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아하는 선배에요. 이년간 쭉 바라보고... 그래도 난 안될거야 하면서 좌절도 하고.... 사실 지금까지 좋아한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선배만큼 좋아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어제 언니가 부르길래 나갔습니다. 집에서 언니랑 술 한잔씩 하다가 취중진담 비슷하게 흘러갔어요. 취중진담이래도 전 취하면 할얘기 못할얘기 다 해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조금은 자제했어요. 그런데 언니는... 아니더라고요. 이렇게 취한 적이 없는데 그렇게 마시니까. 제가 말렸어요. 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마시냐고. 속 버리니까 그만 마시라고...
언니가 입을 열었을때 정말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했어요. 맨정신으로 말 못 할것 같아서 그런다고. 나 너 좋아한다고. 동성애자라고.
인터넷에서 가끔 이렇게 겹칠 수도 있다지만... 저랑은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슬펐던 게, 마냥 기쁘지가 않은 거에요. 그런데 슬펐던 건... 좋은데... 정말 좋았는데. 확답을 못 했다는 거에요. 이번주 내로 얘기해 줄게. 미안해. 정말 미안해... 하고 그 뒤로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안 들키게 하면 되는거 아냐? 하실 수도 있는데. 저희 같은 과에요. 티를 안 낸다고 해도, 글쎄요. 저는 눈썰미가 좋아서 길거리에서 이반 커플들 보면 어느 정도는 아.. 하고 맞추는 편이고요. 저희 과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겠죠.
게다가 전 아직 커밍아웃을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 언니에게도요. 제가 받아 본 적도 있지만, 그때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사회가... 시선이... 무서웠거든요. 무섭습니다.
난 지금 잘 살고 있는데. 굳이 내 이런 면이 밝혀지면 손가락질 받는 게 아닐까 아니. 받겠지. 그러다 부모님 귀에 들어가면 부모님은? 딸이 시집도 못 간다는 게 불효 아니고 뭘까... 싶은 마음이 불쑥 듭니다. 정말 아무에게도 이야기 안하고, 들키지 않고, 아무도 사귀지 않고 살아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은 놓치면 안될 것 같아요. 정말. 아직까지도 울고 있는데 나중에 놓치면 잊혀지기는 커녕 생각만 더 날 것 같아요 그렇게 소중한 사람인데.... 답이 안 나오네요. 정말.
물어보고 싶었던건 이거에요. 우리 어떻게 생각해요? 저 뿐만이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사회.. 무서워요. 정말 무서운데. 한번만 더 희망을 가지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한테 커밍아웃을 하는 정도로 엄청난 행동은 아니지만, 저에겐 사귀는 것부터가.. 그에 필적하는 용기를 필요로 해요.
마음이 어지러우니 글이 정리가 안 되네요... 여러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솔직한 감상을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용기를 받고 싶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