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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9195
    작성자 : G999
    추천 : 13
    조회수 : 1817
    IP : 60.99.***.25
    댓글 : 20개
    등록시간 : 2017/07/11 03:32:23
    http://todayhumor.com/?wedlock_9195 모바일
    게임으로 인한 부부싸움으로 이혼까지 생각했던 과거
     첫째가 7세 둘째가 6개월입니다. 
    남편과 만난지 9년째고 연애할 때는 제가 게임애니오덕인건 숨겼고요.
    제가 그냥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나 읽은 여자인 줄 알던데 풉.
    각설하고 저나 남편이나 둘 다 만화게임 좋아합니다. 
    지금도 좋아합니다만 즐길 시간이 극도로 적을뿐이죠.  
    첫아이를 낳았을때 저는 26세였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출산을 하여 직장도 없이 어쨌든 고학력 전업주부로 새 인생의 스타트를 끊었죠. 상상이 가시나요? 하필 속도위반으로 어쩌다보니 직장도 못 가지고 애를 낳고 엄마에 취직한 대졸여성의 삶이... 나도 내 전문성을 살려서 멋지게 취업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ㅋㅋ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애가 좀 크고나니  새삼스레 자기 인생이 비참해져 우울증이 옵니다 ㅋㅋ
    (내 탓인데 남탓만 하면서요 ㅋ)
     그 때 하루종일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퇴근해서 밥 먹고 겨우 한 숨 돌리려고 남편이 옆에 누워서 게임을 틀면 내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까요?
    내가 옛날에 게임좀 해 봐서 아는데 저건 지금 해야돼! 이런 생각이 들까요?
    아닙니다 들고 있는 핸드폰을 뺏어서 머리에 던져버리고 싶어집니닼
    내 남편이 밖에서 얼마나 몸을 굴리고 왔건 힘들게 돈을 벌었건 나는 집에서 전업주부 하지만 육아는 공동이잖아 니새끼잖아 너 에이티엠이야? 라는 소리를 이틀에 한번꼴로 던지면서 칼로 물베기를 시전하죠.
    실제로 이혼까지 생각했습니다. 싸울 때마다 이혼서류 떼어오라고..
    남편은 담배를 피지만 술은 못 마시고 취미는 하나도 없고 친구도 안 만나며 오로지 스트레스 해소가 게임하나인데 저는 그것을 절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10대 인생을 게임에 바쳤던 저였지만 그럴 수 없었죠.. 
     그랬던 제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둘째가 0세입니다. 태어난지 반년됐어요.
    남편은 언제나처럼 집에 오면 게임을 합니닼
    저는 게임하게 놔두고 별로 스트레스도 받지 않아요.
    저 때와 무엇이 달라졌느냐? 
    아이가 달라졌고 제 마인드가 달라졌고 남편의 육아스킬이 늘었습니다. 
    둘째도 그냥저냥 순둥이고 저는 전업주부로 파트타이머나 뛰어야 애들이 학교갔다가 집에왔을때 엄마가 있는 가정을 만들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고 혼자서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니가 파트 안 뛰게 내가 더 열심히 할께 라는 남편의 립서비스도 은근히 기분좋고요. 기대는 안합니다)
     남편은 자신이 밖에서 돈을 버는 것처럼 제가 집에서 애들을 키우는
    육아가 중노동에 속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저에게 자유시간을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일하고 집에오면 누워서 게임" 이 아니라 "내가 애들하고 놀테니까 당신 좀 나갔다 와. 집에만 있으면 스트레스 쌓여" 라고 말을하고 제가 나갔다 온 다음에 게임을 하고 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첫째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출근하고 새벽에 제가 아기때문에 잘 일어나기 때문에 아침에 저를 깨우지 않습니다. 아침밥이 셀프로 바뀌었죠. 물론 남편은 돈을 벌기 때문에 처음부터 가사일은 단 하나도 시키지 않았고 물 한잔도 제가 가져다주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육아만 공동입니다. 안 부탁해도 가끔 자기가 해줄때도 있어요 설거지만.
      그리고 저도 애를 한 번 키워봐서 애 보면서 게임하는 스킬이 쌓여서 틈틈히 모바일로 놀 수 있게 되었죠 ㅋ 물론 밥먹을 시간도 충분치 않고 애들하고 있다보면 하루가 금방이라 내 시간이 없기는 하지만 이제는 남편이 제 아군이 되었으니까요.. 아기가 6개월이지만 영화도 보러 갔다왔고 쇼핑도 다녀요. 제 사고방식도 많이 바뀌었고 무엇보다 애들도 아빠를 많이 따르고요.
    (그런데 갑자기 분유거부해서 장시간 자유시간은 끝남ㅋ)

     하지만 아기가 민감하고 잘 울고 엄마한테서 못 떠나는 아기면 가정은 어떻게 될까요?
    혹은 부인이 게임과는 너무나도 상관없는 인생을 살아왔다면 어떨까요
    혹은 부인이 육아에 자기 자신을 잃어가며 올인하는 사람이라면?
    "집에 와서 할 일 다 하고 2-3시간 게임하는 남편" 은 같으나 주변 상황은 각 가정마다 다릅니다.. 우리집은 이런데-라고 넋두리를 할 수도 있고 조언이나 위로를 할 수도 있지만 좌절하는 과정이나 극복하는 과정이 각 가정마다 너무나도 다릅니다. 그러니까 너무 부인을 나무라지도 마시도 남편을 나무라지도 마세요.. 저 부인은 정말 이해가 안간다! 라고 해도 그 분은 정말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일지 모릅니다.. 사람마다 다르니 결국은 "나는 할 일 다 하고 2-3시간 게임한다" 그런데 과연 나는 할 일을 다 했는가? 한 번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결혼을 했으니 설거지보다도 중요한 것은 파트너가 오늘은 무엇을 하고 지냈나 알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인생 이야기를 처음으로 써봤습니다. 힘들었지만 남편을 향한 에이티필드는 이제 없습니다. 커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결혼하신 분들 모두 행복한 가정 꾸리시기를...
    전 이만 게임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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