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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호”
나는 웃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다.
새빨간 옷에 새하얗고 덥수룩한 수염.
동그란 안경을 낀 나는
누구에게나 잘 보였지만 누구도 잘 보지 않았다.
그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일이다.
옛날엔. 하고 잠깐 생각해보았지만 나는 이내 그만뒀다.
어차피 옛날은 옛날일 뿐이다.
빨간 보따리엔 들어있는 것이 없다.
아니 있긴 하다.
돈쪼가리 정도.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나의 마음과 함께 하듯 하늘도 어두웠다.
눈이 내리는 걸까.
하지만 나는 결코 그것을 기뻐하지 않았다.
어차피 눈이 내려봤자 모텔 주인은 값을 올릴 뿐이고.
편의점의 콘돔이 동이 날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는 아이에겐 선물은 없다는 노래를 그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정작 오밤중에 수많은 사람들은 울어댄다.
그 새하얀 눈이 뭐라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은 내리기 시작했다.
“호호호”
웃어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나는 그냥 떠날까 싶었지만
내리는 눈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더러운 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떠나지 못했다.
나는 하염없이 걸었다.
주변은 온통 남녀 두쌍 뿐이다.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무슨 맞선의 날도 아니고.
호호 하곤 웃어버린다.
나의 발은 멈췄고 앞엔 작은 술집이 있었다.
나는 눈을 털어내고 술집의 문을 열었다.
“더러운 눈 따위가.”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돌아봤다.
그래도 눈은 그치지 않는다.
맥주는 맛이 없다.
쏘주는 쓰다.
칵테일은 쓸데 없이 비싸다.
그래도 마시고 만다.
적어도 저 눈을 맞으며 돌아가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건 확실하다.
적어도 그런 일 보단 이 쏘주가 훨씬 달다.
“호호호”
웃어본다.
하지만 저기서 키스하고 있는 커플이든
컵을 닦고 있는 저 청년이든
굽은 허리로 소주만 홀짝이는 저 할배든
아무도 듣지 못한다.
나는 새삼스레
내 자신이 쓸모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뭐.
아무도 이 날의 시작따윈 궁금하지 않고.
나는 잊혀졌을 뿐이다.
행복한 가족들 사이에 내가 들어갈 곳 따윈 없다.
커플들에겐 나 따위 보단 고무 쪼가리가 더 중요할 것이다.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나 따위 보단 쏘주 한 잔이 더 중요할 것이다.
나같이 잊혀진 사람들에겐.
나같이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에겐.
됐다.
그만 하자.
탁. 소리와 함께 12시가 되었다.
다만 그 누구도 M자 하나 꺼내지 않는다.
나는 창 밖을 보았다.
눈은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멈추지 않을 것만 같다.
그 더러운 눈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아.
쏘주가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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