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수많은 목소리를 위축시킵니다. 특히 대선같은 초대형 이벤트는 더욱 그렇죠.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말로 많은 것이 달라지거든요. 한 사람의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선, 오직 그 하나에 집중해 전력질주해야 하죠.
대선은 이처럼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성소수자 운동 단체는 늘 싸워왔습니다. 인권조례, 차별금지법 등을 둘러싸고 개신교계의 광기어린 목소리와 직접 부딪쳤습니다. 성소수자 차별금지를 포함한 차별금지법 입법이 시도된 것은 2007년부터의 일입니다. 세 번을, 개신교계의 극렬한 반발로 무산되었죠. 성소수자 단체의 시위와 저항은 바로 그때부터 이미 시작되었어요. 그들은 10년을 싸우고 있습니다. 너흰 지옥에 갈 거라 저주하는 사람들 앞에서요.
최근에는 성소수자란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에 놓였던 한 군인을 위해 국방부를 규탄했죠.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이 있기 십수 일 전에 이미 시위가, 항의가, 후원 운동이 시작되었어요. 그들은 대선 정국을 노려서 그리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랬습니다. 때로는 정부, 때로는 여당, 때로는 시 당극, 때로는 개신교와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여러분이 보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들은 늘 그랬듯이 지금도 싸우고 있는 것 뿐입니다.
그러니, 조롱하지 마세요. 마치 그들의 운동에 불순한 의도가 있는 양 넘겨짚지 마세요. A4 용지로 한 장 쯤이나 될까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음모론을 보고 그들의 운동사를 모두 꿰뚫어보게 된 것처럼 얘기하지 마세요. 그들의 운동은 그 수십 배를 말해도 부족함이 있을 정도로 길고 비참했습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지만 늘 거기 있었습니다. 문재인만 노린 것도 당연히 아닙니다. 개신교의 저주에 항의하며 죽음을 택한 투사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홍준표 앞에서 왜 시위하지 않느냐 말하지 마세요. 돈 때문에 문재인만 노렸다고 말하지 마세요. 거기에 대체 무슨 근거가 있습니까. 내가 여기 있다, 나도 사랑이란 걸 하고 있다고 소리치며 싸워왔던 사람들에 대한, 그 얼마나 비인간적인 모욕입니까. 거대한 벽 앞에서 절망하고 죽음을 택한 투사에 대한 그 얼마나 참담한 표현입니까.
저도 홍준표에게 더 중대한 항의를 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럼 내가 홍준표에게 항의하면 됩니다. 성소수자의 인권은 성소수자만 항의해야 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말합니다. 홍준표는 폐기처분해야 할 정치 세력의 상징입니다. 인권을 아예 모르는 인간입니다. 인간 이하 돼지만도 못한 후보입니다. 우리가 외치면 됩니다. 우리가, 더욱 거센 항의의 목소리로 홍준표의 전근대적인 목소리를 뒤엎어버리자구요.
홍준표가 거악이니 홍준표 외에 다른 이들의 실언은 눈감아줘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모욕을 당해야 합니까. 아닙니다. 실언에 항의해야 합니다. 사과를 받아야 합니다. 바로 문재인 후보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홍준표 같은 인물은 사과를 받을 것도 없고 그냥 끌어내려야 합니다. 그들의 손이 아니라 우리의 손으로 그렇게 하면 됩니다
“왜 홍준표를 욕하지 않느냐, 불순한 놈들 아니냐”가 아닙니다. “함께 홍준표를 규탄합시다, 극우에 맞서 함께 싸웁시다”여야 합니다.
남을 모욕함으로써 우리편을 결집할 수는 있을 지 몰라도, 결코 외연을 확장할 수는 없습니다. 진정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면, 배척하지 마세요. 표심을 고려해 두루뭉술한 메시지를 내는 것도, 대선이란 게임에선 어쩔 수 없는 전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캠프의 몫입니다. 지지자들의 몫은 모두를 안아주는 겁니다. 정체성을 부정당한 사람들을 공격하지 마세요. 먼저 손을 잡고, 이해를 구하고, 그리고 그들에게도 사람 사는 세상을, 든든한 대통령을 빚어가야죠.
대선이란 게임의 한계를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선 너머를 보아야 합니다.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킴으로써,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지를요. 지지자들의 포용적인 태도가 곧 그가 얼마나 대통령으로 적합한 인물인지를 보여줄 것입니다. 사실, 그게 표심을 위해서도 썩 나쁜 전략 같지는 않아요. “문재인을 지지합니다. 비록 우리 후보가 여러분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우리는 우리 후보와 함께 여러분의 인권을 지킬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이게 나의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