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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33세의 나이로 죽었다고 알려진 예수는 살아생전에 그리 빛을 보지 못했으나, 죽은 이후에는 그를 따르는 기독교도들에 의해 절대불멸의 신이 되었습니다.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12월 25일은 전 세계에서 수십 억 명의 사람들이 축제일로 여길 만큼, 예수의 흔적은 오늘날에도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기독교의 경전인 신약성경의 4대 복음서인 마르코, 마태오, 루가, 요한 복음서에 나온 예수의 모습들은 서로 앞뒤가 맞지 않아 혼란을 일으킵니다.
대표적인 예로 예수는 마태오복음 5장 39절에서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돌려대고”라고 말하지만, 요한복음 18장 22~23절에서 예수 본인이 대사제 안나스의 경비병한테 뺨을 맞자 “내가 한 말에 잘못이 있다면 대 보아라. 그러나 잘못이 없다면 어찌하여 나를 때리느냐?”라고 항의합니다.
또 마태오복음 5장 9절에서 예수는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말했지만, 마태오복음 10장 34절에서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나는 아들은 아버지와, 딸은 어머니와,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서로 맞서게 하려고 왔다. 집안 식구가 바로 자기 원수다.”라고 말합니다.
마태오복음 26장 52절에서 예수는 “칼을 쓰는 사람은 칼로 망하는 법이다.”라고 말했지만, 루가복음 22장 36절에서는 “칼이 없는 사람은 겉옷을 팔아서라도 칼을 사라.”라고 전혀 다른 말을 합니다.
마태오복음 5장 44절에서 예수는 “너희의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했지만, 루가복음 19장 26~27절에서 “나의 원수들을 내 앞에서 죽여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서로 모순된 발언들을 모아 놓고 보면, 여러 명의 예수가 제각기 다른 말들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킵니다. 이러한 의문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많은 성경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4대 복음서는 있는 그대로 예수의 행적을 기록한 문헌이 아니라, 예수에 대한 해석을 담은 문헌이라고 합니다. 즉, 4대 복음서에 묘사된 예수의 말과 행동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4대 복음서에서 예수는 바리새인들과 자주 논쟁을 벌이고 그들을 가리켜 위선자나 독사의 새끼들이라는 극단적인 발언을 했는데, 이 부분도 실제 역사와 다릅니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 위선자 및 독사의 새끼들이라고 불리던 기득권층은 바리새인이 아닌, 사두개인들이었습니다. 이 사두개인들은 로마가 유대를 지배하자 로마에 적극 협력하여 기득권을 보장받았던 자들이었고, 그런 이유로 유대인들로부터 미움을 받았습니다. 또한 사두개인들은 엄격한 율법을 강요하여 유대 민중들로부터 위선자라고 미움을 받았습니다.
반면 바리새인들은 율법을 자유롭게 적용하고 로마에 대한 저항을 외쳤기에 많은 유대인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4대 복음서에서는 로마에 결탁했던 사두개인들이 아닌 바리새인들이 위선자라고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4대 복음서를 쓴 사람들이 바리새인들을 미워하던 집단이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4대 복음서는 유대인들 뿐만 아니라 로마인들에게도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작성된 문헌이라고 하는데, 그 때문에 로마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로마에 맞서 싸우자고 외쳤던 바리새인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던 것일까요?
예수는 4대 복음서에서 곧 종말이 임박했다며 여러 차례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 9장 1절에서 예수는 “여기 서 있는 사람들 중에는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오는 것을 볼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예수와 그를 따르던 제자와 사람들이 살아 있을 적에 세상의 종말이 온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초대 교회의 신도들은 자신들의 살아생전에 세상이 다 끝나고 신이 최후의 심판을 내린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러나 예수와 그 제자들이 다 죽을 때까지 세상의 종말은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4대 복음서의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예수는 유대의 제사장들에게 고발당해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끌려가 십자가형을 받고 죽었다고 묘사됩니다.
그러나 4대 복음서에 들어가지 않은 다른 문서들, 이를테면 1945년 이집트에서 발견된 나그함마디 문서에서는 예수가 자기 대신 시몬(Simon)이라는 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하고, 자신은 재빨리 도망쳐서 자신을 놓치고 알아보지 못한 로마인들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고 나옵니다. 이는 나그함마디 문서가 로마 제국에 적대적이었던 사람들에 의해 작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수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평화를 노래하던 히피였는지, 전쟁을 꿈꾸던 혁명가였는지, 아니면 종말론을 외치던 예언자였는지?
2천 년이 지난 지금, 정확하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그저 각자가 원하는 대로의 예수를 마음속에 그릴 뿐입니다.
출처 |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103~10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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