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표는 13일 이영훈 대표회장을 비롯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 목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으므로,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이 회장 등이 동성 결혼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요청하자 “동성애나 동성혼을 위해 추가적인 입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며 “우리 당 입장이 확실하니까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괜찮다”고 말했다.차별금지법은 ‘성별, 연령, 인종, 장애, 종교,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 처벌하는 조항이 포함된 법이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원회법 규정만으로는 실질적인 차별 방지에 미흡하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 기독교계에선 ‘성적 지향’이란 문구를 문제 삼아 이를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19대 국회에서 김한길·최원식 의원 등의 발의로 차별금지법을 추진했으나, 보수 기독교계의 거센 항의에 밀려 이를 자진 철회한 바 있다.문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인권위원회법 규정과 당론을 앞세우긴 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기독교계 표심을 잡기 위해 사실상 차별금지법에 반대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선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하고 동성커플의 사회적 의무와 권리에 대한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자고 한 바 있어, 종전 입장보다 후퇴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동성애자 인권단체인 ‘친구사이’의 이종걸 사무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가 마치 동성애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살고자 하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문 전 대표 쪽의 김경수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 전 대표의 발언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동성혼 합법화 논의와 맞물려 큰 논란이 일면서 사회적 합의가 어려워진 만큼 국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