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게분들과 역시나
지지받지 못할 주제(저의 유효표 선택)를 꺼내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시 머리를 정리하면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군게분들과 덧글로 대화한 글은 바로 이전 글이며, 이전 글 외에 그 이전 글 몇개도 관련 글들이겠네요)
아마도 이 글은 반대로 시게에서 지지를 받지 못할 주제일 수도 있을 겁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우선
'무효표' 자체는 존중해야하고 이것 자체를 힐난하거나 깎아내려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무효표 자체가 기권과 다른 것은 부인해서 안되고,
이 표는 의사가 전혀 판단 불가능할 뿐더러 투표 권리를 부인한 기권과 다릅니다.
('아예 기권해버리겠다'는 분들은 인정하기 어렵겠지만요)
물론 제가 이전 글에도 썼지만 무효표는 보통의 상황에서 의중 파악이 기권표 만큼은 아니어도
어려운 편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야기하는 무효표는 상당수 한쪽 캠프의 지지표가 될 수 있던 표로 분류가 가능하고
그 의사를 정확하게 밝히고 있는 바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선택 자체는 '존중'해야 합니다.
유효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나 설득은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과열되면서 이것이 '강제'나 '비난' '비아냥'으로 흐르거나 무슨 아이들 떼쓰는 듯이 평가하는 것은
비단 이 주제뿐만이 아니라 원래 이야기를 나눌 때, 좋은 방식이 아닙니다.
제가 군게에서 지지 받지 못할 이야기를 썼다고 서두에 밝혔듯이
전 유효표를 던질 사람이고, 현재 논란이 되는 내용이
개선되는 데 있어서도 바람직하고 최선이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군게 분들의 비판이나 불만, 또는 현실은 분명히 근거가 있고
합당합니다.
그 결과가 '무효표'라는 것만이 다를 뿐, 사실 시게분들의 상당수도
비판이나 불만, 현실 인식이 '모두' 잘못되었다고 하실 분은 적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군게 분들이 그걸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시 돋힌 말이 나온 적도 있을 테고,
때론 그것이 불편하실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생각해서 굳이 나누어 보자면
군게분들은 '선택과 결정'을 한 쪽이고 시게분들은 '설득'을 원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군게분들이 시게에 반대로' 무효표를 위한 선택을 설득'하는 비율이 과연 더 높을까요?
아닐겁니다.
무효표가 여태까지 현실에 반영되는 가능성이 낮았던 것은 저도 동의하며
군게에서 많은 덧글을 주고 받으면서도, 저도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그렇더라도 그게 무가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무효표도 기표의 결과이며(다시 언급하지만 저는 기권과는 다르게 취급합니다) 불만을 표시한 동등한 한 표의 가치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만 해도 아마 시게분들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찌푸리실 수도 있을 겁니다.
바로 이전의 제 글을 혹시 보시고 보신다면, 양쪽에서 말리는 시누이짓한다고 욕하실 수도 있겠네요.
그걸 뒤로 하고 또 다른 돌을 던지겠습니다.
군게분들에게 쓰는 글에도 쓴 표현 그대로 쓰자면
문재인 후보는 메시아가 아닙니다. 모두 맞을 수는 없는 겁니다.
그는 한 명의 정치인일 뿐입니다.
현재 군게분들이 지적하는 표현으로 '콘크리트'가 나오는 게 아무 이유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별개로 저는 이런 용어를 활용하는 것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피드백 부족 등을 지적하는 것이
문재인 후보 자체의 가치를 훼손하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후보에 대한 언급보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판이 거센 것을 긍정적으로 봐야할 정도입니다.
무효표를 던지게 하는 일련의 과정이 아니었다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컸던 분들이라는 거니까요.
(글 위쪽에 언급했듯이 이 무효표들은 특정 캠프에 지지가 상당수 몰려있을 가능성이 높은건 분명합니다)
이들에게 '우리는 니들이 뭐라하든 굳건하다. 맘대로 떠들어라'라고 귀를 막는 모양새를 보여주는 것은
불쾌한 경험이고 있던 애정마저 날아가는 순간입니다.
당장 친구나 애인의 읽씹 카톡 한번에도 마음이 상하는게 사람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을 되돌리는 것은 잃을 때에 비해 수배가 어렵습니다.
제가 이전글에서 군게분들과 덧글을 나누다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이 분들에게 최소한의 소통의 벽 조차 닫아버린 것으로 인한 좌절감이었습니다.
캠프도 묵무부답. 이야기를 나눌 대화 상대도 철옹성.
이래서 대선은 그렇다치고 당선 후에는 지지율이나 유지되고 국민 합의를 바탕으로한 힘있는 국정운영과 쇄신이 되겠습니까?
우리가 여태 왜 '콘크리트'들에게 화도 나고 변화를 원하고 '우리 말을 들어달라고' 해왔죠?
지겹도록 비난하는 단어로 들었던 외연확장이나 한계의 벽을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서 쌓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원래는 이 마을에 같이 살았고 살았을 사람들을 향해서요.
저는 이들에게 '기다려라', 대선 후에는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던질 자신이 없습니다.
기다리고 수동적으로 바란 결과가 지금 이 현실입니다.
물론 다른 후보에 비해 문재인 후보가 더 소통이 될 사람이며, 여타 후보는 후퇴나 답보를 할 것으로 생각하기에
제 선택은 크게 바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벽이 한번 쌓이면 그걸 넘거나 무너뜨리는 건 정말,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렵습니다.
우리가 여태 걸어온 길입니다. 모를 수가 없습니다.
결국 이 글은 시게에서 비판과 회의적인 대답을 들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시게 여러분.
전 시게가 분리되니, 다른 곳과 분란이 많다느니 하는 높은 벽에 스스로 갇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군게분들의 이야기에 일정 이상 동의하지만 선택(유무효)만 다른 분들도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저 처럼)
담장을 좀 낮춰주십시요.
동감과 존중이 담긴 이야기로 벽을 무너뜨려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젊은 분들이나 '어린' 분들에게 훈계하는 자리에 있는게 아닙니다.
우리가 과거에 했던 선택과 결과에 그들이 마주했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밟으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길이 좋은 풍경에 편안해도 조심스러운데, 너무 어려운 길을 돌고 돌아 왔습니다.
더 나은 길을 같이 걸어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