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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oda_914
    작성자 : gosling
    추천 : 13
    조회수 : 3146
    IP : 125.179.***.83
    댓글 : 63개
    등록시간 : 2015/08/24 19:42:31
    http://todayhumor.com/?soda_914 모바일
    성적부심 부리던 친구 소소한 사이다..ㅎ
     
     
     
    남친이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없으므로 음슴체.
     
    고등 3년 내내 좀 좋지 않은 애가 있었음..;;; 정말 여러모로 가까이 하고싶지 않던 친구였음..
    뭘 못해서 단점이라는 게 아니라 요즘 말하는 완전체의 모범격이라고 해야하나.
    (예전에 식탐충 관련해서 글 베오베 간적 있는데 그게 얘 이야기)
    걔의 면모를 하나하나 말하려면 책 한권을 써야하므로 그냥 성적 관련해서만 말하겠음.
    걔는 뭐랄까... 되도 않는 성적 부심을 부리는 애였음.
    나도 성적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걔도 뭐...
    아니 잘하기는 하는데... 애가 독한 면이 있어서 성적이 나쁜편은 아니었지만
    애매했음. 머리가 나빴던것 같음. 뭐 근데 나한테는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음. 친하지도 않아서..
     
    근데 얘가 짜증나는건 시험 점수가 나올때마다 자기가 잘본 과목 위주로 애들한테 말하고 다녔는데,
    예를 들어 영어가 잘 나왔으면 성적이 망해서 우울해하고 있는 애 옆에 와서
    "ㅇㅇ야~ㅠㅠ 나 어떡해~ㅠㅠ 나 영어 망했어 한개나 틀렸어~ㅠㅠㅠ"
    이걸 꼭꼭 해주는 애였음... 진짜 이해가 안갔음. 근데 이해할 필요는 없음 완전체니까;;;
    그것도 진짜 공부 잘하는 애한테는 절대 안하고 자기보다 못할 것 같은 애한테만 가서 저러고 점수를 알아냈음
    남의 점수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았음...ㄷㄷㄷ
     
    아니 한두번이면 이해하겠는데 시험 점수 나오는 날만 되면 자기보다 못본거 같은 애한테 가서 저러고
    또 자기가 못본 과목은 거짓말로 점수를 말하거나 완전히 꼭꼭 숨겼음..
    남의 점수는 다 보려고 하면서 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점수표 근처에만 가도 소리 지르면서 막 가렸음.
    애들이 진짜 진짜 싫어했음. 안그래도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애가 저러니...심지어 옆반까지 돌아댕기면서 저 지랄..
    나한테도 정말 자주 그랬음. 시험 날~끝나는 날 동안은 걔 면상도 보기 싫었음.
    근데 피하거나 면박 준다고 그만두는 애가 아니어섴ㅋㅋㅋ 나중에는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음.
     
    아무튼 나는 걔랑 자습반만 같고 반은 틀려서 얼굴은 알지만 정규수업 동안에는 얼굴 마주칠 일이 없었음.
    그러다가 중간고사가 왔는데 보통 시험이 3일동안이면 그날 그날 시험 끝날 때마다 선생님들이 답안지를 돌림.
    그래서 애들이 그날의 시험이 끝나도 교실에 남아서 시험지 가지고 가채점을 하고서 집에 갔었음.
    나 같은 경우는 공부를 게을리 해서 점수가 좋지 않았지만 국어랑 영어는 나름 좋아했어서 성적이 잘 나올때가 많았음.
    그때 중간고사가 첫째 날에 국어 둘째날에 영어 이런식으로 봤는데 첫째날에 가채점을 해보니까 내가 국어가 백점이 나온거임!!
    그래서 우와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음 ㅋㅋㅋㅋ
    교실 문을 보니 그 성적부심 부리는 애가 서 있었음... 걔가 뭔가 웃음과 울상이 섞인 얼굴로 나를 불러내더니
    "ㅇㅇ아~ 어뜩해 ㅠㅠ 나 국어 망쳤어ㅠㅠ 나 두개나 틀렸어~ㅠㅠ"
    이러는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자기 딴에 겁나 잘봤는데 점수가 자유분방한 나한테로 온것 같았음...
    참고로 나랑 걔는 옆옆반 사이였음....
    그러면서 "ㅠㅠ 어뜩해~ 너는 몇점 나왔어...?" 이러길래 나는 이때다 싶어서 큰 소리로
    "백점이다!!!!" 이러고 집에 갔음 ㅋㅋㅋㅋㅋ 유치했지만 너무 통쾌했음.
    그때의 걔의 충격받은 표정을 잊을 수가 없음.. '어떻게 니가 나보다 잘 볼수가 있어..?'하는 표정이었음.
     
    그리고서 둘째날이 옴. 영어 과목이 있던 날... 가채점을 하는데 나님... 또 영어가 백점이 나옴...처음이었음..
    물론 다른 과목은 점수가 영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서 가려고 하는데 또 내 이름을 부르는 귀신 같은 목소리..
    소름 돋았음.. 걔가 또 교실 앞문 앞에 서 있었음. 나는 걔한테로 가지는 않고 그 자리에서 걔를 보았음. 걔가 또 같은 소리를 함..
    "나 어떡해 영어 망쳤어ㅠㅠ~~ ㅇㅇ아 어떻게해 너 잘봤어??ㅜㅠ 나 영어 한개나 틀렸어~..ㅠㅠ"
    그래서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도발적인 목소리로 " 백점이다!!!!" 라고 외침.
    지금 생각해보면 걔가 다른 과목을 물어보지 않은게 다행...
    암튼 걔는 그자리에서 어제의 충격과 짬뽕된 듯한 엄청난 표정을 지으면서 다가오길래 왠지 무서워서 뒷문으로 도망감.
    그리고 그 다음부터 걔는 다시 나에게 점수를 물어보지 않았음......^_^
     
    그 애랑을 삼년동안 마주치면서 발암만 하다가 한번 나에게 찾아온 유일한 사이다였음 ㅎㅎㅎㅎ
    (그리고 걔는 그렇게 성적부심 부리다가 항상 입에 달고 살던 높은 지망대 다 못갔다는게 함정)
    (그리고 나도 떨어진건... 이건 함정은 아니구나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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