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세 명의 고등학생이 어두운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 때, 악마가 나타나 빙그레 웃으며 제안을 해왔다.
악마 : 너희들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여기에 세 가지 길이있다.
첫번째 길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는 대신 평생을 고생하는 길이다. 대신, 노년에 부유해질 것이다.
두번째 길은 평범한 길이다. 평범한 능력으로 평범하게 사는 것이지. 물론, 노년에도 평범하다.
마지막 길은 무능의 길이다. 하지만 평생 행복과 쾌락 속에 살 수 있지.
하지만, 노년에는 그 누구보다 비참해 질 것이다.
자, 선택해라. 너희들의 인생을....
A는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것이 최고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었기에 고민할 것도 없이 두번째 평범한 길을 선택했다.
B는 첫번째 길을 선택했다. 뛰어난 능력만 있으면 고생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C는 세번째 길을 선택했다. 능력보단 행복이었다. 능력도 결국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일 뿐, 행복만 있다면 능력은 필요 없다고 여겼다.
게다가 노년에 비참해질 때 쯤이면 스스로 자살해 버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평생을 행복속에 살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좋은 선택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A는 평범한 대학교에 가서 평범한 직장을 가지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평범하게 고생도 하고 행복도 느끼며 살게 되었다.
B는 뛰어난 개발자가 되었다. 하지만, 박봉과 계속되는 야근 속에 고통스러운 청춘을 보냈다.
중년 즈음엔 직급도 올라가고 연봉도 올라 생활이 조금 편안해 질 것도 같았다.
그러나 갑작스레 친한 친구의 병원비를 지속적으로 대주어야 할 상황이 찾아와 생활이 쪼들리기 시작했다.
C는 고등학교 때 까진 특별히 인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악마와의 만남 이후 갑자기 이성으로부터의 인기가 폭증했다.
같은 반 여학생부터 길거리의 여성들까지 C에게 말 한 번 붙여보려 애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얼떨떨해 하던 C는 결국 인기를 받아들였고 원하는 대로 여자를 사귀어 가며 즐기고 살았다.
뿐만 아니라 연예기획사로부터 스카우트까지 당하여 탤런트가 된 C는 국민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예전엔 그저 먼 존재로만 느껴졌던 미모의 여자연예인들이 이제는 C에게 먼저 대시했고
C는 취향대로 골라 사귀며 행복한 인생을 보냈다.
중년이 되었음에도 인기는 그대로였다.
그리고....
깨어났다.
C는 문득 깨어났다.
그것은 잠에서 깬 것과 비슷했지만 전혀 달랐다.
C가 깨어난 곳은 그가 살던 고급 아파트도 아니었고, 그가 자주 자러갔던 여자연예인들의 집도 아니었다.
그곳은 병원이었다.
C가 깨어난 것을 알자 간호사부터해서 의사들도 달려왔다.
C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언제 쓰러져서 실려왔는지 기억이 없었다.
그래도 이 참에 휴식기를 가지면서 푹 쉴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버릇은 고치지 못해 C는 간호사에게 추파를 던졌지만 반응이 이상했다.
다른 간호사에게 신호를 보내봤지만 역시나 반응이 좋지 않았다.
평생을 이성에게 호감만 받으며 지내온 C이기에 영 어색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평생 갈 것처럼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인 A와 B였다.
하지만 C가 연예인이 된 후엔 만남이 뜸해졌다.
그러다 못 만난지가 10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찾아와 주니 반가웠다.
그러나 A와 B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 표정은 친구가 병상에서 일어나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기분이 나빠진 C는 틱틱대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좀 이상했다.
점점 이해할 수 없어진 C는 감정이 격해져서 물었다.
C : 내가... 쓰러진 게 언제지? 얼마나 여기에 있었던 거야!
..... ..... .....
진실은 참혹했다.
아니 잔인했다.
C가 쓰러진 것은 악마로부터 선택을 한 직후였다.
원인 불명의 혼수상태.
C의 부모는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가 된 C를 입원시켰다.
그리고 20년이 넘게 흐르면서 지쳤다.
아들의 병원비 때문에 전셋집도 빼고 쪽방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당신들이 굶으면서도 무슨 즐거운 꿈이라도 꾸는지 실실 웃고 있는 아들을 보면 차마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더이상은 힘들었다.
부부는 결심했다.
언젠가 아들을 위해 붓기 시작한 자신들의 사망보험금을 쓸 때가 되었다.
부부는 장문의 편지를 남기고 자살했다.
사망보험금은 아들 앞으로 되어 있었다.
문제는 아들인 C가 혼수상태라는 것이다.
C가 서명하고 찾아가야 하는데 혼수상태라 보험금 지급이 되고 있지 않았다.
때문에 C의 병원비가 문제였다.
그 사실을 안 B는 C의 병원비를 대신 내주기 시작했다.
근래 직급이 좀 높아졌고 연봉도 올라가 여유가 생겼다고는 해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다.
C의 병원비 때문에 아내와 싸우기도 했지만 친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C에겐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마저 포기하면 C는 죽게 될 것 같아서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에 C가 깨어났다고 연락이 왔다.
B는 A에게 연락해 같이 병원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C는 믿을 수가 없었다.
화려했던 자신의 인생이 그저 혼수상태에서 꾼 꿈일 뿐이었다니...
믿기 힘들었던 C는 인터넷을 이용해 자신을 검색했지만 흔적도 없었다.
동명의 이름 없는 개그맨이 한 명 검색 될 뿐이었다.
C는 자살했다.
자살하기 전 보험사를 찾아 부모님의 사망보험금을 찾았다.
꽤 오래 부우셨던 듯, 상당한 금액이었다.
큰 돈을 보고도 C는 별 감흥이 들지않았다.
C는 자신을 위해 병원비를 대신 내주었던 B 앞으로 모든 유산을 남긴다는 유서를 쓰고는 자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