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 공원에서 친구랑 맥주 한잔 마신적이 있었다. 맥주를 한 두캔쯤 깟을때 한 아주머니가 우릴 보곤 걸어왔다.
나는 밤이지만 어린이 공원이기도 해서 맥주마시고 담배피는걸 지적하러 오는줄 알았다. 아주머니는 내 코앞까지 다가와선 ㅇㅇ이가 아니네? 하고 말했다.
네? 하고 되묻자 우리 아들이랑 목소리가 비슷하다며 나를 구석구석 살폈다. 상황이 어색하기도 하고 시선도 부담스러워 능청스럽게 아드님이 목소리가 좋으신가 봐요 하고 농담을 뱉자 무표정한 얼굴로 가버렸다.
그 후 새벽에 집을 들어갈 때 마다 종종 그 아주머니를 마주쳤다.
하루는 점심 약속이 있어 집을 나서는데 옆 동을 지나칠 때 그 사람이 ㅇㅇ야... ㅇㅇ야..... 하면서 내 뒤를 쫓았다. 새벽에 마주칠 때마다 나를 쳐다보던 눈빛이 떠올라 안 들리는 척 속도를 높여 골목을 나왔다.
아주머니는 거의 골목 끝까지 힘없는 목소리로 누군가를 부르며 나를 따라왔다. 아주머니한테 아들이 어떤 존재인진 모르지만 이 사람이 나를 해칠까 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우리 건물은 입구까지 반 층 올라와야 하는 구조였는데 하루는 누가 우리 건물을 왔다 갔다 쳐다보고 있었다.
누굴 기다리나 싶어 신경 쓰지 않고 담배를 입에 물었는데 그 사람이 뭔가 결심한 듯 성큼성큼 우리 건물로 걸어왔다. 계단에 첫발을 디딜 때 즘 동생이 담배를 피우러 집 앞으로 나왔다.
어색한 상황…. 누군가 건물 입구로 올라오고 있고 어쩌다 보니 동생과 내가 길을 막고 있는 모양이 돼서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길을 열어 드렸다.
건물 입구로 올라오던 그 사람은 인사를 듣고선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건물로 들어갔다. 우리 건물 사람들이 낯을 좀 가리는구나 싶어 동생과 담배를 피는데 그 사람이 계단을 오르지 않고 1층과 현관을 오르내렸다.
1층은 내가 살고 옆집 사람은 우리와 친하니 다른 층 일 텐데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무언가 살피는듯한 행동을 하던 그 사람은 이내 "아니네…." 한마디와 함께 다시 건물 밖으로 나와 홀연히 사라졌다. 목소리를 들으니 알 것 같았다. 아주머니였다.
그 후 한동안 그 사람과 접촉이 없었다. 일부로 내가 피해 다니기도 했고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루트를 바꿔서 우연이 아니면 만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결국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친구와 게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날씨도 춥고 할 얘기도 있어서 걷다 보니 원래 가던 길 쪽으로 오게 되었다. 친구를 보내고 골목으로 들어오는데 우리 건물 앞에 누가 서 있었다.
왠지 그 사람일 것 같아 피해서 돌아갈까 싶었지만, 날씨도 춥고 코트 깃을 세워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모르겠지 싶어 고개를 숙이고 건물로 들어왔다.
날 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길래 다행스러워서 비밀번호를 치고 문을 여는데 건물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등 뒤에서 날 쳐다보던 그 사람. 1초 남짓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심장이 놀라 미친 듯이 쿵쾅댔다.
정말 우연히 건물을 잘못 들어온걸 수도 있고 아직 직접 해를 끼친 게 없으니까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하고 있지만 집에 들어와 문을 닫고 놀란 가슴을 추스르고 있을 때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과 이제 그 사람이 내가 사는 곳을 알았다는 것 때문에 오늘은 잠을 설칠 것 같다.
-- 핸드폰으로 쓴 글이라 가독성 제로일 수도 있습니다…. ㅠ 글쓰기를 배우고 있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네요 공원에서 나온 쓰레기는 깨끗하게 치워 집 앞에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