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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김소연, 강릉, 7번 국도
다음 생애에 여기 다시 오면
걸어 들어가요 우리
이 길을 버리고 바다로
넓은 앞치마를 펼치며
누추한 별을 헹구는
나는 파도가 되어
바다 속에 잠긴 오래된
노래가 당신은 되어
문정희, 기억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지만
젊은 시절에도 나는 젊지 않았어
때때로 날은 흐리고
저녁이면 쓸쓸한 어둠뿐이었지
짐 실은 소처럼 숨을 헐떡였어
그 무게의 이름이 삶이라는 것을 알 뿐
아침을 음악으로 열어보아도
사냥꾼처럼 쫓고 쫓기다 하루가 가고
그 끝 어디에도 멧돼지는 없었어
생각하니 나를 낳은 건 어머니가 아니었는지도 몰라
어머니가 생명과 함께
알 수 없는 검은 씨앗을 주실 줄은 몰랐어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지만
젊은 시절에도 늘 펄펄 끓는 슬픔이 있었어
슬픔을 발로 차며 거리를 쏘다녔어
그 푸르고 싱싱한 순간을
함부로 돌멩이처럼
안도현, 가마우지
해안선을 잘 엮어서 어머님께 보여드리자
밤새 젖은 모래톱 한 두름 꾸덕꾸덕하게 말려 굽고
시끄러운 파도 소리 살짝 볶아 쟁반에 담아서
어머님의 서러운 아침 밥상에 올리자
해안선을 올리자 어머님을 위하여
허공을 깎아 만든 절벽의 집으로도 가지 못하고
바다의 밑바닥으로도 이제 갈 수 없는
검은 해안선에 몸이 감긴 어머님
최대한 목을 길게 빼고
가마우지, 가마우지 공중에서 울자
이용악, 슬픈 사람들끼리
다시 만나면 알아 못 볼
사람들끼리
비웃이 타는 데서
타래곱과 도루모기와
피 터진 닭의 볏 찌르르 타는
아스라한 연기 속에서
목이랑 껴안고
웃음으로 웃음으로 헤어져야
마음 편쿠나
슬픈 사람들끼리
이규리, 보라빛이라는 것
왜 미안하다고 말했을까
네가 맥문동과 나란하다
달빛 아래서 맥문동을 보면 결핵 빛깔이다
세계를 투정하고 세상을 밀어내던 내가
꽃보다 오래 산다는 건 미안하다
맥문동은 흔들리면서 생을 완성한다
너는 외대에 닿는 흰 바람조차 붙들고 싶었던가
일획 단정 한 잎들이 단명과 유사하다면
맥문동은 네 기침이 피우는 꽃
비 오는 날은 더욱 자지러진다
생이 기우뚱 풍경들을 놓칠 때 왜 보랏빛일까
너무 큰 신발을 신고 숨차 오르던 여름 내내 돌아보면
굽이마다 맥문동 보였다
보랏빛 네 단명 앞에 탕진하듯
내 살아있음이 미안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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