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만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내가 살던 곳은 시로 지정은 되어있었지만, 도시는 아니었다.
편의점은 집에서 걸어서 3분 정도 거리에 몇 곳 있지만, 전부 로손이었다.
패션잡지에서 옷을 보고 사고 싶어도, 전철을 30분은 타고 나가야 살 수 있을 만한 곳이었다.
내가 자라고, 그와 만난 곳은 그런 동네였다.
그는 극히 평범한 보통 소년처럼 보였다.
그는 쿠로다 이오의 팬이었기에, 쿠로다군이라고 불렀다.
고등학교 1학년치고는 키가 크고, 피부가 하얗고 깔끔했다.
조금 싹싹하면서도 남자다운 데다, 고등학생답게 시끌벅적한 걸 좋아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분위기 타기도 하고, 말도 잘하는 아주 평범한 반 친구였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사건을 겪고, 종종 말을 섞게 되기 전까지는, 그는 내게 그리 신경 쓰이는 존재가 아니었다.
체육대회 직후로 기억하고 있으니, 아마 1학기 말이었던 것 같다.
반 친구들 얼굴이랑 이름도 거의 외우고, 슬슬 고등학교에 들어와 사귄 친구들도 늘어날 무렵이었다.
초여름 밤도 어느새 깊어가고, 고등학생이 돌아다니기에는 약간 늦은 시간.
나는 동네에서 가장 큰 번화가를 걷고 있었다.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무언가를 사러 갔었는데, 뜻밖에 늦어졌던가 그랬던 것 같다.
2차선 도로를 따라 깔린 보도 옆에는 빽빽이 불을 켠 상점들이 줄지어 서 있다.
교차로와 횡단보도 근처, 상점이 없는 곳,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있는 가드레일.
나는 신호대기를 하며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드레일에 허리를 기대고, 어쿠스틱 기타를 어깨에 메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딱히 드문 일은 아니었다.
그날도 거기 이르기까지 몇 명인가 기타 치는 사람을 지나쳐 왔으니.
하지만 그는 소리 질러 노래 부르지도, 허리를 숙여 죽어라 기타를 치지도 않았다.
그저 가드레일에 걸터앉아, 기타를 조용히 치고 있을 뿐이었다.
왠지 모르게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기타 치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니, 쿠로다군이었다.
그는 반에서도 꽤 떠들썩한 녀석이었지만, 음악 얘기를 좋아한다거나 밴드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깜짝 놀라 어안이벙벙했다.
쿠로다군도 나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밴드라도 하는 거야?]
내가 묻자, 쿠로다군은 조금 수줍은 듯 웃었다.
[그렇지도 않아. 하지만 밤에 혼자 어슬렁거리면서 기타 치는 걸 좋아해.]
나는 뻔뻔하게도 [뭐 하나 쳐봐, 그럼.] 하고 말했다.
쿠로다군은 역시 조금 수줍은 듯 웃고, 카펜터스의 "Sing"을 연주했다.
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기타를 치는 건 대단하다 싶었지만, 스스로에게는 무리라고 여기고 있었지.
쿠로다군의 연주는 그런 내 입에서 [우와!], [진짜 잘 친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쿠로다군은 [부끄러우니까 비밀로 해줘.] 라고 역시 수줍은 듯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떠버리였던 나였지만, 그 약속은 잘 지켰다.
쿠로다군이 기타를 친다는 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여름방학이 막 시작됐을 때였다.
그 무렵 친하게 지내던 친구 녀석이 [담력시험 하러 가자.] 라며 권유해왔다.
오컬트 같은 건 관심이 없었던 내가 거기 끌려가게 된 건, 당시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같이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담력시험이라고는 해도 별것도 아니었다.
번화가 한가운데 교차로에서 몇달 전 사망사고가 있었는데, 그 후 거기 죽은 부녀가 서 있다고 하는 이야기였다.
어디에나 있을 법하지만 그렇다고 넘기기도 좀 그런, 흔해빠진 소문을 확인하러 가자는 싱거운 것이었다.
그래도 그 당시 우리에게는 가슴 뛰고 두근거리는 모험이었을 테지만.
주말 밤, 시간은 11시 조금 넘어서였을 것이다.
우리는 다 같이 그 교차로로 향했다.
번화가 한가운데, 교차로 옆.
가게들이 이어지다 사라진 곳.
거기로 향하는 사이, 나는 거기가 쿠로다군이 기타를 치던 곳이라는 걸 떠올렸다.
잔뜩 들떴던 마음이 순간 확 식었다.
정말 뭐가 나온다면 그런 곳에서 쿠로다군이 기타를 계속 치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녀석 성격에 뭘 봤다면 다음날에는 반 전체에 이야기가 쫙 돌았을 거였거든.
그것도 온갖 허풍이 잔뜩 붙어서 말이지.
나는 담력시험에 완전히 흥미가 떨어져, 좋아하던 여자아이 뒷모습이라도 감상하려 고개를 들었다.
여자아이 머리 너머, 교차로가 보였다.
쿠로다군의 호리호리한 실루엣이 보인다.
역시 아무것도 안 나오는 거잖아.
멍청하게 이게 뭐람.
다른 녀석들은 생각도 못 한 쿠로다군의 기타 연주에 주목했지만, 나는 완전히 김이 빠져버렸다.
[여기, 귀신 나오지? 안 무서워?]
[엥? 나 아무것도 못 봤는데. 담력시험 같은 거 하러 오는 사람은 꽤 있지만, 다들 아무것도 못 보고 금세 돌아가더라.]
귀신은 안 나온다고 웃는 쿠로다군을 따라 다들 웃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오싹해졌다.
말하면서 쿠로다군은 계속 내 쪽을 힐끗힐끗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쿠로다군이 여기서 기타를 연주한다는 걸, 그것도 아마 매일 저녁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으니까.
그 나를 경계하듯 보며, "아무것도 못 봤는데." 라고 말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쿠로다군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걸.
그 후, 기껏 모였는데 노래방이나 가자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나는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1학기 시작할 때 받아서 집 전화 옆에 던져놨던 긴급연락망을 꺼내 들고, 쿠로다군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며 시선으로 번호를 찾는다.
곧바로 PHS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갔다.
어째서인지 떨리는 손가락 끝으로 번호를 누르는데, 아래층에서 누나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쿠로다군이라는 애가 전화했는데!]
그 순간, 이후 쿠로다군 때문에 맛본 공포 중에서도 가장 큰 무서움이 온몸을 덮쳤다.
아래층까지 어떻게든 내려가 무선 전화를 손에 들었지만, 무서워서 혼자 쿠로다군과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가족들 목소리가 들리게, 누나와 남동생, 아버지가 있는 거실 구석에서 통화를 시작했다.
[어, 나야. 늦게 받아서 미안.]
한여름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이까지 덜덜 떠는 나와는 정반대로, 쿠로다군은 평소처럼 말을 걸었다.
[뭐 하고 있었어?] 라던가, [나도 지금 막 돌아왔어.] 라는 둥 한동안 별 의미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윽고 조금 곤란한 듯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까 전 일인데... 너한테는 다시 한 번 들켜버렸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말해주려고.]
한숨을 크게 쉬고, 쿠로다군은 말을 이었다.
[죽은 사람은 말이야, 자기가 죽었다는 걸 몰라. 알아차리기도 전에 죽으면 멍하니 거기 계속 있거나 하는 거지. 하지만 몹시 소중한 것이나 중요한 일은 기억하고 있어. 거기 있던 건 여자아이 아버지야. 여자아이는 없고.]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아저씨는 자기가 죽는다는 걸 알아차리기 전에, "소중한 딸이 피를 흘리고 있다" 는 걸 마음에 새겨버렸어. 딸이 다쳤다는 큰일 앞에, 자기가 죽었다는 건 사소한 일로 느낀 걸까. 딸을 도와야 한다고 느끼지만,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르는 거야.]
쿠로다군의 목소리는 떨려오고 있었다.
[눈앞에 수많은 사람이 지나가는 게 보이는 것 같아. 계속 필사적으로 도움을 구하고 있지. 하지만 아무도 돌아봐 주질 않고. 종종 돌아봐 주는 사람이 있어도, 겁에 질려 도망가버리고 말이야. 그건 어떤 기분일까. 그 아저씨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자기 팔 안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걸 계속 느끼고 있어. 그건... 어떤 기분일까...]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내가 거기서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아저씨랑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어.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내 딸 좀 살려주세요." 그 아저씨는 계속 울고 있었어. 나는 "곧 구급차가 올 거예요. 따님은 괜찮아요." 라고... 몇 시간이고 그러고 있으면, 아저씨는 겨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라며 울음을 멈춰.]
그럼 한이 풀리는 게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이어 들려온 쿠로다군의 말에 그 생각은 깨지고 말았다.
[근데... 그다음 날 거기에 가면 또 아저씨가 내 얼굴을 보면서 "살려주세요!" 라고 외치는 거야. 그래서... 나는 매일 거기에 가는 거야. 그저 위로밖에 못하지만, 언젠가 그 아저씨가 딸이 더는 살아날 수 없다는 걸 알고 딸의 곁에 갈 때까지... 함께 있으면서 "구급차가 올 거예요." 라고 말해주고 싶어.]
그렇게 말하고, 수화기 너머 쿠로다군은 역시 곤란한 듯 수줍게 웃었다.
딱히 눈에 띄지도 않고, 반에서 언제나 평범했던 쿠로다군은, 눈에 띄지 않고, 평범하게 지내기 위해 정말 노력하고 있었으리라.
한여름 길가에 몇 시간이고 서 있기 위해, 반쯤 재미 삼아 오는 우리 같은 녀석들에게 [여기 계속 있어도 아무것도 못 봤는걸?] 이라고 말하기 위해.
중학교 때 시작했다는 기타는, 그러는 사이 실력이 늘었던 것이다.
아직도 카펜터스의 "Sing"을 들으면 쿠로다군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