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전편 - http://blog.naver.com/dbghd122
다음주부터 훈련이라 다음편은 좀 걸릴듯
------------------------------------------------
"자 새로운 식구가 된 레인보우와 유동이를 축하하며, 마음껏 먹어!"
식당으로 가자 트와일라잇 스파클, 스파이크, 스타라이트 글리머가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환영파티는 내 생각보다 굉장히 초라했다. 뭔가 엄청난 만찬이 이루어질 것 만 같은 넓고 화려한 식탁에는 그저 가정에서 흔히 먹는 스파게티, 머핀, 샌드위치 등이 식탁 한켠에 조촐하게 차려져 있었고 포니들은 그 주변에 앉아있었다. 그 흔한 풍선이나 종이줄 장식조차 없었다. 수십개의 의자는 빈 자리였고 테이블은 1/10도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누가보면 덜 준비된 파티에 아직 손님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 생각할 수도 있었다. 살짝 실망한건 사실이지만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파티는 트와일라잇 혼자서 준비했고 시간은 반나절도 안됐으니 이 정도야 양호한 편이다. 내가 아무리 뻔뻔해도 집까지 얹혀사는 마당에 날 위해 열어준 파티를 보고 뭐라할 정도의 쓰레기 정도는 아니었다.
"고마워."
나는 트와일라잇의 맞은 편에 앉으며 말했다.
"이게 뭐야! 날 위한 파티가 고작 이거야?"
대쉬는 내 옆에 앉으며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에휴, 누가 인성 쓰레기 아니랄까봐."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결국 저질렀네.
"뭐? 쓰레기라고? 쓰레기는 이 파티 수준이지!"
대쉬는 아랑공하지 않고 소리쳤다.
"아무리 수준이 쓰레기라도 그걸 굳이 입밖으로 낼 필요는 없잖아."
"난 싫다는건 싫다고 말한다고! 어떻게 싫다는 걸 좋다고 말해? 그건 거짓말이잖아."
"그게 바로 예의라는 거야. 나도 정말 실망했지만 꾹 참고 예의를 지켰잖아."
"예의는 래러티같은 애들이나 차리는거고. 난 그런 짓 못해."
"그래, 못하니 누구 좋아하는 것도 그렇게 뻔히..."
그 때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스타라이트가 내 옆구리를 툭툭 건드렸다. 대쉬와의 논쟁을 멈추고 스타라이트를 돌아보자 그녀는 눈짓으로 앞을 가리켰다. 내 앞에는 귀를 축 늘어뜨린채 시무룩해 보이는 보라색 알리콘이 보였다. 대쉬와 나는 동시에 곁눈질을 주고 받았다.
"저, 정말 고마워, 트와일라잇. 나 스파게티 정말 좋아하는데."
"그래, 다시 보니까 그렇게 나쁘지 않네. 생각보다 잘했어, 트와일라잇."
우린 분위기를 수습하고자 다급하게 말했지만 트왈라의 표정은 그대로였다.
"그렇게 내 파티가 별로였구나. 그래, 다음부턴 핑키를 부를게."
트와일라잇은 땅이 꺼짓 듯한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여간 머썅년이랑 같이 있으면 민폐 그 자체다.
"아니... 난 정말 아무런 불만 없었는데 대쉬가..."
"내가 뭐!"
"아냐, 괜찮아. 환영파티에서 이런 우울한 분위기를 보일 순 없지."
트와일라잇은 기운을 차렸는지 미소를 보였다. 나도 마음을 한시름 놓았다. 뒤끝이 없다는게 트와일라잇의 장점이었다.
우린 이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환영파티라기보단 저녁식사에 가까웠다. 포니들이 많이 모인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분위기를 띄어주는 것도 아니고 음식도 평범하기 그지 없었다. 먼저 대화를 여는 포니도 없었다. 대쉬는 음식을 먹느라 바빴고 사실 나도 파티고 뭐고 배가 매우 고팠던 상태라 음식을 집어넣는데 정신이 없었다. 티아라 집에서 저녁식사 하는 것처럼 숨통이 조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쩐지 어색한 분위기는 영 가시지 않았다. 트와일라잇은 자신이 원했던 파티의 분위기와 다르다 생각했는지 불안해 하며 발굽을 씹고 있었다.
"이제 우정의 성도 쓸쓸하지 않을거야. 스파이크도 좋겠어. 이제 심심하다고 찡찡거릴 필요없이 놀아줄 포니가 둘이나 생겼으니 말이야! 둘 중 하나는 포니가 아니지만, 하하."
스파이크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트와일라잇의 어색한 웃음소리가 공허하게 식탁을 멤돌다 사라졌다. 물론 이 자리가 지나치게 조용하긴 하지만 딱히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적당히 밥이나 먹고 할 얘기가 있으면 하고 하면 될텐데 유독 트와일라잇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 대화를 이끌어내지 못해 안달나고 분위길르 띄워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 같았다.
"아! 유동아, 스타라이트는 처음 보지?"
트와일라잇이 스타라이트를 화제로 돌리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처음 보긴 하지."
"그럼 소개할게. 유동아, 여긴 스타라이트 글리머야. 내게 우정의 수업을 배우고 있는 아주 뛰어난 유니콘이야. 그리고 스타라이트, 여긴 유동이야. 내 친구인데 오늘부터 우리랑 같이 살게 됐어. 보시다시피 인간이라는 특이한 종족이야."
"안녕, 스타라이트."
나는 머핀을 입에 가득 담은 채 말했다.
"안녕, 유동아."
스타라이트는 생각보다 말이 없고 조용했다. 뭔가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말하기를 꺼려하는 것 같았다. 얼마 전 까진 포니들 뇌를 세뇌시키던 년 이었으니 정상적인 교류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딱히 좋아했던 포니는 아니지만 그래도 겉으로 보기엔 꽤 귀여운 포니이니 잘 지내도 나쁠건 없어보였다. 그래도 무서우니까 깝치지는 말아야지.
"스타라이트는 바로 네 옆방에 살고있어, 알고있지?"
트와일라잇이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가보려고 했다. 계속 음식을 집어 먹고있는 나를 째려보는게 '그만 처먹고 협조 좀 해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머핀을 삼키고는 말했다.
"내 옆방은 대쉬 아니었어?"
"맞아. 그건 왼방이고 스타라이트는 네 오른 방이야."
"그럼 우리 셋이 같이 이웃인거네."
"잘 부탁해."
스타라이트가 말했다. 아직 내가 어려운지 미소가 여전히 굳어있었다.
"그럼 심심할 때 놀러가도 되지?"
내가 말하자 옆에서 정신없이 스파게티를 먹고 있던 대쉬가 딱 멈추더니 나를 보았다.
"레인보우 대쉬는 내가 가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대쉬는 할 말이 있는지 입에 넣은 스파게티를 급하게 삼키다 사레가 들려 기침을 했다.
"내가 언제 그랬어!"
나는 대쉬의 말을 무시한 채 스타라이트를 보며 능글맞게 웃었다.
"놀러오고 싶으면 놀러와."
스타라이트는 좀 전 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노크하고 들어와야 해. 노크 없이 들어오면 정신을 조종해서 네 기억을 다 없애버릴테니까!"
"......"
일순간 식탁에는 찬물을 끼얹은듯 정적이 돌았다. 모든 포니들의 움직임이 멈췄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타라이트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살벌하게 느껴졌다. 스타라이트의 경고를 뼛속깊이 새기며 절대 노크하지 않고 방에 들어가지 말자고 다짐했다. 스타라이트는 주변의 반응에 당황한건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왜, 왜 그래 다들. 그냥 농담 한 번 한거야."
하지만 누구하나 웃는 포니가 없었다. 농담 이었구나... 별 소름 돋는 농담이 다 있네. 그리마표 유우머는 도저히 웃어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농담이라도 한 덕분인지 대화는 어느정도 트게 되었다. 대쉬도 스파이크도 입을 열기 시작하고 식당은 어느새 대화로 채워지게 됐다. 트와일라잇은 흡족한 얼굴을 하더니 숟가락으로 접시를 세 번 두드려 주목하게 했다.
"좋아! 이제 서로 친해졌고 분위기도 무르익었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다음 단계라니?"
내가 묻자 트와일라잇은 자랑스럽게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제목에 '유동이와 대쉬의 환영파티 계획'이라 쓰여있는 그 종이는 수 많은 체크리스트가 나열되어있다. 체크리스트에는 음식의 종류, 양, 세팅 위치, 대사, 단계별 대화 주제등 별 시덥잖은 것 까지 세세하게 적혀있었다. 저딴 거 만들 시간에 음식이나 더 만들고 장식이나 하지. 트와일라잇은 즐거워하며 체크리스트 칸 하나에 체크를 한 뒤 집어넣었다.
"파티하면 빠질 수 없는게 있지. 그게 뭘까?"
"알 게 뭐야."
대쉬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줬다.
"바로 술이지!"
트와일라잇은 발굽을 치며 혼자 좋아했다. 나는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술. 얼마만에 들어보는 단어인가. 듣기만 해도 설레는 그 말에 나는 미소가 번졌다. 술을 마셔본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다. 다이아의 집에 있을 땐 구경조차 하지 못했으니 이퀘스트리아엔 술이 없는건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따금씩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마실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술 없이 못사는 주정뱅이는 아니었지만 술이라는 단어를 듣자 흥분이 밀려왔다. 입에서는 벌써 침이 고이기 시작하고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사이다가 있는거야?"
대쉬도 나와 같은 감정인지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좋아했다. 역시 대쉬는 술을 좋아할 줄 알았다. 뭔가 통한다니까.
"제법인데, 트와일라잇?"
내가 칭찬을 하자 트와일라잇은 기분좋게 웃었다.
"빨리 사이다 줘! 사이다! 사이다! 사이다! 사이다! 사이다! 사이다!"
대쉬는 책상을 쾅쾅치며 시끄럽게 재촉을 했다. 사이다가 나온다는 말에 혀까지 내밀며 헥헥대는게 정신이 나간 듯 했다. 그러고보니 대쉬는 사이다를 광적으로 좋아했다. 사이다에 무슨 약이라도 탄건가.
스파이크가 곧이어 엘카에 커다란 오크동을 싣고 식당안으로 들어왔다. 나와 대쉬는 오크통이 식탁위에 올려질 때 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스파이크는 나무로 된 잔 네잔을 들고는 능숙하게 오크통에서 사이다를 따라 각자의 자리에 밀어 미끄러지게 했다.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게 경력많은 술집점원 같았다. 거품이 일렁이는 투명한 액체가 담긴 사이다 잔을 보며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잔을 쥐고 거꾸로 뒤집어 마시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누르며 트와일라잇의 시작을 기다렸다.
"자, 모두 잔 받았지? 모두 들어."
트와일라잇이 발굽에 잔을 끼우고 들자 대쉬와 나도 동시에 잔을 들었다.
"저기."
스타라이트가 느닷없이 입을 열었다. 맥이 끊긴 대쉬와 난 원망의 눈초리를 보냈다.
"왜 그래, 스타라이트?"
"난 그만 일어날게. 술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 과제가 남아있거든."
"그래? 그래도 조금이라도 마시지."
트와일라잇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냐, 괜찮아. 너희들끼리 마셔."
스타라이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곧바로 식당을 나갔다. 사회성 결핍된 소시오패스 아니랄까봐 빠지는 타이밍이 예술이다. 어떻게 이런 술자리에서 먼저 일어날 수가 있을까. 뭐, 아무렴 상관없다. 오히려 술이 더 많아지니 더 좋지. 오늘 밤 저 술통안의 술을 내 배통안에 전부 쏟아부어 버릴 것이다.
"그럼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트와일라잇이 다시 잔을 들자 우리 셋은 잔을 모았다. 좆파이크는 꼬꼬마라 사이다를 못 먹는 듯 했다. 좋아, 입 하나 더 줄었고.
"유동이와 대쉬를 환영하며!"
잔이 '통'하고 가볍게 부딪히더니 손등에 액체가 튀었다. 나는 허겁지겁 사이다를 마시기 시작했다. 사이다를 맥주이미지로 생각해 왔지만 마셔보니 느낌이 많이 달랐다. 사과를 갈아 넣어서 그런지 그런지 과즙이 생각보다 많았다. 청량감이 있다기보단 목에 무겁게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맛은 사과를 통째로 갈은 쥬스에 알콜이 섞여 살짝 씁쓸했다. 알콜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 쉽게 목에 넘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최고인건 역시 맛이었다. 애플잭이 직접 만든 사이다인지 사과 본연의 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대쉬가 괜히 미쳐있는게 아니었다. 500ml는 되보이는 잔이 순식간에 비워지고 빈 잔 세잔이 식탁위에 올려졌다.
대쉬는 황홀감에 젖은 눈으로 맛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혀로 입 주위에 묻은 거품을 햝았다.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봐."
내가 감탄에 젖어 말하자 대쉬가 오히려 우쭐거렸다.
"당연히 스윗 애플 사이다이니 최고인게 당연하지!"
트와일라잇은 우리 둘을 보며 활짝 웃었다.
"어때? 나쁘지 않은 파티지?"
"그래. 쓰레기 같은 파티라고 했던거 취소야."
굳이 그 말을 반복할 필요가 있을까. 눈치를 의리랑 같이 팔아넘겼나 보다. 그래도 트와일라잇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게 집을 구해주고 이런 환영파티까지 열어줬으니 말이다. 이제껏 다이아의 집에서 철창에 갇히며 꼬멩이에게 애완동물 취급당했던 시간들이 전부 옛일 같이 느껴졌다.
"고마워, 트와일라잇."
내가 말했다.
그나저나 다이아는 뭐하고 있을까. 지금쯤이라면 외부 강사들에게 받는 과외가 끝날 시간일텐데. 항상 끝나자마자 지루했다고 내게 안기면서 투정을 부렸었는데 이젠 투정부리고 기댈 사람도 없다. 같이 샤워해주고 산책가주고 잘 때 옆에서 지켜주던 사람도 없었다. 그 커다란 방안에서 조그만 망아지는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머릿속에 밀려드는 생각을 강하게 부정했다. 이젠 더 이상 내 알바가 아니었다. 나를 잊고 평소처럼 돌아왔든 나를 못 잊어 슬픔에 잠겨있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미 다이아와 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와 버렸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시발. 한창 좋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왜 드는지 모르겠다. 난 잘못한 거 하나도 없는데 왜 내가 기분이 더러운지 하나도 모르겠다.
"자, 사이다는 아직 많다고!"
트와일라잇은 한층 기분이 더 좋아졌는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째 맥없이 실실 웃고있는게 상태가 이상해 보인다.
"트와일라잇 근데 너 이렇게 마셔도 괜찮아?"
대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아니 그래도..."
트와일라잇은 빈 잔을 머리위로 흔들었다.
"괜찮아! 오늘은 밤새 마시는..."
쾅하는 소리와 함께 트와일라잇이 갑자기 식탁위로 얼굴을 박고 쓰러졌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젖혔다. 방금 전까지 멀쩡했던 알리콘이 뒤통수만 보인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영문을 모른 채 대쉬와 스파이크를 번갈아 봤다.
"뭐야, 얘. 죽은거야?"
"자, 우린 이만 갈게. 파티는 너희들끼리 해."
스파이크는 이 상황이 익숙한지 무덤덤하게 말하고는 트와일라잇을 의자에서 밀어내 엘카위로 실었다. 스파이크는 쓰러진 알리콘을 실은 엘카를 힘겹게 밀더니 식당을 나갔다. 황당한 상황에 말도 안나왔다. 스파이크의 뒷모습만 빤히 쳐다봤다. 식당은 순식간에 나와 대쉬만 남았다.
"트와일라잇 왜 저러는거야? 어디 아픈거야?"
대쉬는 별 일 아니라는 듯 방금 전 상황에 아랑곳않고 빈잔에 사이다를 따르고 있었다.
"아, 별 거 아냐. 그냥 쟤가 술이 엄청 약한 거 뿐이니까."
얼마나 약하면 한 잔 먹고 저렇게 뻗어버린건가. 포니의 소화기관이 인간과 달라서 더 술에 약한건가. 어쩌면 그냥 트와일라잇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딱 봐도 트와일라잇은 평소 술 한잔 하지 않는 진성 너드같으니까. 그보다 우릴 위한 환영파티라면서 우리 둘만 남았는데 이걸 어쩌라는거지.
"야, 이제 어떡할거야. 우리 둘만 남았어."
식당이 전보다 훨씬 허전해졌다. 넓고 화려하다고만 해서 무조건 좋은건 아닌듯 했다.
"그게 왜? 난 사이다만 마시면 되는데."
대쉬가 사이다를 홀짝이며 말했다. 그런가? 생각해보니 대쉬 말이 맞는것같다. 이렇게 맛있는 사이다를 한잔만 마시고 자리를 접는 것은 사이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빈 잔에 사이다를 채우고는 이번에는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두번째 였지만 입안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처음 그대로였다. 어떻게 사과만으로 이런 음료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내가 두잔 째 사이다를 다 마셔갈 때 쯤 대쉬는 벌써 세잔 째 사이다를 마시고 있었다.
"그러다 너도 갑자기 쓰러지는 거 아냐?"
걱정 반 농담 반인 심정으로 물었다. 대쉬가 이대로 쓰러지면 데리고 갈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쉬는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
"쓸데 없는 걱정은. 너나 쓰러지지나 말아."
"오호. 술 좀 마시나본데?"
"당연하지. 내가 말술을 마셔도 끄떡없는 포니야. 핑키 다음으로 포니빌에선 내가 제일 세다고."
대쉬는 자신만만하게 외치고는 남아있는 잔을 한번에 목으로 넘겨버렸다. 대쉬의 말이 허세인지 진심인지는 알지 못해도 일단은 트와일라잇처럼 갑자기 쓰러지진 않을것 같다. 다행히 혼자서 심심하게 술마실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나도 세잔째 사이다를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 그런지 술기운이 금방 몸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머리가 갑자기 무거워져 살짝 휘청거렸는데 대쉬가 이 때다 싶어 말했다.
"너야말로 쓰러지지나 말아. 뭐, 너도 트와일라잇처럼 수레라도 하나 준비해줄까?"
대쉬의 비아냥에 순간 울컥했지만 화내면 주정뱅이 취급을 당할까봐 웃기만 했다.
"걱정마. 내가 너보다 먼저 쓰러질 일은 없을테니. 수레는 널 위해 내가 준비해줄게."
"그래. 정말 재밌는 농담이야. 난 너 쓰러져도 안데려 갈테니까 그렇게 알라고."
"다음 날 눈 떴는데 식당이어도 날 원망하지마."
우리는 서로 웃으며 말했지만 묘한 긴장감이 서로를 채웠다. 대쉬와 난 서로 나란히 앉아 동시에 잔을 채우고 동시에 잔을 들이키고 곁눈질로 동시에 서로의 상태를 확인했다. 대쉬는 이 때 마다 '슬슬 어지럽지?' '무리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쉬어.' '아, 아직 입질도 안오네.' 등 꼬박꼬박 내게 도발을 날렸다. 그렇게 무거웠던 오크통은 서서히 제 몸을 비워갔다. 한잔, 두잔, 세잔, 네잔... ... 중간부터는 몇 잔 마셨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렇게 무식하게 술을 마셔본지도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약한 술이라고 해도 이런식으로 들이부으면 안 취할 수 가 없었다. 이미 몸은 술을 거부하고 있는데 미련할 정도로 사이다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대쉬도 한계가 왔는지 사이다를 먹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자신만만했던 표정이 사라지고 몇 번이나 헛구역질을 했다. 말도 사라지고 그저 날 게슴츠레한 눈으로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젠 더 이상 한 잔도 마실수가 없었다. 배도 꽉 찼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할 정도였다. 머리를 떨구고 팔로 식탈에 기대며 대쉬를 쳐다봤다. 대쉬는 마지막 잔을 들이키고 있었다. 독한년. 나보다 세 잔은 더 마셨을텐데. 나보다 몸집도 작으면서 도대체 저 사이다는 어디로 가는걸까.
"유동앙."
대쉬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혀꼬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는게 느껴졌다. 설레여서가 아니라 저 년이 사이다를 더 마시자고 할까봐 두려워서였다.
"유동아, 유동아..."
대쉬는 계속해서 날 부르기만 했다. 얼굴이 새빨개진채 실실 쪼개기만 하니까 바보처럼 보였다.
"왜 불러."
나는 머리를 움켜쥐고선 힘겹게 대답했다. 대쉬는 몸을 돌리더니 휘청이듯 내 쪽으로 쓰러졌다. 깜짝 놀란 나는 대쉬를 힘겹게 일으켜 세웠다. 대쉬는 거의 안기듯이 내게 기대더니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설마 토하려는건 아니겠지.
"유동아, 너무 좋아."
대쉬가 거의 웅얼거리듯 말해 무슨 소린지 잘 듣지 못했다.
"어?"
"네가 너무 좋다고."
대쉬가 양 앞다리로 나를 껴안으며 말했다. 무게감과 더불어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다.
"뭐?"
술에 취해 잘못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다. 대쉬는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바보같이 풀어진 웃음을 지었다.
"네가 너무 좋아 미치겠어. 일어나 있을 때도 네 생각만 나고 잘 때도 네 생각만 나. 하루종일 널 보고싶고 너랑 같이 있으면 너무 행복해. 너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
대쉬의 고백에 술기운이 단박에 달아났다. 나한테 장난 치는 것 같진 않고 맨 정신의 대쉬라면 절대로 입에서 나오지 않을 말이었다. 설마 술주정을 부리는건가? 술에 취한 나머지 자기 감정을 숨길 정신도 남아있지 않아 밑바닥에 남은 본심을 막 표출하는건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대쉬가 내게 고백하길 원했던 건 맞지만 이렇게 둘 다 술 때문에 정신 못차린 상태여서는 아니었다. 정신이 멀쩡했다면 면전에 대고 비웃어줄텐데 그럴 여력도 안됐다. 순간적으로 솔직하게 고백하는 대쉬가 귀엽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녹음기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난 네가 날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아냐, 내가 솔직하지 못해서 그래. 난 널 좋아해. 누구보다 좋아해. 진짜야."
대쉬는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고 싶은듯 내게 얼굴을 들이밀더니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안에서 사이다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나는 저항할 수 없었다. 대쉬가 날 무지막지한 힘으로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페가수스는 술에 취하면 눈에 뵈는게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날 바닥으로 쓰러뜨리고는 내 배 위로 올라와 내게 계속해서 입을 맞추었다. 얼마나 격렬한지 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대쉬는 한참이 지나서야 얼굴을 떼어냈다.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유동아, 있지."
대쉬가 조용히 말했다. 내 심장은 미 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다음에 그녀가 하는 행동에 자제심을 발휘할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하지만 대쉬의 다음 행동은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 버렸다. 그녀의 눈에 초점이 풀리더니 몸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져 방바닥에 뻗어 버렸다.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가만히 대쉬를 지켜봤지만 그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야."
나는 쓰러진 대쉬를 불렀지만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지경까지 와서 이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나는 대쉬를 흔들어 보았다.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더니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성질이 나서 어깨를 부여잡고 세차게 흔들자 대쉬의 앞 발굽이 내 손에 날아왔다. 뼈가 부러지는 듯한 아픔에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들었다.
대쉬는 지금까지 자기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전혀 모른 채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 뒤통수를 후려치고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잠깐동안 기대를 했던 내 자신이 진심으로 부끄러웠다. 입가에는 대쉬의 침이 질질 흐르고 있고 얼굴은 화끈 달아올라 따가울 정도였다. 자고 있는 대쉬의 얼굴을 걷어차줄까 생각이 들었지만 관뒀다. 대신 내일 일어나고 정신을 차리면 오늘 있었던 일을 두고두고 이야기 할 것이다. 죽고 싶다고 생각이 들 때까지 하루종일 놀려댈 것이다. 주변 포니들에게도 모두 퍼뜨려서 대쉬를 보면 모두가 비웃어주게 할 것이다.
혼자 남았고 하니 그만 자야겠다. 대쉬는 어떡해 할까. 생각같아선 이대로 두고 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방까지는 그렇게 멀진 않으니 데려다 주기로 했다. 쓰러진 대쉬를 들어올려 등에 업자 순간 괜히 업었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매일 망아지를 품에 안으며 산책을 하다 다 큰 암말을 업으니 생각보다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다리가 후들거려 조금이라도 중심을 잃으면 앞으로 넘어질 정도였다. 힘겹게 발을 옮겨 식당을 나오고 복도를 지났다. 방문 앞 까지 오는데 족히 10분은 걸린듯 했다. 중간에 몇번이나 바닥에 내팽겨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우우웅..."
대쉬는 내 등뒤에서 잠꼬대를 하는건지 알 수 없는 소리로 계속 중얼거렸다. 자꾸 내 등에 얼굴을 비벼대 힘만 더 들었다. 녹음기보단 카메라가 더 절실했다. 대쉬가 했던 만행 하나하나를 다 찍어서 묶어놓고 그것만 보게 하고 싶었다.
대쉬의 방문을 열고 술에 쩔은 페가수스를 짐짝 내던지듯 침대에 던져버렸다. 온몸이 땀 투성이 였다. 대쉬는 제 자리를 찾아가듯 침대에 눕더니 몸을 둥글게 말고는 잠이 들었다. 내일 아침 자고 일어나면 자기가 한 짓을 생각하며 무슨 반응을 보일지 정말 궁금하다.
잠 들기 전에 샤워를 할까 하고 샤워장으로 향했다. 찬물로 샤워를 하니 그래도 정신이 약간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문지르며 복도 앞을 지나갔다.
내 방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순간적으로 주위에서 소리가 나 움직임을 멈췄다. 아까 지나갈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귀를 기울여보니 스타라이트의 방안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스타라이트는 아직 자고 있지 않은 듯 했다. 생각해보니 과제가 남았다고 술도 마시지 않았구나. 문득 스타라이트가 하는 일에 호기심이 생겼다. 트와일라잇은 대체 어떤 수업을 하는걸까? 우정을 배우는데 과제 같은것도 필요하나?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았을 때 아차하는 생각에 아찔했다.
똑 똑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 번 노크했다. 하마터면 기억이 사라질 뻔했다.
하지만 문 안에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다시 노크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안에서 소리가 들리는 걸 봐선 자고 있는 건 아닌듯 했다. 술기운에 용감해진건지 무식해진건지 겁도 없이 문을 벌컥 열어봤다.
방안의 광경을 본 나는 기겁을 하였다. 스타라이트 글리머는 방안에 있었다. 그녀는 방의 한 가운데에서 공중에 떠 있었다. 그녀의 뿔에서 나온 연보랏빛 광채는 그녀의 주위까지 퍼져나갔고 갈기와 꼬리는 중력이 반대로 된듯 하늘을 향해 펄럭이고 있었다. 거기까진 이해가 됐다. 내가 보고 놀란 것은 그녀의 눈이었다. 마치 트와일라잇이 처음 조화의 요소를 사용할 당시처럼 눈동자가 없고 눈 구멍에는 눈부신 광채만이 가득 채웠다. 나는 귀신이라도 본 것 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스타라이트의 고개가 내 쪽을 향하더니 그녀의 눈에는 눈동자가 돌아왔다. 그녀는 날 보더니 살짝 놀란듯 했다. 그녀의 뿔에서 광채가 사라지고 점점 바닥에 내려와 착지했다.
"유동아? 네가 여긴 왠일이야?"
스타라이트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물었다. 나는 아직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소, 소리가 나가지고 한 번 와봤는데... 뭐하고 있던거야?"
스타라이트는 쓰러진 내게 발굽을 건냈다. 나는 그녀의 발굽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스타라이트는 내게 풍기는 강한 술냄새에 잠깐동안 코를 찡그렸다.
"마법을 수련하는 중이었어. 그보다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나는 대답대신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잠깐 얘기 좀 해도 돼?"
"그럼. 나도 이제 좀 쉴까 생각 중이었어."
나는 스타라이트의 책상을 살펴봤다. 마법과 관련된 두꺼운 책들이 여러권 쌓여있었고 그 옆에는 수 많은 종이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스타라이트가 연구한 내용을 직접 정리한 종이들 같았다.
"이게 다 네 과제야? 엄청 많은 것 같은데."
"맞아."
스타라이트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이걸 혼자서 해내려면 엄청나게 힘들 것 같은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걸. 트와일라잇은 매일 이렇게 내게 과제를 주니까 할 수 밖에 없지."
트와일라잇은 분명 스타라이트를 마법의 제자가 아닌 우정의 제자로 키우고 있을텐데 왜 과제는 마법과 관련된 연구만 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모든게 우정과는 아무 상관없어 보였다.
"이런거 보다 친구 사귀기... 이런게 더 중요하지 않나?"
"트와일라잇은 날 포니들과 잘 만나게 하질 않아."
"왜?"
생각해보니 슈가큐브코너에서 친구들과 만났을 때는 트와일라잇은 스파이크를 데려온 적은 몇 번 있었어도 스타라이트를 데려온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길에서도 그녀를 본 적이 없었다. 포니빌에 와서 스타라이트를 만난 것도 오늘이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아직 못미더운거 같아."
"못 미덥다니?"
스타라이트는 말실수를 했다는듯 자신의 입을 발굽으로 막았다.
"아, 있어 그런게. 비밀이야."
그녀는 화제를 돌릴 거리를 생각하고 있는지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나는 충동적으로 머릿속에서 나오는 생각들을 입밖으로 내보냈다.
"평등의 마을에서 모든 포니들의 큐티마크를 등호 기호로 바꾸고 평등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포니들을 세뇌시키고 그 계획이 트와일라잇에 의해 실패하자 과거를 완전히 바꿔버려서 세상을 멸망시킬 뻔 했던것 때문에?"
스타라이트는 입이 떡 벌어지더니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건 나랑 트와일라잇 밖에 모르는 사실인데. 트와일라잇이 말해준거야?"
"아니."
쓸데 없는 말을 했나 싶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연민이 느껴졌다. 자신이 살 던 곳이 아닌 낯선 곳에서 집에만 갇혀 사는 그녀의 모습이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었을까.
"그럼 어떻게?"
"사실 난 이퀘스트리아에서 온 게 아냐."
"그야 그렇겠지. 넌 포니가 아니니까. 다른 대륙에서 온 거 아냐?"
"아냐. 너희가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왔어. 그리고... 난 너희들에 대해 많은 걸 알고있어."
스타라이트는 여전히 놀란듯 했다. 그녀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뭐, 너무 심각하게는 생각하지마. 나도 여기 왜 온건지 모르니까. 그냥, 너랑 내가 비슷한거 같아서 얘기해준거야. 아무한테도 하지 않은 얘기인데... 안믿어도 돼."
스타라이트는 믿지 않을 수도 있었다. 사실 그냥 술취한놈이 지껄이는 말로 받아들이는게 정상이었다. 믿지 않아도 상관 없었다. 이곳에 와서 왠지 모르게 답답했던 내 심정을 누군가에게 털어넣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랬구나."
스타라이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방안은 다시 침묵으로 흘렀다. 역시 방금 전 얘기때문에 날 미쳤다고 생각할게 분명하다. 술 취해서 남의 방에서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냥 잠이나 자야지.
"있지."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차 스타라이트가 입을 열었다.
"응?"
"너도 비밀 하나 고백했으니 나도 비밀 하나 고백해도 될까?"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스타라이트는 어쩐지 슬픈 미소를 지었다.
"뭔데?"
스타라이트는 잠시동안 뜸을 들였다. 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오가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를 잠자코 기다렸다.
"사실... 나는 여기 있기 싫어. 다시 내가 살던 마을로 돌아가고 싶어. 비록 한 때는 그 마을을 이용하려 했지만 난 그 마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마을 포니들과 오랜 시간을 보냈어. 이제는 달라진 내 모습으로 마을 포니들과 지내고 싶어. 내가 유일하게 이퀘스트리아에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포니들이 있는 곳이니까. 하지만... 트와일라잇은 그걸 허락하지 않아. 자신의 제자로 받아주겠다고 하고는 날 이곳에 가두고 마법 연구만 시키려 하고 있어. 우정에 대한 수업은 커녕 친구 하나 내 맘대로 사귀지 못하고 뭐든지 자기 통제대로 하려고 해. 난 아직도 모르겠어. 트와일라잇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스타라이트는 말을 마치고 문쪽을 빤히 쳐다보았다. 혹시 누군가가 듣고있을까 염려하는 표정이었다.
"그거... 엄청난 사실인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줘. 부탁이야."
"... 알았어."
스타라이트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줄은 몰랐다. 트와일라잇이 이 사실을 안다면 난리가 날것이다.
스타라이트는 할 말을 마쳤는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나도 그만 방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오래있진 마."
스타라이트가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나지막히 말했다.
"어?"
"이 성에 너무 오래있진 마."
의미심장한 그 말이 생각에 잠들게 만들었다. 그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려 했지만 술기운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제는 그저 침대에 눕고 싶다는 욕구만 머릿속에 가득찼다. 나는 스타라이트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눕자마자 눈이 감기더니 잠이 쏟아져왔다.
-----------------------------------------------------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