아들 될려고 노력했는데, 이제 달라졌다고 어깨 피게 해드린다고 약속했는데
못 지켜드릴꺼같다... 우째야할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남은 대학마저 오늘 뜬 합격자 발표 소식에 내 이름은 없더라
하... 어쩌냐 진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