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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조병화, 초상
내가 맨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땐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도 살고 있구나 생각하였지요
두 번째 그대를 보았을 땐
사랑하고 싶어졌지요
번화한 거리에서 다시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남모르게 호사스런 고독을 느꼈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내가 그대를 만났을 땐
아주 잊어버리자고 슬퍼하며
미친 듯이 바다 기슭을 달음질쳐 갔습니다
오상순, 나와 시와 담배
나와 시와 담배는
이음(異音) 동곡(同曲)의 삼위일체
나와 내 시혼은
곤곤히 샘솟는 연기
끝없이 곡선의 선율을 타고
영원히 푸른 하늘 품속으로
각각(刻刻) 물들어 스며든다
신경림, 말과 별
나는 어려서 우리들이 하는 말이
별이 되는 꿈을 꾼 일이 있다
들판에서 교실에서 장터거리에서
벌떼처럼 잉잉대는 우리들의 말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는 꿈을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같은
찬란한 별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릴 때의 그 꿈이 얼마나 허황했던가고
아무렇게나 배앝는
쓰레기같은 말들이 휴지조각같은 말들이
욕심과 거짓으로 얼룩진 말들이
어떻게 아름다운 별들이 되겠는가
하지만 다시 생각한다
역시 그 꿈은 옳았다고
착한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이
망설이고 겁먹고 비틀대면서 내놓는 말들이
괴로움 속에서 고통 속에서 내놓는 말들이
어찌 아름다운 별들이 안되겠는가
아무래도 오늘밤에는 꿈을 꿀 것 같다
내 귀에 가슴에 마음속에
아름다운 별이 된
차고 단단한 말들만을 가득
주워담는 꿈을
최두석, 아우라지에서
진달래 꽃잎 띄우고
그리움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겨울 골짜기에 얼어붙었던
슬픔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그리움은 슬픔을 만나
깊어지고 넓어지고
슬픔은 그리움을 껴안아
강이 된다고 넌지시 일러주며
하염없이 일렁이는 물살은
어디로 아득히 흘러가는가
여울을 지나 소를 지나
다시 오지 않을 생애의 한 굽이를
소용돌이치며 돌아
이성교, 해바라기 피는 마을
아무도 오지 않는 마을에
갇혀 있는 사랑의 마음에도
노오란 햇살이 퍼져
온 천지가 눈부시다
지난 여름
그 어둠 속에서
열리던 빛
눈물이 비친다
이제 아무 푯대 없이
휘청휘청해서는 안 된다
바울처럼 긴 날을 걸어서
까만 씨를 심어야 한다
해바라기 피는 마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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