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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1295
    작성자 : 오늘도흐린날
    추천 : 17
    조회수 : 2759
    IP : 173.245.***.193
    댓글 : 15개
    등록시간 : 2016/10/24 14:14:31
    http://todayhumor.com/?panic_91295 모바일
    고문을 기다리며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꿈이여야 해!
    얼마 전만 해도 따스한 집에서 걱정 없이 먹고 마시는 삶이었는데 왜 하필! 왜 하필 나일까??!!
     


    "안돼에!!! 제발!!! 제발 그만!!! 으아아악!!!"



    거대한 문 안으로 끌려들어간 친구의 비명이 들린다. 
    고통과 두려움, 괴로움이 소름끼치도록 선명하게 울려퍼진다.


     
    "안돼! 싫어!!! 으악!!! 제발!!!" 

     

    그리고 나는, 아니 우리들은 그 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
    공포는 전염성이 있다.
    누군가 이 공포에 반응을 보인다면 그것은 순식간에 전염될 것이다.
    그리고 이 소리를 못 들은 체 하는 것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 친구를 위한 예의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의연하자. 
    비록 내 차례가 오더라도
    나 또한 같은 신세가 되더라도 
    이 순간만은 의연하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버티자.
    이 순간 나보다 불안할 친구와 동료들을 위한 묵언의 약속이다. 
     

    "으아악 으아아악 어엉엉엉엉"



    거대한 문 안쪽에서 친구가 울고 있다.
    꽉 쥔 주먹에서 손톱이 아프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앞으로 있을 일에 비하면 이 따윈 아픔의 축에도 못 낀다는 것을. 
    즐거운 삶이었다. 
    눈물을 애써 참는다. 


     
    우리는 모두 마음으로 울고 있다. 
    단지 그들만 웃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엄청난 괴력으로 우리를 이곳에 데려왔고 
    마치 우리의 고통을 즐기는 듯 저 문 안에서 우리를 고문한다.
    우리는 죄가 없다. 
    왜? 하고 물어봤자 소용없다.
    그들은 우리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우리 또한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다시 한 번 거대한 문이 열린다.
    울부짖고 있는 친구가 발버둥치며 끌려나온다.
    얼굴은 고통에 발갛게 일그러져 있다. 
    아아 잘 견뎠어.
    우리는 그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낸다.
    그는 어딘가로 재빨리 호송되어 사라진다. 
    무거운 정적이 흐른다.    
    두렵다.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



    의자가 움직인다.
    아......
    내 차례인가. 
    거대한 문에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간다.
    동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동정이라도 좋다.
    단지 내가 얼마나 용감했는지 기억해 줘.
    꼿꼿하게 등과 허리를 편 이 모습 잘 기억해. 
    의연한 이 표정도 꼭.
      


    그들은 잔혹한 미소를 띄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
    목에 걸린 금속제의 메달이 불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그래. 해 보거라.
    너희들이 내 몸은 고문할지라도
    정신만큼은 망가뜨리지 못해.
    있는 힘껏 그들을 노려볼 뿐이다.
    음습히 눈을 빛내는 그가 중얼거린다.


    "오늘은 B형간염 3차와..." 

     
    출처 7개월 아기 예방접종하고 아기의 시선에서 써보는 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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