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등학교의 학생입니다.

지금은 고2고요 내년이면 고3입니다.

지방의 대다수의 인문계 고등학교들은 고1 때부터 야간자율학습(이하 야자)을 실시해 왔겠지만,

저희 학교는 그래도 부모님의 동의하에 방과 후 보충수업을 제외시켜 줬습니다.


그런데 오늘, 방과 후에 학년부장 선생님께서 2학년 전교생에게 짧았지만 강렬한 선언을 하셨습니다.

몇달 후에 있을, 약 5주간 지속되는 2학년 2학기 겨울방학의 보충수업과 앞으로 3학년에 있을 보충수업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겨울방학엔 적어도 오전 시간은 전교생이 비워두라는 것, 그리고 3학년에 진학해서도 전교생이 보충수업을 들어야 할 것이며 설령 보충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도 계속 학교에 남아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교육청에 신고해 보고픈 학생은 한번 신고해 보십시오 하나도 무서울 것 없습니다."라는 현실적인(?) 협박성 발언까지 덧붙여 주시더군요 ㅠ

더 섬뜩한 것은 출석률 100%를 만들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좀 무섭고 황당해서 웃음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어떻게 보충수업 출석률을 100%를 만들까요?

단순하죠. 무식하게 패는 겁니다.;;

저야 그동안 보충수업을 신청 안 해서 맞을 일도 없었기에, 보충수업의 불출석에 대한 체벌이 얼마나 아플지는 잘 모르지만..

0교시 수업시간에 들려오는 퍽~ 퍽~ 소리를 듣고 있자면....;;


 사실 이전부터 강제 보충수업 혹은 야자를 받아온 학생이라면 별로 꺼림칙한 얘기가 아닐 것이며 오히려 이제야 강제보충에 돌입한다는 것에 대해 부럽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 단순히 저와 관련된 강제 보충수업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솔직히 전 학과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며 학과공부에 관심이 많은 학생도 아닙니다.

특히 통제되는 학습은 정말 싫어합니다.(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겠죠.)

솔직히 강제로 수업을 이행해서 얼마나 학생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얼마전에 지방에 사는 제 친구에게 "너희 저녁에 강제 야자하면 애들 다 공부해?"라고 물었더니, 공부를 하는 애들도 있고 그냥 독서하는 애들도 있고 조는 애들도 있다더군요

강제 보충이나 야자에는 '지금 고생하고 나중에 조금이라도 편해라, 어짜피 일찍 하교해 봐야 공부도 잘 안 잡히잖니?'하는 깊은 뜻이 담겨 있겠지요

물론 SKY대학에 한명이라도 더 보내서 학교를 명문화하려는 세속적인 뜻을 담은 선생님도 계시겠고요

어찌됐든, 곧 20대라는 나이의 선에 닿게 될 사람들에게 자발적인 선택의 기회도 못 주게 해서야 되는 일입니까?

어떤 나라에선 18살이면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학비까지 자신이 벌어서 생활할 나이인데 말이죠.

저는 이렇게 강제 보충/야자를 시키는 한국 교육의 관행을 후진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자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학생들에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하는 게 합당한 이치가 아닐까요?

그런데 부장선생님이란 분은 "보충수업에 참여하기 싫으면 이 학교를 나가라, 얼마든지 전학 보내주겠다. 이 학교의 방침에 따르지 못하겠다면 전학가라"는 단언이나 하시고 말입니다.

전 미래를 맞게 될 학생을 생각해서 강제 보충/야자를 시킨다고 믿고 있었는데, 그 말은 그 믿음을 조각내어 버렸지요; 지금도 그 말이 진심이 아닌 순순히 따르게 하려고 겁주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믿고 싶네요


평소에도 7시 30분에 등교해서 6시간 이상을 학교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이젠 거기서 더 하라니요

정말 듣기 싫은 수업까지 앉아서 멍 때려야 하고, 방학 때도 방학이 아닌 단축 수업 같은 방학을 보내야 한다니요

정말 왜 그래야 하는 건가요?ㅠㅠ

전 정말 죽어도 하기 싫거든요..

선생님한테 제 소신껏 말씀드려야 하는 건지..(그러다 학교에서 X지라는 말만 듣게 되는 것은 아닌지..)_

모르겠네요 ㅠㅠ 뭘 하더라도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게으른 학습으로 인해 책임을 져야 하더라도 그것은 제가 책임지고 싶은데 말입니다.

더러운 현실이지만 그냥 맞부딪쳐서 순순히 보충수업에 참여해 공부를 할까요? 아니면 선생님께 따로 말씀드려 볼까요?ㅠ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ㅠ 조언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