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차 책을 읽던 도중 생각을 하게 됐는데, 이런 구절이 있었어요
'이제 파우스트 박사가 왜 '나는 기쁨을 느끼고 싶다. 그런데 회색빛 이론은 나를 기쁘게 하지 않는다!'고 고민하는지 이해할 수 있지? 그가 축적한 이론에는 피와 살이 없어. 그래서 삶이 요구하는 감정이 거기에서 나올 수는 없었지. 살아 있는 인간에게는 지성과 이성의 정신뿐 아니라 항상 살과 뼈와 피가 있는 신체가 따라다니고, 신체의 특성과 관련하여 '감정'이라는 게 생겨. 그래서 파우스트 박사는 젊은 여인 마가레테에게 이렇게 고백해. "당신의 눈초리, 당신의 말 한마디가 이 세상의 모든 지혜보다도 더 즐겁습니다." 그의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 발동하고 있는 대목이지.'(유헌식, '철학 한 스푼' 203p.)
어쩌면 제 고민? 혹은 제가 세상을 보는 관점하고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올려봅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지식을 요구합니다.
지식은 인간의 지성이 작용하는 부분이죠. 그런데 책의 내용을 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즐거움'과 같은 감정이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서 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지식은 '회색빛 이론'일 뿐, 거기에서 어떤 감정이 반응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것을 우리 주변 환경과 대입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부모님에게 '공부해라'라는 잔소리를 듣습니다.
그런데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듣고 '그래! 나는 앞으로 똑똑한 사람이 될 거야!'라며 즐거움을 느끼며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그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 혹은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공부를 하죠
집 밖으로 나가도 똑같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은 학원으로 내던져지고, 대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대출해가며 한 학기 내내 과제와 교수님의 눈치에 이끌려갑니다.
즐겁나요 사는 게?
전 이런게 어렸을 때부터 하나도 즐겁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컴퓨터로 게임하는 것을 좋아했고, 오락실 가는 것도 좋아했고, 친구들과 노는 것도 좋아했어요
지금도 억지로 공부하기 싫으면 나가서 게임하고, 혼자서 카페가서 커피마시고, 영화보러 가는 등, 세상이 요구하는 것보다는 내 만족을 위해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러면서도 마음 속 한편으로는 '아 난 왜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공부가 안될까' '아 나도 이제 뭔가 좀 해야되는데...'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되더군요
저 스스로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 채 시간을 물처럼 흘려보냈으니...
아마 저같은 경우에는 머리는 텅 비우고 가슴만 채우려 해서 그런 거일지도 모르겠네요
제 눈으로 보이는 세상은 제 모습과는 또 반대인 것도 같습니다. 가슴은 텅 비워지고 머리만 터질듯이 커져서는, 스스로 숨쉬기도 어려워하는 사람들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요.
머리와 가슴의 밸런스 문제가 제가 최근에 고민하던 것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상담을 받았는데, 머리와 가슴의 거리가 너무나도 멀다고 하더라구요 ㅋㅋ 이게 무슨 소리인가, 뭐가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좋을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네요
얼마전에 오유에 올라온 글중에, 어렸을 때부터 영어나 영재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나중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는 글을 봤어요
이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마음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은 모조리 포기하고 오로지 머리 속에 지식만 꾸역꾸역 집어 넣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커서 뭐가 될까요? 저는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진짜 이 세계가 사람을 로봇으로 만들고 있구나, 그래서 로봇이길 거부하는 몇몇 사람들은 불량품으로 취급하고 잘게잘게 부숴서 갖다 버리는, 살인 세상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자기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른 채, '자기'는 없고 '타자'만 있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사는 게 즐겁나요?
제가 좀 아직 바보같고 잘 몰라서 주저리주저리 정리되지 않는 글을 썼는데 오유 여러분들 생각도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