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미카엘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귀신은 믿지 않는 편입니다.
영감 같은 것도 없고요.
다만... 보이지 않는 상대의 괴롭힘은 받아본 적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우리 집은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80년대 양산된 4층짜리 주공 저층아파트 단지였는데, 집은 튼튼하지만 오래된 동네다보니 불빛 없는 새벽이 되면 정말 무서웠죠.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가끔 산에서 안개가 내려오면 동네 전체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감돌곤 했습니다.
당시 저는 침대를 선물받아, 부모님 대신 안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낮잠을 자건 밤에 잠을 자건 이상한 가위에 자주 눌리게 되었습니다.
온 몸이 굳어서 뻣뻣한 시신마냥 움직일 수가 없는데, 귀에 남자, 여자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죽어,죽어버려! 깔깔깔깔...]
상스러운 욕설이 끊임없이 들려왔습니다.
나중에는 급기야 목이 졸리면서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움직일 수는 없는데 숨은 막히고, 귀에는 남녀의 목소리로 [죽어,죽어버려! 깔깔깔깔, 꼴보기 좋네.] 하고 욕설이 끊임없이 들려옵니다.
저는 가위에서 깨기 위해 "이건 가위야, 어서 깨어나야 해." 라고 생각하며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귓전에서 [깔깔깔깔, 꼴 보기 좋다. 너같은 건 없어져버려.] 하고 지껄일 뿐이었습니다.
형체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한번에 여러 목소리들이 들려왔습니다.
그 방엔 여자 말고도 남자도 있었고, 젊은이들의 목소리였습니다.
10대 또래의 목소리라기엔 앙칼지고 굵은 느낌이었고요.
그들은 가위에 걸린 나를 비웃고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그 증상이 끊긴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그해 성당에서 견진성사를 받게 되었고, 그때 처음으로 성모상과 성가족상을 받았습니다.
마땅히 장식장도 없고 어디도 둘 곳도 없어, 결국 책상의 책장 위에 두었죠.
그렇게 올려두니 성모상과 성가족상이 제 침대를 바라보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낮잠을 자도 밤잠을 자도, 움직이지 못 하고 목을 졸리는 가위는 끊기게 되었습니다.
가끔 몸을 못 움직이는 가위가 걸리긴 해도 쉽게 풀려날 수 있더라고요.
1, 2분 정도 가위에 걸려도 갑자기 [쳇...] 하고 혀를 차며 물러 나더라구요.
당시 연이은 고입과 대입으로 지쳤던 내 심리의 무의식이었는지, 아니면 오래된 집에 남은 무언가들이었는지.
눈에 보이지 않아 답답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눈에 그들이 보였다면 정말로 난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성상이 나타난 이후로 그런 현상이 줄어들더니, 끝내는 사라진 것을 보면...
신부님이 축성하며 [수험 생활로 지치고 힘든 미카엘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라고 기도해주셨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습니다.
간절했던 보호 요청의 힘이 나타난 것일까요?
지금도 신기합니다.
이제 그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 후 으리으리한 초고층 아파트동네가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그 후에도 몇번이고 이사를 했지만, 아직도 그때 그 성가족상과 성모상을 모시고 다닙니다.
물론 제 침대를 바라보게 두고 있고요.
저는 더 이상 괴롭힘을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잠도 밤낮으로 잘 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