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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9099
    작성자 : 라케
    추천 : 7
    조회수 : 430
    IP : 110.35.***.252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2/10/27 23:56:28
    http://todayhumor.com/?pony_9099 모바일
    [자작/팬픽] 공주님께 고합니다 솔직히 그건 아니죠 6

    *전편 링크

    1화

    2화

    3화

    4화

    5화












    구름들이 기웃거리는 청명한 하늘 사이로 한 대의 페가수스 마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퀘스트리아의 대표적이면서도 자주 쓰이진 않는 운송수단인 페가수스 마차는 보통 왕실의 행차가 있거나 국가 위급상황에서 밖에 쓰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현재 그 마차위의 탑승자들은 전혀 그런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자들이었다.

     

    푸딩 모양의 모자를 쓴 늙은 포니와, 금빛 갈기가 인상적이었을 지금은 색이 바랜 갈기를 맵시 있게 땋은 늙은 포니는 상당히 격앙된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분명 모르는 포니가 봤다면 국가의 귀중한 운송수단인 페가수스 마차를 훔쳐가는 파렴치한들이라고 매도했을 그들이었지만, 기실 그들은 엄연한 국가의 중요 대신들이었다. 그 중 이퀘스트리아의 총무대신 직을 맡고 있는 푸딩헤드가 괴성을 질렀다.

     

    “뭐라고?”

     

    스마트 쿠키는 푸딩헤드가 놀라는 모습을 처음 본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천년이라고 했습니다.”

     

    “천년? ... 천년?!”

     

    “네. 루나 공주님이 달에서 돌아올 때 까지 걸리는 시간이 천년입니다.”

     

    “셀레스티아, 이......!”

     

    그 말 뒤로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추잡하고 심지어 창의적이기 까지 한 욕설들이 이어졌고, 여지껏 도대체 셀레스티아에게 뭐라고 말했기에 감금당했는지 궁금증을 품어왔던 스마트 쿠키는 그 궁금증을 씁쓸한 기분으로 풀 수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셀레스티아의 정신 상태와 사고방식에 대한 고찰들을 풀어놓고, 푸딩헤드는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망연히 지켜보던 스마트 쿠키가 입을 열었다.

     

    “탁월한 폭언입니다.”

     

    “고맙군, 스마트 쿠키. 하여튼 간에, 그 포니 잡아먹는다는 늑대들이 정말로 있다고?”

     

    “네. 그 설원에서 도망친 여럿 포니들이 그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흐음…, 클로버는 입에 넣기 좋게 썰려있을까.”

     

    스마트 쿠키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존경하는 상관인 푸딩헤드를 바라보았다.

     

    “클로버 각하께서 들으시면 죽이려 드시겠군요.”

     

    “그래야지.”

     

    “네?”

     

    “그래야지. 살아 있어서, 듣고, 날 죽이려 들어야지. 그래야지.”

     

    푸딩헤드는 그러며 슬슬 보이기 시작하는 설원을 내려다보았고, 스마트 쿠키는 조용히 입을 닫았다. 스마트 쿠키가 ‘아마도 난 이 자를 죽을 때 까진 존경할 것이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다시 푸딩헤드가 입을 열었다.

     

     

    “살아 있어야지. 그래야지 이번의 어이없는 자매에 대한 달로의 유배에 대해 같이 셀레스티아 공주를 욕해볼 수 있지 않겠어.”

     

    스마트 쿠키는 살면서 한번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하려 했다. 그것은,

     

    “하하, 그렇네요.”

     

    푸딩헤드의 의견에 대한 동의였다.

     

     

     

     

     

     

     

    클로버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울프.”

     

    “…….”

     

    울프는 클로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클로버는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기실, 그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시간도 슬슬 5시간을 넘긴 듯 했다. 울프는 추위 때문인지 입안의 고통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한 수면욕 때문인지 기절과도 같은 수면에 빠져 있었다.

     

    울프의 상태는 계속해서 나빠져만 가고 있었다. 그의 입은 이제 눈뜨고는 못 봐줄 수준으로 망가져있었고 그의 발 또한 참혹한 수준으로 작살나있었다. 클로버는 잠에 빠지려 드는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 그리고, 인정했다.

     

    울프는 죽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지 않았으며 두드리고, 뿔로 찔러 보고 정말 할 수 있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든 짓을 다 해보았지만 울프는 깨어나질 않았다. ‘굶주림병.’ 웃기는 병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웃기기도 했다. 포니를 먹으면 생기는 병이라고? 그러면 포니를 안먹으면 되는 일 아니던가.

     

    울프가 기절하기 전, 클로버는 농담삼아 그것을 물어보았고, 울프 또한 힘없이 웃었지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위에 있는 것이라고는 몇 안되는 포니와, 더 몇 안되는 초식동물뿐, 오로지 그 뿐이었고 굶어죽지 않기 위해선 포니를 먹는다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을 때가 많은 설원에서는 애초에 포니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울프는 말했고, 클로버는 머릿속으로 자신의 멍청함에 대해 한탄했다.

     

     

    그 일 또한 이젠 전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지독하고도 끔찍한 설원의 폭풍은 클로버의 시간관념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클로버는 현재에 있으며, 과거에 있으며, 또한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어렸던 자신, 자신에 취했던 자신, 젊었던 자신, 늘어가는 주름에 한탄하던 자신들이 머릿속에서 뛰어다녔고,

     

    그 중 하나는 상당히 자기주장이 강한 자신이었다.

     

    그건 옛날, 셀레스티아가 태어나고 몇 년 뒤 루나가 태어났을 때의 자신이었다. 그녀는 막 출산하고 기절한 플래티넘 공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은 비록 플래티넘 공주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기실 그녀는 상념에 빠져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녀는 연민하면서 동시에 질투했다.

     

    이제 인생의 고생길이 훤히 열린 루나 공주를 연민했고, 동시에 결혼하고 이제 두 명의 아이까지 가진 플래티넘 공주를 질투했다. 만일 인생의 척도가 성공한 결혼이라면, 플래티넘 공주는 훌륭하게 인생을 살아낸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은 실패한 인생인가? 클로버는 그런 질문을 해오는 옛날의 자신을 무시하고 질문을 머릿속의 쓰레기통에 폐기시켰다. 이제는 죽은 플래티넘 공주에 대해 일어나는 질투를 겨우겨우 억누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옛날의 자신을 클로버는 바라보았다.

     

    그것은 살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마법을 쓰는 것을 해낸 자신의 모습이었다. 어린 클로버는 웃으며 자신이 위대한 마법사가 될 것이라고 외쳤고, 그녀의 스승이었던, 턱수염이 인상적이었던 스타스월은 인상 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너는 위대한 마법사가 될 거란다, 클로버.’

     

    “아니요, 스승님. 저는 실패한 마법사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후학들이 마법도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죽은 저를 위대한 마법사라고 부를 것 같진 않군요.”

     

    그녀의 스승, 스타스월과 어린 클로버는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클로버는 그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 스타스월은 애초에 방랑벽이 심한 사내였으니까. 그는 아직 살아있을까? 그녀의 스승이었지만 클로버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클로버는 부정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할 것이다.

     

    클로버는 또 다른 자신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 클로버는 현명한 클로버, 혹은 사령관 클로버라고 불릴 때의 자신이었다. 그녀는 무감각해보이는 얼굴로 눈앞의 도끼를 마법으로 들어올려 자신의 부하였던 포니의 목을 쳤다.

     

    분명 그녀의 얼굴은 참으로 무감각했지만, 클로버는 그 때의 자신이 정신적으로 졸도해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부하의 얼굴이 누군가와 닮아보였다. 누구였을까.

     

     

     

     

     

    클로버는 눈을 떴다.

     

     

     

     

     

    그 얼굴은 울프였다. 클로버는 그리 생각하며, 자신의 뿔을 울프의 목으로 가져갔다.





    **************************************************************************



    저의 오늘까지 연재를 끝내겠다는 약속은 내일로 미뤄집니다. 음...


    새벽까진 기필코...?

    라케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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