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게 눈팅만 하다 레딧 번역글이 너무 재밌어서 저도 직접 하나 번역해봤습니다.
약 한 시간 전에 내 아내가 문자 한 통을 받았어. 처음에 난 뭐 별 문자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좀 있다 아내가 엄청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더라구. 그러곤 다시 자기 폰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리고 아내가 물었어.
"자기가 타고온 비행기에 문제 있었어?"
우린 지금 둘다 거실에 앉아 와인 한 잔씩 홀짝거리고 있었지. 머나먼 해외 출장으로부터 막 돌아왔던 참이었거든.
"응, 중간에 꽤 심한 난기류가 있었으니까."
내가 아내에게 말했어. 사실 이건 평가절하해서 말한 거야. 내가 지금껏 경험한 난기류 중 최악이었거든. 거기다 그 배경에는 별 이상한 불빛들이랑 현란한 색깔놀이에 웅웅대는 소음까지 있었어. 그 비행기를 타고 있던 그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소름끼치는 경험이었을걸. 심지어 비행기 항로를 돌려서 LA에 착륙하자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네. 하지만 난 아내가 그런 일 때문에 걱정하길 않길 바라.
"왜, 누가 뭐래?" 내가 물었지.
"자기가 했잖아." 아내가 대답했다.
"'비행기에 문제가 좀 있네. 오늘밤에 집에 못 갈 것 같아.' 라고 보냈는데?" 그리곤 아내는 어깨를 으쓱했어.
난 내 폰을 아내에게 보여줬어.
"난 그런 문자 보낸 적 없는데. 심지어 착륙한 이후로 내 폰은 아직 데이터 연결도 안 되고 있어. 그거 진짜 내 폰 번호로 온 거 맞아?"
그러자 아내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어. 그때까지는 우리 둘다 별로 무섭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지.
하지만 곧 그렇게 될 거였어.
"한번 답장해볼까?" 아내가 되물었어.
"그래, 뭐 안 될 거 없지." 내가 대답했고, 둘다 웃고 있었지.
"'뭐래, 지금 바로 내 옆에 앉아 있으면서?'" 아내는 자기가 문자로 치는 말을 크게 소리내어 말했어.
아내가 문자를 보내자마자 곧바로 답장이 왔어. 문자에는 '엥? 뭐 어찌됐든, 나 지금 LA에 있어. 내일 집에 돌아갈 거야.' 라고 적혀 있었어. 아내는 여전히 미소짓고 있었지.
하지만 난 아니었어. 내 핸드폰 번호는 내가 하마터면 착륙할 뻔한 도시에서 내 아내에게로 문자하고 있었으니까.
아내가 내 표정변화를 알아차렸나봐.
"아, 장난 가지고 왜 그래? 통신사나 뭐 다른 오류겠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거 아니... "
하지만 내가 그녀의 말을 잘랐어.
"그 사람한테 비행기에서 자기 옆에 앉아 있던 사람 어떻게 생겼냐고 물어봐봐."
"그냥 우리 이쯤에서 그만하고... "
하지만 중간에 내가 다시 말을 끊었지.
"부탁인데 그냥 해봐."
그래서 아내는 다시 문자를 보냈어. 잠시뒤 답장이 왔고, 아내가 그걸 소리내어 읽었어.
"'빡빡 민 머리에, 수염, 그리고 피어싱과 타투로 수두룩했었어.'"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거실을 서성거리기 시작했어. 아내는 혼란스러워 했지.
"뭐야, 이거 진짜야?"
"그래. 내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딱 그렇게 생겼었는데..."
이제 난 진짜 겁에 질려 있었지. 그때 아내에게 또다른 문자가 왔어.
'그럼 그 남자가 읽고 있던 책은?'
난 그 남자가 읽고 있던 책을 기억해내려고 무진장 애썼지만, 생각이 안 나더라고. 그냥 톰 클랜시가 쓴 무슨 소설이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어.
"'톰 클랜시 소설'이라고 보내봐." 라고 아내에게 말했어. 우리 둘다 더이상 웃고 있지 않았지. 둘다 더이상 재밌지도 않았고. 슬슬 이게 현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 아내는 내가 한 말을 문자로 보냈어.
"이게 진짜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라며 아내가 물었어.
내가 대답하려는 찰나, 다른 소리가 내 말을 끊더라고.
폰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
그 전화를 걸고 있는 건 나였어.
아내는 겁먹은 표정이었어.
"이거 받아야 할까?" 라며 아내가 물었지만, 나라고 어떻게 할지 생각이 나는 건 아니었어.
내가 받으라고 말할 때까지 거의 10번 넘게 울렸을걸. 아내는 천천히 통화 버튼을 눌러서, 귀에다 폰을 가져다댔어.
"여보세요...?" 아내가 거의 속삭이듯이 물었지.
그리곤 아내의 눈이 충격으로 휘둥그레 커졌어. 그리곤 나를 쳐다봤지. 아내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눈에선 눈물이 서리는 게 보였어.
"말도 안 돼." 아내는 중얼거리다 잠시 멈췄어.
전화 너머로 누가 말하는 걸 듣고 있었던 거지. 그러다 아내는 "아니." 라고 대답했어. 또다시 잠깐의 정적 후에 아내는 "진짜야."라고 말했어. 마지막에는 거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어. 그리곤 "알았어." 라고 대답했어.
그리곤 나에게 전화를 건네줬지. 난 폰을 건네받아 전화를 받았어. 그리곤, 아주 익숙한 소리를 들었어. 바로 몇 시간 전에 난기류 속에서 들었던, 그 웅웅대는 소리 말이야. 정말 시끄럽고 귀를 찌르는 소리였어.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마치 티비에서 없는 채널을 틀었을 때 나오는 화이트 노이즈가 천둥처럼 울려대는 소리였어. 기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내는 마찰음도 들렸어. 그러니까, 이 모든 소름끼치는 소리가 한데 모여서 내는 소리 같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소리와도 비슷하지 않았어. 눈 앞에는 별 이상한 불빛들이랑 현란한 색깔놀이가 다시 보이는듯 했지, 마치 아까 전의 비행기 안에 앉아 있는 것처럼 말이야. 더 이상 폰을 들고 있을 수가 없어서, 바닥에 떨어뜨렸어.
아내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어.
"자기도 들었어? 자기랑 똑같은 목소리야. 자기라고."
"이 남자 목소리는 안 들려. 완전히 묻혀버렸다고. 내가 뭘 들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뭐라는 거야, 지금? 그건 자기였다고. 알 수 있어. 확실해."
바닥에 떨어진 폰이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어. 우리 둘다 그걸 쳐다봤지. 하지만 누구도 받지 않았고. 대략 2분 정도 울렸다가 멈추더니, 잠시 뒤에는 문자가 한 통 날아왔어. 아내가 폰을 집어들어 그 문자를 읽었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진 모르겠는데, 내일 오후 2시까지 집에 갈게.'"
그리곤 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어. 아내는 그냥 폰을 꺼버렸고.
그때로부터 약 1시간 정도가 지났고,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내려는 중이야. 진실을 알아내기까지 아직 하루 정도가 남아 있으니까.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여기에 올려서 도움을 좀 구하려고 하는 거야. 누구 이 이야기랑 비슷한 경험 가진 사람 있어? 댓글 기다릴게. 그리고 내일 오후 2시 이후로 다시 글 올릴 거야.
- 진짜 나 -
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상황을 그냥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또다른 내가 있다는 것과... 그 사람이 지금 우리집에 내 아내랑 있다는 걸 말이야. 지금 난 LA의 호텔에 있어. 내 비행기가 회항을 해서 말이지. 그리고 정말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래서 여기에 와서 이 상황에 대해 좀 써보려고 왔다가... 이 글을 봤어. 바로 내 ID로 쓰여진 이 글을.
위 글이 뭐 어떤 글이든지 간에, 내가 쓴 게 아냐. 물론 저게 내 아이디는 맞아. A10A10A10. 확실하네. 근데 저 글의 제목을 읽을 수가 없어. 아니, 제목뿐만 아니라 위에 적혀 있는 게 뭔지 하나도 보이지가 않아. 거의 내가 알아볼 수도 없는 지렁이 기어가는 글씨로 써져 있는걸. 저 문자들이 뭘 의미하는지 조금도 감이 안 잡혀. 위에 적혀 있는 글 첫 번째 줄 복사해서 밑에다가 붙여넣기 해볼게.
'약 한 시간 전에 내 아내가 문자 한 통을 받았어. 처음에 난 뭐 별 문자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문장 읽을 수 있는 사람 있어? 나한텐 그냥 외계어 같이 보여서 말이야. 그리고 계속 쳐다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타자음 같기도 한 소리가 들리기까지 한다니까. 전에 두 번 들어본 소리야. 근데 지금은 일단 이건 넘어갈게.
오늘밤 내가 탔던 비행기는 역대급 난기류와 맞닥뜨렸어. 공포스러운 굉음과 진짜 이상한 불빛들을 볼 수 있었지. 그 상황이 끝났을 때, 기장은 항로를 바꿔 LA로 우회하기로 했어. 그 상황이 진짜 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엄청 실망했었어. 일 주일 넘게 떠나 있었기 때문에 집에 엄청 돌아가고 싶었거든.
착륙하고 나서는, 아내에게 내가 LA가 있다고 상황설명을 하는 문자를 보냈어. 근데 아내가 한 답장이 좀 이상한 거야.
"'뭐래, 지금 바로 내 옆에 앉아 있으면서?'"
아내가 그런 장난을 칠 사람은 아닌데 말이지. 그냥 말이 안 되는 거였어. 그래서 지금 난 LA에 있다고 답장했지. 그러자 정말 이상한 답장을 하더라고, 내 옆에 앉아 있었던 사람을 묘사하라는 문자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아내에게 맞춰줬지. 그 사람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 완전 빡빡 밀어버린 대머리에 덮수룩한 수염, 그리고 피어싱을 최소 15개는 했던데.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 답장을 했어.
그러다가 나도 아내를 좀 골탕먹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내가 그 남자가 읽고 있던 책이 뭐냐고 물으니, 곧바로 '톰 클랜시의 소설'이라는 답장이 날아오더라고. 대체 그걸 어떻게 안 거지? 이게 가능이나 한 일이냐고?
그래서 아내에게 전화해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했어. 몇 번이나 전화를 한 끝에 아내는 전화를 받았고, 조용히 "여보세요...?"라고 묻더군.
"안녕, 자기. 나야. 집에 무슨 일 있어?"
아내는 잠시 침묵에 빠지더니, 조용히 중얼거렸어. "말도 안 돼." 슬슬 짜증이 나더라구.
"진짜로 내가 당신 옆에 앉아 있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장난이라면 그만해, 재미없어."
"아니." 아내가 조용히 말했어. 그리곤 덧붙였어.
"진짜야."
그걸 들으니, 아내가 진심이었고 장난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 그래서 말했지.
"만약 거기에 진짜 누가 있는 거면 나한테 바꿔줘."
그 소리를 다시 들은 건 바로 아내가 전화를 바꿔줬을 때였어. 거의 화이트 노이즈 같은, 아님 천둥 소리나, 지진이 일어나는 것 같은 소리. 그 정신없는 불빛과 색깔놀이들이 다시 보이는듯 했어. 그러다 잠시 뒤에 멈췄지.
다시 전화를 걸어보려 했지만, 받지 않았어. 정말, 정말로 혼란스러웠다고. 그냥, 내일 오후 2시에 집에 도착할 거라고 문자 보내는 게 다였어. 혹시나 해서 다시 전화를 몇 번이나 걸어봤지만, 받지 않는 걸로 봐선 전화를 꺼놓은 것 같아.
그러니까 대체 이 망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진짜 다른 내가 거기에 있는 건가? 진짜 지금 이 순간에 그 사람이 내 아내 옆에 있는 거냐고? 그럼 그 사람이 저 위의 글을 쓴 걸까? 근데 왜 나는 읽을 수가 없는 거지? 저 사람은 내가 지금 쓴 글을 읽을 수 있을까?
궁금한 게 너무나 많은데, 답을 찾을 수나 있을지조차 의문이야. 내일 오후 2시에 집에 도착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안 간다. 하지만 내가 멀쩡히 살아 있다면, 내일 새 이야기로 돌아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