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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1887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85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05/25 17:40:22
    http://todayhumor.com/?lovestory_91887 모바일
    [BGM] 답 없는 밤이었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종삼, 술래잡기




    심청일 웃겨보자고 시작한 것이

    술래잡기였다

    꿈속에서도 언제나 외로웠던 심청인

    오랜만에 제 또래의 애들과

    뜀박질을 하였다


    붙잡혔다

    술래가 되었다

    얼마 후 심청은

    눈가리개 헝겊을 맨 채

    한동안 서 있었다

    술래잡기하던 애들은 안 됐다는 듯

    심청을 위로해주고 있었다

     

     

     

     

     

     

    2.jpg

     

    오규원, 개봉동과 장미




    개봉동 입구의 길은

    한 송이 장미 때문에 왼쪽으로 굽고

    굽은 길 어디에선가 빠져 나와

    장미는

    길을 제 혼자 가게 하고

    아직 흔들리는 가지 그대로 길 밖에 선다


    보라 가끔 몸을 흔들며

    잎들이 제 마음대로 시간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장미는 이곳 주민이 아니어서

    시간 밖의 서울의 일부이고

    그대와 나는

    사촌들 얘기 속의 한 토막으로

    비 오는 지상의 어느 발자국에나 고인다


    말해 보라

    무엇으로 장미와 닿을 수 있는가를

    저 불편한 의문, 저 불편한 비밀의 꽃

    장미와 닿을 수 없을 때

    두드려 보라 개봉동의 집들의 문은

     

     

     

     

     

     

    3.jpg

     

    이형기, 바다




    그 큰 바다를 다 가질 순 없다

    알맹이 하나만 내게 다오

    그러자 어디선가 뚝 한 방울 눈물이 떨어졌다


    이 세상 함대란 함대는 모두 나와서

    싸워봐라 그리고 침몰해봐라

    내가 이렇게 다만 한 방울로

    그 바다 자초지종을 요약하리니

     

     

     

     

     

     

    4.jpg

     

    강현국, 내 손이 닿지 않는 가려움 하나가




    면도를 하고 나니

    그대 얼굴이 깨끗하도다

    깨끗한 얼굴로는

    이 밤의 추위를 껴안을 수 없으리


    자고 남은 시간에 할 일도 없이

    등이 가렵다

    팔을 꺾고 등을 굽혀

    아무리 구겨져도

    가려운 그곳은 닿지 않는다

    어깨를 발바닥을

    긁으면 긁을수록 확실한 가려움

    이 가려움의 정체는 무엇인가

    내 손이 닿지 않는 가려움 하나가

    움츠린 것들의 가려움을 일깨우고

    자고 남은 시간을 난처하게 만든다


    벗어 던진 양말이 치근거리고

    주전자의 끓는 물이 치근거린다

    밖에는 눈이 내려서

    새하얀 나무들이 비듬을 털고 섰다

    어디로 갈까, 섣달 그믐 창가에

    소의 부러진 앞 발이 나란히 걸려 있다

    털의 야성도 밀리고, 한결같이

    발굽마저 뽑혀 정결하게 보인다

    푸줏간 앞을 지나노라니

    천리 자갈밭이 치근거린다

    현장 뒤에 숨어 있는 가려움은 무엇인가


    구겨지며 바라보는 어둡고 큰 산

    큰 산에 붙은 불은

    구름의 속살까지 번지고 있다

     

     

     

     

     

     

    5.jpg

     

    한하운, 자벌레의 밤




    나의 상류(上流)에서

    이 얼마나 멀리 떠내려온 밤이냐


    물결 닿은 대로 바람에 띄워 보낸 작은 나의 배가

    파도에 밀려난 그 어느 기슭이기에

    삽살개도 한 마리 짖지 않고


    아 여기서

    나는 누구의 이름을 불러 보아야 하나


    첩첩한 어둠 속에 부표(浮標)처럼 떠서

    가릴 수 없는 동서남북(東西南北)에 지친 사람아


    아무리 불러 보아야

    답(答) 없는 밤이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1/05/25 19:22:19  183.103.***.68  갓작남  259040
    [2] 2021/05/26 08:34:39  59.2.***.158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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