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좀 아쉬웠습니다.
소위 문빠였거든요.
근데 한편 이해가 되는 이 상황이 씁쓸하네요.
인식 좋아졌으면 하고, 동성혼, 동성부부입양 등 다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현실의 벽을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사람이 먼저인 세상, 새로운 대한민국'에 성소수자들의 자리는 없는 걸까...
하는 힘빠지는 생각도 들지만, 이번에는 문재인 후보를 계속 지지하려고 합니다.
저는 퀴어이기도 하지만, 이 나라의 국민이기도 하니까요.
이번 대선. 너무나도 중요하고 이 판 자체가 '적폐청산'을 위해 만들어 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제를 가장 잘 실현할 후보가 문재인 후보라고 믿습니다.
생각이 다른 부분들 충분히 이해하지만, 퀴어분들 그리고 관련 운동가분들..
퀴어를 지지하는 모든 분들의 입장이 '적폐청산'을 방해하는 이미지로 남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길게봐야하지않나 싶습니다. 퀴어분들이든 아니시든 뭐가 맞는지 다들 생각이 다르시겠지만
그래도 뭐랄까...문재인후보에 대한 믿음, 더민주에 대한 믿음.. 그런걸 전부 떠나서
언젠가는 나아질 수 있을거다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거든요.
어차피 퀴어로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문제이구요.
토론 중 앞 부분의 발언은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퀴어로서 상처받는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구요..
그렇지만 토론 말미에 한번더 주어진 답변 기회에서 빛을 보았습니다.
"동성애에 반대하지만, 그들을 차별하는 것 대해서도 반대한다."
저는 이 말이 이렇게 들렸어요.
"(개인적으로는) 동성애에 반대하지만, (정책적으로는) 그들을 차별하는 것을 반대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문을 열어놓은 발언이라고 봅니다.
평소 취해왔던 문재인 후보의 스탠스와도 다름없는 이야기였습니다.
변함없이 원칙을 지키고 계시는 겁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분들 대다수의 스탠스와도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지금 우리 앞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받아서는 안되는 존재임을,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는것입니다.
지금 세간의 인식은 어쩌면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만큼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그리고 문재인 후보의 입장은 그 현실과 정확하게 일치하구요. 그러니 함께 가봅시다.
몇번 커밍아웃을 해본 경험으로, 자신의 성적취향과 성정체성을 털어놓기도 어려운 문제이지만
그것을 듣고 받아들이는 입장도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걸 많이 느껴왔어요.
상대는 우리를 존중해주기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거에요.
그걸 느껴야해요. 당연한 것이아니라 감사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매년 열리는 퀴어퍼레이드에 가면 어김없이 혐오세력들이 많이 있습니다.
보통 보수적인 기독교에서 나오신 분들입니다.
하지만 현장에 가보면 퀴어를 혐오하는 분들보다 혐오에 함께 맞서주시는 분들이 훨씬 많아요.
차별금지법 제정과 퀴어로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정치가 정착되기위해서는
그 분들과 척을 질 필요도, 척을 져서도 안됩니다. 지금 우리와 함께 싸워주시는 분들이니까요.
많이 봐왔지않습니까.
퀴어로서 자신을 밝히는 일도 힘든일이지만,
그러한 퀴어 옆에서 함께 있어주는것도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하는 일이었다는걸요.
이미 많은 분들이 함께 노력해주고 계세요.
종교적인 입장에서든 개인적인 경험에서든,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는 부분을
받아들여주려고 애쓰고 있는 사람들한테 부담을 줘서도, 비난을 해서도 안되요.
퀴어이기전에 사람으로서 도리가 있지않습니까..
그 분들이 우리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듯이, 우리도 그 분들이 우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드려야하고 계속 대화해 나가야합니다.
우리 퀴어가 적폐청산을 위한 첫 발걸음에 함께 하는 동지로서 있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요.
저는 일단 이번주 금요일에 있을 육군 관련 집회에 나가려고 합니다.
이번 토론으로 지지자든 지지자가 아니었든 다들 상처받았겠지요.
그치만 아실거에요.
우리는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던 현실에 상처를 받은것이지.
문재인 후보 개인에게 상처를 받은 것은 아니라는걸요.
그러니 우리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끝까지 잘해봅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