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기빨리는 글이었네요.
http://todayhumor.com/?bestofbest_348545 남편이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고, 그 고충을 토로할 상대가 부인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는 있죠.
아내는 아내대로 육아와 가사일, 시가와 친정일로 복잡할 수도 있고 대화를 하다보면 일 자체의 고충에 부부간의 복잡한 일들이 양념처럼 버무려지며 대화가 원치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남편이 가정의 수입을 책임지고 있고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에는 더더욱 남편의 회사일을 남편이 견뎌주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에요. 아이를 낳으며 경력단절이 된 아내가 생업전선에 갑자기 뛰어든다거나 이제 한두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며 수입전체를 책임질테니, 남편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삶과 직업을 찾기 위해 시간을 가져봐라 라고 하긴 어렵다는 거죠.
그러니 남편도 고충을 토로할 상대를 아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는 있어요.
그러나, 그것이 왜 소꿉친구 여자친구여야 하는지는 이해가 되지않는 부분입니다.
그 일에 대해 이해도가 아내만큼 높은걸까요?
더군다나 주말부부로 지내는 소꿉친구이고,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는 정황이 많은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결국은 남편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생활의 문제를 근원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보다는 감정적인 위로를 원하는 것 아닌가요?
아이를 재우기 위해 일찍부터 잠자리에 들어간 아내를 핑계삼아, 근처에 사는 소꿉친구 여자친구를 불러내어 밤늦은 시간에 본인의 넋두리를 늘어놓고 술을 매개로 더욱 가까워지고, 늦은 밤까지 사적인 카톡이 오가는 것.
그게 바람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백년해로를 약속하고 본인의 아이를 키우는 아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생각치 못하는 남편의 감정적 공감의 결여는 신뢰를 무너트릴 수도 있는겁니다.
카카오톡의 내용은 중요치 않습니다. 내용을 읽거나 듣지 않더라도, 충분히 저만큼까지도 아내와의 공감대보다는 소꿉친구와의 공감대가 더 커보이니까요.
게다가 "네 와이프는 좋은 사람이더라, 와이프에게는 네 고민 아직 말하지 않았지?"라고 묻는 소꿉친구의 메세지가 순수하게 "와이프=좋은 사람, 네 고민의 깊이가 깊다"라고 느낄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도 궁금하네요.
살다보니 립서비스처럼 하는 말 속에 뜻이 다른 말도 듣다보니 전혀 순수한 의도로 보이지는 않죠.
오래도록 밤늦은 시간 술자리를 갖으며 감정적 공감대를 가진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이에서 "네 와이프는 좋은 사람이더라"는 "네가 원하는 것 만큼은 아니지만 나쁘진 않아"라는 뜻, "와이프에게는 네 고민 아직 말하지 않았지?"라는 건 "나에게만 비밀이야기 하는 중이지? 내게는 계속 털어놓는 것 같은데 와이프에게는 말하지 않는 걸 보니 와이프와 부부의 공감대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하는 이중적인 뜻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게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너는 더 좋은 사람" 이라고 맞받아친 남편의 메세지는 어떤 의미일지..그것이 순수한 의미로도 상처가 되지만 립서비스라 하더라도 아내의 체면을 구겨가며 꺼낼 이야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제 이야기를 털어 놓자면, 결혼하여 임신, 출산을 겪는 기간은 만 10달이었어요.
이렇게 수 많은 것이 변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하는지 몰라서 결혼이라는 것에 마냥 행복하기만 할 수도 없었고, 밤낮으로 삐약이처럼 울어대고 모유를 찾는 아이를 보며 밤잠설치고 아픈덴 없는지 내가 잘하고는 있는지 매일매일 나를 되돌아보느라 아이가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생각보다는 아이는 귀하다는 생각만으로 키웠어요. 마치 살얼음판 위를 우리 세 가족이 걷는 기분이었죠.
근데 남편의 핸드폰 문자로(스마트 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라 카카오톡은 자주 사용되지 않았어요)
밤 늦은 시간, 문자가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남편의 직장 부하직원이었는데 저와 같은 상황에 놓인 초보 엄마였어요.
이 초보엄마를 A라 칭할께요.
그 문자의 내용은
"힘들다. 부장님 같은 분을 남편으로 둔 아내는 좋으시겠다. 아내분 좋으시더라."
라는 내용이었고, 항상 늦은 밤 (아마도 그분도 아이를 재우고 남편을 기다리는 시간이었겠죠) 11-12시 사이 문자가 오거나 새벽에도 보내곤 했어요.
문자가 4-5번쯤 쌓이는 동안, 남편은 답을 하지 않았었고, 그 이유는 제가 굉장히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기 때문이었습니다.
남편이 답을 하지 않았음을 아는 것은 아이를 출산하기 전후 6개월을 휴직상태여서 저와 매일매일 붙어있었기 때문이고, 기본적으로 믿음이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늦은 밤에 코스트코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운전을 하는 남편이 핸드폰 오작동으로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게되고, 남편 운전석 뒤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남편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지만 그 불편함도 느껴졌었고, 스피커폰으로 울리는 그녀의 전화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도, 늦은 시간에 전화를 했다는 것도 모두 황당하더군요.
전화내용은
"잘지내시냐 왜 전화를 안받으시냐 나 요즘 너무 힘들다. 결혼축하한다. 아이는 있느냐(출산을 몰랐나봅니다) 아내는 좋으시겠다. 힘드시지 않느냐, 결혼하신 시기도 비슷해도 저와 같은 고민이 있지 않을까 해서 연락했다. 결혼생활은 어떠시냐."
등등..
그녀는 저희 남편이 저와의 결혼생활에서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고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계속 연락을 해왔던 것이었어요.
남편이 불편해하는 기색이 있어도 전화를 놓지 않더군요.
더구나 그 날은 한 겨울에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고, 운전대를 붙잡은 남편도 전화를 하기가 난감했던 상황이었어요. 운전중이니 끊겠다 하며 전화를 끊었는데 우리 둘 사이가 냉랭해지는 거죠.
남편은 A가 산후 우울증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 같다, 속상할 것 같아서 그만 보내라는 말은 못하겠고 답을 하거나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말에 "내가 A때문에 우울증이 올 것 같아"라고 이야기 하고, 당신이 액션을 취하지 않는 것이 고맙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문자와 전화가 오니 내가 해결하겠다 라고 이야기해두었습니다.
다음날 아침까지 고민을 하다가, 남편의 직장동료분이고 A와 친했던 여자분 B께(저와도 친하게 지내던 분이나, 다소 사이가 어려웠던 여자분) 연락해서 A의 전화나 문자 연락이 도가 지나친 듯 하고, 같은 초보 엄마라 이해해보려 했으나 늦은 밤이나 새벽에 문자가 오고 급기야는 내 앞에서 전화까지 오니 더이상은 참기 어려우니 A와 대화를 나눠보시길 바란다. 그분이 힘드시다하니 주변에서 챙겨주시기 바란다. 내 남편이 그 분의 고충을 들어줄 수는 없는 사이라 생각된다. 남편은 앞으로도 A의 연락에 답하지 않을 것이고, 답을 한다면 낮이 될 것이니 행동에 주의바란다고 전해달라하여 일단락되었습니다.
저는 이 사건으로도 상당히 괴로웠었어요.
배우자가 있는 동료, 친구에게 적정선 이상으로 연락하고 가깝게 지낸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배우자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가를 깊이 생각하게 된 계기였고, 남자친구가 많은 편이었던 저는 그때부터 가능한 사적인 연락은 모두 끊었어요.
결혼을 한다는 것은 분명히 자유롭지는 않은 삶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어요.
결혼으로 재생산되는 관계나 사실도 많아집니다.
그렇기에 서로의 배우자가 관계나 사실을 받아들임에 대해 깊이있는 고민도 필요한 것이구요.
결혼 속에서 내 인간관계를 자유롭게 유지하려면 배우자의 감정은 내 감정만큼 고려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람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내가 백년해로를 약속한 상대이기에 그 사람의 입장이 난감해지거나 처량해지는 일도 없도록 해야하고 감정적 공감대가 잘 유지되는지도 체크해야합니다.
결혼 게시판에서 간혹 이러한 배우자에 대한 고민 글이 올라올 때면, 배우자의 핸드폰까지 단속받아야하냐는 댓글을 보며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배우자가 상대편을 믿지 못하고 핸드폰을 열게된다는 것은..실은 상당히 신뢰관계가 아슬아슬하게 금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자체로도 질타를 받을만 하겠지만, 그 과정까지 있어온 감정선이나 사건들이 생략되어있으니..결혼속의 사생활 간섭으로만 보일 수도 있는거지요.
이제까지 남편의 핸드폰을 일부러 보거나 몰래 카카오톡의 내용을 확인해 본 적이 없어요.
상황상 남편이 내게 보여줘야할 것 같거나 공개해야하는 것은 일러두지만 되도록 우리 둘다 핸드폰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죠.
저의 결혼생활에서 사적인 영역에 대한 보장은 어찌보면 50년을 함께 해야하는 삶에 약관같은 겁니다.
사적인 생활은 유지하되, 배우자의 감정을 존중하며 사회적 질타를 받을 일은 하지 않는다는거지요.
무튼, 베오베의 글을 보고 참 기운빠지네요. 바람? 그런 것보다 같이 사는 사람의 감정을 존중하지 못하는 그 남편이 참..바보같아보이네요.
원본만으로도 상당히 답답한 상황인데, 작성자분이 쓴 입장글을 보며..더 속상해지더군요.
결혼생활이 8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도를 닦듯 내려놓고 체념하고 위해주고 애정하지만, 사랑이 있기에 성인군자가 될 수는 없는..그런 생활이 결혼생활입니다.
남편이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내 체면을 망가트려놓았는데, 그 상황에 "네가 나를 기댈 수 없게 만들었음을 미안하게 생각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결혼생활은, 연애때처럼 감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책임과 분담, 역할이라는 것이 있기에 더더욱..넓은 아량만으로 지속해나갈 수 없는 거지요.
신뢰가 금이 가기 시작하면, 유지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들고.
그 고민의 결과가 나와 남편만의 관계가 아닌, 내 아이의 거처, 내 아이의 삶, 같이 모은 재산의 분배, 모든 걸 함께하기로 약속한 거룩한 계약의 파기 등..몇년이 될지 모르는 상처와 분쟁 속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결혼생활은 배우자가 서로 조심해야하는 겁니다.
연애와 결혼은 결이 다르다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